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의료기기 연구개발을 돕기 위해 정부가 투자하는 예산이 민간이 투자하는 예산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KHDI)이 이달 발간한 ‘제1차 의료기기산업 실태조사 및 2023년 시장동향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8년~2022년 사이 추진된 의료기기 국가연구개발과제는 모두 1만 3118건이었고, 투입된 예산은 3조 5000억 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의료기기 국가연구개발 투자액은 2021년까지 증가 추세를 보였다. 2022년에는 연구과제 수와 금액이 소폭 줄었다. 2022년만 놓고 보면 국가연구개발비 가운데 정부 투자액은 6632억 원으로 전체 연구개발비(정부 투자+민간 투자) 8362억 원의 79%를 차지했다.
투자 규모는 2019년 5893억 원에서 이듬해 7228억 원으로 22.7% 급격히 늘어났는데 이는 2020년부터 추진된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의 영향이다.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은 과기부, 산업부, 복지부, 식약처가 의료기기 연구개발과 제품화를 돕기 위해 예산 1조 2000억 원(국비 9876억 원·민간 2095억 원)을 투자하는 사업이다. 2020년에 의료기기 연구개발 과제가 3183개로 전년 대비 46.1% 증가하고, 정부 연구개발비 역시 5395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9.7% 급증한 배경이다.
2018년에서 2022년 사이 우리나라 의료기기 국가연구개발 투자가 가장 많이 이루어진 분야는 치료기기·재료 분야와 영상·계측 분야인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기기·재료와 영상·계측 분야에 투입된 국가연구개발 예산은 각각 4556건(1조 2000억 원)과 2914건(6723억 원)이었다. 이는 전체 의료기기 국가 연구개발 사업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수치다.
치료기기·재료 분야의 국가연구개발 과제 수는 330건으로 전체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으나 연구개발 금액은 4.6% 수준인 데 견주어 고령화 분야 국가연구개발 과제 수는 61건으로 1%가 채 안되지만 연구개발 금액은 8.5%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가장 낮은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는 보건안보 분야로 연평균 과제 수와 금액 비중이 각각 1.1%, 0.5%이었다.
국가연구개발 투자가 가장 크게 늘어난 분야는 디지털헬스분야였다. 2018년에서 2022년 사이 연평균 과제 수와 금액은 각각 21.0%, 17.4% 성장했다.
국내 의료기기 기업의 매출액과 연구개발비는 2018년~2022년 사이 연평균 15%이상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기준 국내 공시된 의료기기 기업은 284개소, 매출액은 2018년 7조 3000억 원에서 2022년 19조 원으로 연평균 27.1%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연구개발비는 2018년 5088억 원에서 2022년 9264억 원으로 연평균 16.2% 성장세를 보였다.
의료기기 기업의 연구개발비가 가파르게 늘어나 국내 의료기기 공시 기업의 연구개발비는 2022년 처음으로 국가연구개발비 투자규모를 초과했다. 다만 의료기기 공시기업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2018년 7.0%에서 2022년 4.9%로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다.
2018년에서 2022년 사이 식약처로부터 승인을 받은 의료기기 임상시험은 모두 620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88건에서 2022년 150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치료기기·재료 분야는 임상시험 승인 건수에서도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모두 366건으로 전체의 약 59%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인체삽입형 제품 승인이 한해 20건 내외로 가장 많았다.
체외진단 분야 임상시험(임상적성능시험) 승인은 2018년 13건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53건으로 크게 늘었으나 2021년 이후 10건 미만으로 감소했다.
디지털헬스·SaMD 분야 임상 시험 승인은 2018년 6건에서 2022년 48건으로 연평균 68.2% 증가했다. SaMD는 Software as Medical Device를 줄인 말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를 뜻한다. 모바일앱 및 체외 진단의료 기기 등이 여기에 들어간다.
SaMD는 국내에서 의료기기 연구개발이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SaMD는 품목 허가에서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주었다. 2018년~2022년 사이 신규 품목허가를 받은 SaMD제품은 36.4%로 급격히 늘어났다. 디지털헬스·SaMD분야에 대한 관심도가 증가하면서 정부가 관련 규제 및 제도를 마련해 적극으로 기업을 지원한 덕분이다.
품목 허가에서 제일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는 치료기기·재료 분야였다. 전체의 약 60%이상을 차지했다. 다만 2018년~2022년 사이 5%내외로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하지만 국내에서 신규 품목 허가를 받은 의료기기 수는 해마다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기 신규 품목허가를 받은 제품은 2019년 8270건까지 늘어났지만 이후 2022년에는 676건으로 줄었다.
한편, 2023년 기준 주요 국가별 의료기기 기술 수준은 미국이 가장 높았다. 우리나라는 최고 기술 대비 약 78%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 기술 수준(100%) 대비 미국은 전체 국가 가운데 99.9%로 1위를 차지했고 이어 유럽(93.8%) 일본(83%) 한국(78.1%) 중국 (66%)이 뒤를 이었다.
KHDI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영상진단, 치과, 디지털헬스 분야에서 기술 우위를 점하고 있다. 영상진단 분야의 기술 수준은 80%(4위)로 3위 일본과 기술 격차 5%를 보이고 있다.
치과 분야 기술 수준은 80% 이상으로 미국과 유럽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진단장비와 치료재료 분야 기술 수준이 85%로 높다. 체외진단 분야의 경우 진단 장비 기술 수준은 75%이나, 진단 시약의 기술 수준이 82.5%로 일본보다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디지털헬스 분야 기술 수준 또한 80% 이상(3위)으로, 일본(4위)보다 높은 기술력을 가졌고 기술 선진국인 유럽(2위)에 견주어 기술 격차는 10%였다.
KHDI는 국내 의료기기 기술 수준은 최고 선도국에 견주어 78% 수준이나, 영상계측 디지털헬스 분야에서 경쟁력을 보이며 정부 연구개발 투자의 성공 가능성을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