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인슐린 제제 투약 밖에 치료 방법이 없는 제1형 당뇨병에 대해 1회 투약으로 완치할 수 있는 유전자 치료제가 주목받고 있다.
인슐린은 췌장의 랑게르한스섬에 있는 베타(β) 세포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에너지를 저장하고, 혈당 및 대사 과정을 조절하여 체내 에너지 균형을 유지한다.
인슐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포도당 처리에 문제가 생겨 당뇨병이 발생한다. 당뇨병은 크게 인슐린 의존 당뇨병이라고도 불리는 제1형(소아)과 인슐린 비의존 당뇨병인 제2형(성인)으로 구분된다.
제2형 당뇨병은 인슐린은 생산되지만, 외부 원인으로 인해 체내 인슐린 저항성이 커지면서 인슐린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혈당이 상승하는 후전성 질환이다. 전체 당뇨병 환자의 약 90%를 차지하고 주로 비만과 연관이 있다.
이 때문에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은 식이 및 운동과 더불어 혈당 강하제 등 약물 치료를 통해 혈당을 적절히 조절하고 있다. 현재 상용화된 제2형 당뇨병 약물은 수천개에 이른다.
문제는 제1형 당뇨병이다. 이 질환은 면역 세포에 의해 췌장 속 베타 세포가 공격을 받으면서 인슐린 생산에 문제가 생기는 일종의 자가면역 질환이다. 우리 몸이 인슐린을 자체적으로 생산하지 못해 생기는 질병이다.
따라서 제1형 당뇨병의 치료 표준은 인슐린 투여다. 식이 요법과 운동만으로는 제1형 당뇨병을 치료할 수 없기 때문에 피하 주사 또는 펌프를 통해 매일 인슐린을 투약 받아야 한다.
전세계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인슐린 투약의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제제의 반감기를 주 1회로 늘린 약물을 개발했다.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의 주 1회 투약 인슐린 주사제 ‘아이코덱’(Icodec)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는 투약 편의성을 높이는 것일 뿐, 근본적 치료제는 아니다.
질병의 완치를 목표로 하는 유전자 치료제가 제약바이오 업계나 학계의 관심을 끄는 이유다.
유전자 치료제는 기능 이상 혹은 결핍된 유전자를 재조합하여 질환을 치료하는 차세대 바이오 의약품이다. 희귀 질환 등 선천성 난치 질환 치료제로 각광받고 있다.
제1형 당뇨병 또한 선천적으로 발병하는 질환인 만큼, 유전자 치료제를 활용하면 질병을 말끔히 완치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낳고 있다.
다만 제1형 당뇨병은 여타의 난치성 질환과 달리 단일 유전자의 결핍 혹은 손상이 아닌 바이러스 감염 등 환경적 요인 또한 영향을 주면서 복합적으로 발병하는 질환이다. 이로 인해 그간 유전자 치료제 개발을 위한 뚜렷한 바이오마커 규명조차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고안한 것이 대체 세포를 생성한다는 접근법이다. 특정한 유전자를 재조합하여 인슐린 분비를 담당하는 베타 세포의 기능을 대신한다는 전략이다.
대체 세포의 주요 후보로는 알파(α) 세포가 꼽힌다. 알파 세포는 베타 세포와 마찬가지로 췌장의 랑게르한스섬에서 발현된다. 이 세포의 주요 기능은 혈당이 지나치게 낮을 때 혈당 수치를 높이는 글루카곤 호르몬을 분비하는 것이다.
특히, 알파 세포는 체내 면역 세포의 공격을 받지 않기 때문에 제1형 당뇨병 유전자 치료제의 바이오마커로 부상하고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2018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피츠버그 의과대학은 재조합 알파 세포의 인슐린 생성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소규모 실험을 실시했다. 해당 실험은 제1형 당뇨병 마우스 모델에 재조합 알파 세포 유전자를 투약한 뒤 혈당 수치를 평가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알파 세포 유전자는 단 1회 투약만으로 쥐의 혈당 수치를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는 인슐린 생산을 유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아직까지 제1형 당뇨병 유전자 치료제의 상용화 가능성은 불분명하다. 가장 큰 이유는 제1형 당뇨병의 근본적인 문제인 자가면역 반응으로 인한 베타 세포의 파괴 때문이다. 새로운 베타 세포를 이식하거나 재조합하더라도 자가면역 반응이 다시 일어나면 치료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
인류에게 당뇨병은 재앙과 같은 것이다. 1회 투약으로 당뇨병을 완치할 수 있는 유전치료제는 과연 개발될 수 있을까. 아직 갈 길이 멀지만, 학계는 향후 10년 안에 치료제 개발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