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유전성 초희귀질환인 니만-피크병(Niemann-Pick)을 치료할 수 있는 약물 ‘아리모클로몰’(arimoclomol)이 전세계 최초 허가 취득을 위한 카운드다운에 돌입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산하 유전대사질환 자문위원회(GeMDAC)는 지난 2일(현지 시간) ‘아리모클로몰’ 대해 찬성 11표, 반대 5표로 최종 허가를 권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문위는 ‘아리모클로몰’을 평가하기 위해 실시된 임상 2/3상 시험과 4년간의 오픈 라벨 연장 시험, 8건의 보조 실험실 연구 등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아리모클로몰’의 허가에 손을 들어주었다.
대부분의 자문위원들은 ‘아리모클로몰’의 유효성이 그리 높지 않다고 평가했지만, 니만-피크병에 대한 미충족된 의료 수요와 양호한 안전성, 경구 투약의 편리성을 바탕으로 허가를 위한 조건을 충족했다고 여겼다. 이에따라 FDA는 조만간 이 약물을 전격 승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리모클로몰’, 허가 낙방 3년 만에 재도전 성공
니만-피크병은 체내에서 지질 대사가 온전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여러 신체 조직에 축적되어 기능 이상을 유발하는 유전성 희귀질환이다. A형 및 B형은 스핑고미엘리나제 효소의 결핍으로 발생하고, C형, D형 E형은 NPC1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발병한다.
현재 니만-피크병에 대한 마땅한 치료제는 없는 실정이다. 표준 치료법은 관련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대증요법을 실시하는 것이다.
‘아리모클로몰’은 니만-피크병 C형을 치료하도록 설계된 전세계 최초의 약물이다. 정확한 약물 기전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지만, 세포가 스트레스가 발생할 때 이를 완화할 수 있는 열충격단백질(heat shock protein) 생성을 촉진하여 세포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FDA는 ‘아리모클로몰’을 희귀의약품, 패스트트랙 개발 의약품, 혁신 신약으로 지정한 바 있다.
이 약물은 본래 덴마크 오르파자임(Orphazyme)이 개발한 것으로, 오르파자임은 지난 2020년 5월 니만-피크병 C형 치료제로 FDA에 ‘아리모클로몰’의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업계는 당시 니만-피크병에 대한 미충족 의료 수요를 고려했을 때, ‘아리모클로몰’이 무난하게 FDA의 관문을 통과할 것으로 예측했었다. 그러나 FDA는 2021년 6월 허가 신청서에 포함된 임상 시험 데이터의 불충분을 지적하며 허가 신청을 반려했다.
이에 오르파자임은 이듬해인 2022년 5월 ‘아리모클로몰’의 모든 권리를 미국 켐팜(KemPharm)에게 매각했다. 켐팜은 ‘아리모클로몰’을 확보한 이후 유효성 및 안전성에 대한 장기 추적 관찰을 평가하는 추가 임상을 실시하며 치료제 개발을 이어갔다.
켐팜은 2023년 2월 기업명을 제브라 테라퓨틱스(Zevra Therapeutics)로 변경하고 같은 해 12월, FDA에 니만-피크병 C형 치료제로 ‘아리모클로몰’의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신약을 확보한지, 1년도 되지 않은 짧은 기간이었다.
FDA는 올해 1월, ‘아리모클로몰’의 허가 신청서를 접수하고 이를 우선 심사 품목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른 심사 기간은 2024년 9월 21일까지다.
당초 FDA는 ‘아리모클로몰’의 유효성에 확신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자문위 소집을 결정했는데, 보통 자문위는 FDA 내부 평가가 엇갈렸을 때 진행되는 것으로 ‘아리모클로몰’의 허가 재도전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 자문위가 ‘아리모클로몰’에 허가를 권고하면서 FDA는 9월 21일 이전까지 ‘아리모클로몰’을 허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문위의 권고는 구속력이 없지만 FDA는 대체로 이를 수용하는 편이다. ‘아리모클로몰’이 FDA의 허가를 취득하면 사상 첫번째 니만-피크병 치료제가 탄생하게 된다.
한편, 미국에서 니만-피크병을 앓고 있는 환자는 약 300명으로 추정되며 국내 환자는 현재 약 10명 정도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