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국내 고인산혈증 치료제 시장의 한 축을 맡고 있던 JW중외제약이 ‘포스레놀(성분명 : 탄산란탄)’의 공급을 중단한다. 이에 따라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던 관련 시장은 양강 체제로 재편되면서 ‘포스레놀’의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JW중외제약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포스레놀산’ 1000mg과 ‘포스레놀정’ 500·750mg 등 ‘포스레놀’ 관련 허가 품목 3개 모두에 대한 공급중단을 보고했다.
‘포스레놀’은 아일랜드 소재 다국적 제약사 샤이어가 개발한 고인산혈증 치료제다. 만성 신부전 환자에게 혈액투석 시 흔히 발생하는 인산 혈중농도 상승을 치료하는데 사용된다. 지난 2020년 일본 소재 글로벌 제약사 다케다제약이 샤이어를 인수하면서 판권은 다케다제약으로 넘어갔다.
국내에서 탄산란탄 성분 고인산혈증 치료제는 ‘포스레놀’이 유일하다. JW중외제약은 그동안 다케다제약으로부터 ‘포스레놀’을 수입해 국내에 판매해 왔는데, 공급업체인 다케다제약과 계약이 만료되면서 관련 품목의 국내 공급을 중단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회사측은 내년 3월까지 재고를 소진한 뒤 공급을 중단한다는 계획으로, 거래처에 공급중단 예정사항 안내공문을 사전에 발송해 시장에서 혼선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고인산혈증 치료제 시장에서는 세벨라머 성분 제제와 탄산란탄 성분 제제가 가장 많이 사용됐다. ‘포스레놀’과 세벨라머탄산염 성분 제제인 사노피아벤티스의 ‘렌벨라’ 및 SK케미칼의 ‘인벨라’가 3강 구도를 이뤄왔다.
이런 가운데 국내 단 하나뿐인 탄산란탄 성분 제제의 공급이 중단되면서 시장은 ‘렌벨라’와 ‘인벨라’ 양강 구도를 형성하게 됐다. ‘렌벨라’와 ‘인벨라’는 매출 규모가 100억 원대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2년부터 새로이 시장에 진입한 후속 세벨라머탄산염 성분 제제들의 점유율 경쟁도 ‘포스레놀’ 공급중단 이후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지난 2021년까지 세벨라머탄산염 성분 제제는 ‘렌벨라’와 ‘인벨라’ 등 단 2개였으나, 2022년 대원제약을 시작으로 유유제약, 보령, 알보젠, 팜젠사이언스, 대웅제약, 퍼슨 등 7개 제약사가 동일 성분 제제를 허가받으며 현재는 품목이 총 9개로 늘어났다.
세벨라머탄산염 성분 후속 제품들은 ‘렌벨라’ 및 ‘인벨라’와 비교하면 아직 매출이 매우 작은 편으로, 이번 ‘포스레놀’ 공급중단을 실적 도약의 기회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 세벨라머 성분 오리지널 제품은 젤텍스 제약(GelTex Pharmaceuticals)의 ‘레나젤(Renagel, 성분명 : 세벨라머인산염)’이다. 이 제품의 주성분은 세벨라머인산염으로, 사노피의 ‘렌벨라’는 ‘레나젤’의 주성분 중 인산염을 탄산염으로 바꾼 염변경 약물에 해당한다. 지난 2000년 사노피의 자회사 젠자임이 젤텍스를 인수하면서 ‘레나젤’의 판권은 현재 젠자임이 보유하고 있다.
‘레나젤’은 국내에서 ‘렌벨라’와 ‘인벨라’보다 더 많은 매출을 기록하며 고인산혈증 치료제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던 제품이다. 국내에서는 한국쿄와하코기린이 품목허가를 받아 판매했으나, 2019년 10월 유효기간 만료로 허가가 취소됐다.
한국쿄와하코기린이 품목허가를 갱신하지 않은 이유는 젠자임과 공급계약이 종료됐기 때문이다. ‘렌벨라’와 ‘레나겔’은 각각 사노피와 사노피 자회사인 젠자임이 보유한 제품으로 사실상 동일 회사 제품에 해당하는 만큼, 사노피 측이 자사 제품 간 시장 잠식을 막기 위해 후속 제품인 ‘렌벨라’로 제품을 스위칭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