파킨슨병이 장에서 시작된다고?
파킨슨병이 장에서 시작된다고?
하버드대 연구팀, 9350명 15년 추적 관찰 결과

위점막 손상 환자 파킨슨병 발병 위험 더 높아

잘못 접힌 알파 시누클레인 단백질 뇌로 이동해 파킨슨병 유발
  • 이창용
  • admin@hkn24.com
  • 승인 2024.09.09 08: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파킨슨병 환자

[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은 뇌에서 생기는 병으로 알려져 있지만 처음 나타나는 곳은 뇌가 아닌 장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신경과학센터 조교수 수브하쉬 쿨카르니(Subhash Kulkarni) 연구팀이 미국의사협회 학술지(JAMA)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상부 위장관에 생기는 질환(식도염, 위 또는 소장 상부 점막 궤양이나 유형이 다른 손상)이 있는 사람은 나중에 파킨슨병에 걸릴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파킨슨병이 장에서부터 나타난다는 이론은 2003년 처음 나왔지만 아직 가설에 지나지 않았고, 장 속 어떤 인자가 파킨슨병을 일으키는지에 대한 뚜렷한 연구 결과는 나온 바 없다. 

쿨카르니 교수 연구팀은 파킨슨병 병력이 없고, 2000년에서 2005년 사이 생체검사와 위내시경을 받은 환자 9350명을 15년 동안 추적 관찰했다. 

연구 결과, 위점막 손상이 발생한 환자는 2338명 중 52명(2.2%)이, 위점막 손상이 없는 환자는 8955명 가운데 48명(0.5%)이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다. 이는 위점막 손상이 있는 사람의 파킨슨병 발병 확률이 4배 이상 높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위점막 손상 이후 파킨슨병 진단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14.2년이었다. 

위 속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Helicobacter pylori)은 파킨슨병과 큰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 위점막손상과 함께 있는 환자는 파킨슨병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위점막 손상이 없다면 위 속에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 있든 없든 파킨슨병 발병과 큰 관계가 없었다는 얘기다.

역류성 식도염(GERD)이 있는 사람도 파킨슨병에 걸릴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백질은 몸속에서 긴 사슬처럼 생긴 아미노산들이 연결된 구조로 만들어진다. 이 사슬이 올바른 모양으로 접혀야 단백질은 제 기능을 한다. 만약 단백질이 접히는 방식에 문제가 생기면 세포, 조직 및 기관의 기능을 방해하는 독성이 강한 응집체가 나타난다.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그 예로,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이 되는 독성 응집체다. 

파킨슨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은 알파-시누클레인(Alpha-Synuclein)이라는 신경 단백질이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잘못 접힌 알파-시누클레인은 위장관에서 미주신경을 거쳐 뇌로 퍼질 수 있다. 미주신경은 신경이 지나가는 고속도로를 말한다.

스웨덴 우메오 대학교(Umeå University) 페테르 노르드스트룀(Peter Nordström) 박사가 2017년 수행한 연구(Vagotomy and Parkinson’s Disease: A Swedish Register-Based Matched-Cohort Study)에 따르면, 완전 미주신경 절단(complete vagotomy)을 받은 사람은 파킨슨병에 걸릴 위험이 더 낮았다. 이 연구는 장에 있는 알파-시누클레인 단백질이 미주신경을 거쳐 뇌로 간다는 장-뇌 축 이론을 지지하는 중요한 연구로 평가받는다. 

파킨슨병이 장에서 나타난다는 가설(장-뇌 축 이론)을 처음 세운 독일 신경과학자 헤이코 브랙(Heiko Braak) 박사도 파킨슨병 환자의 위와 식도에서 알파-시누클레인 응집체를 발견했다고 2003년 수행한 연구(Staging of Brain Pathology Related to Sporadic Parkinson's Disease)에서 밝혔다.

쿨카르니 교수는 “위점막 손상이 일어나면 위에서 알파-시누클레인 단백질이 잘못 접힐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상부 위점막 손상이 파킨슨병과 관련 있다는 가설을 뒷받침하고, 장-뇌 축 이론을 더욱 강화해 준다”고 말했다.

이어 쿨카르니 교수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과 더불어 위점막 손상을 시기적절하게 찾아내고 치료하는 것이 파킨슨병에 걸릴 위험을 더 일찍 알아차리고 개입하는 데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의사협회 학술지(JAMA) 9월 5일자에 게재됐다.

한편, 파킨슨병은 치매의 원인인 알츠하이머병을 앞지르며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신경 질환으로 부상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파킨슨병을 앓는 환자수는 2019년 12만 5607명에서 2023년 14만 2013명으로 5년 사이 1만 6406명(13.06%) 늘어났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회사명 : (주)헬코미디어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매봉산로2길 45, 302호(상암동, 해나리빌딩)
  • 대표전화 : 02-364-2002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슬기
  • 제호 : 헬스코리아뉴스
  • 발행일 : 2007-01-01
  • 등록번호 : 서울 아 00717
  • 재등록일 : 2008-11-27
  • 발행인 : 임도이
  • 편집인 : 이순호
  • 헬스코리아뉴스에서 발행하는 모든 저작물(컨텐츠, 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제·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이슬기 02-364-2002 webmaster@hkn24.com
  • Copyright © 2024 헬스코리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hkn24.com
ND소프트
편집자 추천 뉴스
베스트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