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시장이 22조 원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누가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린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글로벌 데이터(Global Data)는 6일(현지 시간),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시장이 오는 2030년까지 167억 달러(한화 약 22조 36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세계적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아토피 피부염 유병률 때문이다. 건보공단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도 100만 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피부의 가려움과 피부 염증을 동반하는 아토피 피부염은 대표적인 알레르기 질환이다. 유전, 환경, 피부장벽 이상, 약리적 요인, 심리적 요인, 면역 등 여러가지 복합적인 원인으로 피부 깊은 곳에 염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은 발병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완치도 기대하기 어려운 난치성 질환이다.
환자들에게 사용하는 약물은 국소 스테로이드제, 국소 면역조절제, 항히스타민제 등 다양하다. 다만, 이러한 약물은 증상을 일시적으로 완화할뿐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부작용의 위험성도 감수해야한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프랑스 사노피(Sanofi)의 ‘듀피젠트’(Dupixent, 성분명: 두필루맙·dupilumab)다. 이 약물은 면역 세포의 활성을 촉진하는 사이토카인 IL-13 및 IL-4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염증 반응을 저해하는 기전이다. ‘듀피젠트’는 피부 염증 병인을 근본적으로 저해하는 기전을 토대로 우수한 치료 효과를 제공하면서 블록버스터 의약품 반열에 올라섰다. 2023년 매출액만 115억 9000만 달러(한화 약 16조 5000억 원)에 달했다. 이는 글로벌 의약품 매출 순위 5위를 기록한 것이다.
하지만 ‘듀피젠트’ 역시 아토피 피부염에 대한 만능 치료제는 아니다. ‘듀피젠트’의 표적인 사이토카인 IL-13 및 IL-4는 아토피 피부염 유발의 주요 원인이지만, 모든 아토피 피부염이 IL-13 및 IL-4로 인해 발병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부 환자들은 ‘듀피젠트’에 불응하기도 한다.
게다가 ‘듀피젠트’는 주사제형으로, 주사 바늘에 대한 공포와 주사에 따른 번거로움도 수반한다. 상온에 장시간 노출되면 약효가 떨어지므로 반드시 냉장보관을 해야하고 2차 감염의 우려가 있으며, 의료 폐기물이 발생한다는 단점도 있다.
따라서 전세계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쉽게 투약할 수 있는 비주사제형에 주목했고, 그 대안으로 부상한 것이 ①야누스 키나아제(JAK) 억제제와 ②STAT3 억제제다.
①JAK는 면역 반응과 관련된 사이토카인을 조절하는 단백질이다. JAK 억제제는 JAK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작용, 효소의 활성을 억제하여 염증 및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기전이다. 경구로 투약되는 만큼, 환자의 복약 순응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제제는 진성다혈구증(골수증식성 질환) 치료제로 처음 허가 받은 이후 건선성 관절염, 강직성 척추염, 궤양성 대장염 등 자가면역 질환으로 적응증을 확대해 갔다. 릴리의 ‘올루미언트’(Olumiant, 성분명: 바리시티닙·baricitinib)가 대표적이다. 이 약물은 2020년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취득하면서 아토피 피부염까지 쓰임새를 넓혔다.
우리나라 HK이노엔 또한 JAK 억제제 개발에 뛰어들면서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 회사는 자사의 JAK 억제제 후보물질 ‘IN-115314’의 국내 임상 1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특히 ‘IN-115314’는 일반적으로 먹는 알약 형태와 달리 염증이 있는 피부 부위에 바르는 형태의 도포제라는 차별화된 특징이 있다. 경구제는 전신적으로 흡수되어 피부 외에 다른 조직에도 영향을 미치는 반면, 도포제는 피부 특정 부위에 국소적으로만 작용한다. 이로 인해 ‘IN-115314’는 기존의 경구용 JAK 억제제 대비 더욱 효과적일 것이란 기대를 낳고 있다.
②STAT3은 세포 내에서 다양한 유전자의 발현을 촉진하는 단백질(전사인자)이다. 이 단백질은 다양한 사이토카인과 성장 인자에 의해 활성화되는데, STAT3는 세포의 핵으로 이동하고, 특정 DNA 부분에 결합하여 특정 유전자의 활성화를 유도한다.
STAT3가 과잉 발현되면 특정한 유전자의 활성 또한 과도해져 암, 자가면역 질환, 염증성 질환 등을 유발한다. STAT3 억제제는 과잉 활성화된 STAT3의 신호 전달 경로를 조절하여 특정 유전자의 과활성화된 기능을 감소시키는 기전이다.
헬스코리아뉴스 취재 결과, 현재 STAT3 억제제를 개발중인 기업은 108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항암제로 STAT3 억제제를 개발하고 있는 가운데, JW중외제약은 항암제는 물론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로서 STAT3 억제제 ‘JW2286’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JW2286’은 STAT3을 선택적으로 저해하는 JW중외제약의 혁신신약(First-in-Class) 후보물질로, 먹는 약(경구제)으로 개발 중이다. 삼중음성 유방암, 위암, 직결장암 등의 고형암 및 아토피 피부염이 치료 적응증이다.
이 약물은 ‘2022년도 2차 국가신약개발사업’ 지원 과제로 선정된 바 있다. 국가신약개발사업단으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아 ‘JW2286’의 GLP(Good Laboratory Practice, 비임상시험규정)에 따른 독성평가와 임상용 약물 생산을 완료했다.
JW중외제약은 최근(6월 19일) 우리나라 식약처로부터 ‘JW2286’의 1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 받으면서 본격적인 임상 개발에 돌입했다. 회사 측은 서울대병원에서 70여 명의 건강한 한국인 및 코카시안 성인을 대상으로 ‘JW2286’의 안전성, 내약성, 약동학적 특성을 평가한다는 방침이다.
아직까지 전세계적으로 허가된 STAT 억제제는 없다. 따라서 JW중외제약의 ‘JW2286’이 이 분야에서 퍼스트 무버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