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한미약품의 표적 항암제 후보물질 ‘벨바라페닙’(프로젝트명: HM95573)이 대장암에 대한 두번째 치료목적 사용승인을 취득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6일 한미약품의 ‘벨바라페닙’을 대장암에 대한 개인별 환자 대상 치료목적 의약품으로 사용승인했다.
사용 승인 신청인은 연세대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으로, 해당 병원은 이를 통해 각 개인별 대장암 환자에게 ‘벨바라페닙’을 활용하여 치료할 수 있다.
치료목적 사용승인이란 의약품이 시판되기 전이나, 허가 받은 적응증 외의 치료를 위해 사용하는 제도다. 신청하는 주체 및 대상 환자 규모에 따라 ▲전문의가 개인별 환자의 치료를 위한 경우와 ▲제약업체가 시판허가 전에 다수의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경우로 나뉜다.
‘벨바라페닙’은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한 표적 치료제로, 세포 내 신호전달을 매개하는 ‘미토겐 활성화 단백질 키나아제’(mitogen-activated protein kinases·MAPK) 경로 중 하나인 RAF를 억제하는 경구용 표적항암제다.
이 약물은 지난 2020년 11월부터 이번 승인까지 35번째 치료목적 사용승인을 취득했다. 주로 흑색종 치료제로 꾸준히 승인을 취득하면서 차세대 흑색종 치료제로 인정을 받은 가운데, 대장암에 대한 치료목적 사용승인은 이번이 두번째다. 대장암 치료제로서의 예비 유효성 또한 확증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벨바라페닙’의 표적인 RAF 양성 고형암이 치료가 까다롭기로 악명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무적인 소식이다. BRAF 변이는 전체 대장암에서 약 5~20%를 차지하고 있는데, 현재 상용화된 BRAF 표적 대장암 치료제는 있지만 내성의 문제로 인해 신약 수요가 높은 편이다.
따라서 ‘벨바라페닙’은 기존 제제에 불응하는 BRAF 양성 대장암에 대한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벨바라페닙’은 지난 2016년 9월 스위스 로슈(Roche)에 9억 1000만 달러(한화 약 1조 2500억 원) 규모로 기술 수출됐다. 로슈는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벨바라페닙’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평가하는 임상을 진행해 왔다.
그런데 로슈는 올해 4월, 이번 파이프라인 업데이트를 기점으로 환자 모집을 중단하고 ‘벨바라페닙’을 포트폴리오 자산에서 제외했다. 이에 따라 ‘벨바라페닙’의 권리 반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한미약품은 그간 로슈와 유사한 디자인의 ‘벨바라페닙’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는데다, 그동안 연구에서 긍정적인 결과들이 다수 공개된 만큼 권리 반환 시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발표된 국내 임상1b상 시험(HM-RAFI-103)의 후향적 연구 결과에 따르면, ‘벨바라페닙’과 ‘코텔릭’(Cotellic, 성분명 : 코비메티닙·cobimetinib)’ 병용요법은 BRAF 변이가 확인된 흑색종, 비소세포폐암, 대장암 환자 15명 중 10명에서 객관적 반응률(ORR)이 67%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미약품은 글로벌 빅파마로부터 돌려받은 후보물질의 기술수출을 재성사시킨 사례도 있다. 2019년 미국 얀센으로부터 반환받은 당뇨병 치료제 ‘HM12525A’를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치료제로 적응증을 변경해 2020년 미국 MSD에 1조 원대 규모로 다시 라이선스 아웃한 저력이 있다.
따라서 ‘벨바라페닙’이 반환되더라도 한미약품이 연구개발을 이어나갈 경우 기술 재수출이라는 성과를 재현해낼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는 흑색종 치료제로 수출되었다면, 다음에는 대장암 혹은 비소세포폐암으로 적응증이 변경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