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일동·대원제약 맞손 P-CAB 후발주자들의 영리한 ‘한 수’
[기자수첩] 일동·대원제약 맞손 P-CAB 후발주자들의 영리한 ‘한 수’
  • 이순호
  • admin@hkn24.com
  • 승인 2024.05.30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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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일동제약과 대원제약이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P-CAB) 신약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해 연합한다. 후보물질을 발굴한 일동제약은 위임형 제네릭, 일명 쌍둥이약을 팔고 오리지널 신약의 개발과 판매는 파트너사인 대원제약이 맡는 특이한 구조다.

일동제약의 신약 연구개발 자회사 유노비아는 29일 대원제약과 소화성 궤양용제 P-CAB 신약 공동 개발 및 라이선스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 따라 대원제약은 유노비아가 보유한 P-CAB 신약 후보 물질 ‘ID120040002’와 관련한 향후 임상개발을 수행하고 해당 물질에 대한 허가 추진 및 제조·판매 등을 포함한 국내 사업화 권리 일체를 보유한다.

‘ID120040002’의 권리를 이전한 유노비아는 대원제약으로부터 일정 액수의 계약금과 함께 상업화 시 로열티 등을 수령하고, ‘ID120040002’ 허가 취득에 필요한 정보 등을 제공받아 동일 성분의 이종 상표 의약품을 제조·판매할 예정이다.

쉽게 말하면 후보물질 발굴은 일동제약 측이 했지만, 제품 허가와 제조·판매권은 모두 대원제약이 가져가고, 유노비아는 대원제약이 ‘ID120040002’를 상용화하면 대원제약에 생산을 위탁하는 방식으로 위임형 제네릭을 허가받아 판매하겠다는 전략이다.

공식적인 계약 목적은 공동개발이지만 사실상 기술이전에 더 가깝다. 마치 글로벌 개발 및 판권을 넘기고 마일스톤을 받는 다국적 기업과의 기술수출 계약과 비슷하다. 후보물질 발굴사가 제품 개발을 완료한 뒤 파트너사를 물색해 공동판매를 진행해 온 그동안 P-CAB 시장에서의 파트너십 계약과는 그 형태가 사뭇 다르다.

신약후보물질이 없는 대원제약과 개발 비용 부담이 큰 일동제약이 P-CAB 시장에 빠르게 진출하기 위해 선택한 절충안으로 풀이된다.

대원제약은 호흡기계와 순환기계 치료제에 강점을 지닌 회사다. 소화성궤양용제 ‘오티렌’ 등 소화기계 품목을 보유하고 있으나, 해열진통소염제 ‘펠루비’, 진해거담제 ‘코대원’ 등과 비교하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은 편이다. 파이프라인 역시 호흡기계와 순환기계 치료제에 집중돼 있다. 이는 회사의 R&D 전략에서 소화기계 약물은 후순위에 있다는 의미로, 단기간 내 P-CAB 신약후보물질을 발굴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R&D 실탄은 충분하다. 대원제약의 지난해 연말 기준 이익잉여금은 2557억 원에 이른다. 이는 업계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규모로 곳간이 두둑한 상태다.

이와 달리 같은 기간 유노비아와 일동제약은 수년간 이어진 실적 악화로 ‘ID120040002’ 임상 비용을 충당하기가 녹록지 않다. ‘ID120040002’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유노비아는 지난해 8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순손실은 이보다 더 큰 103억 원에 이른다.

이 회사는 ‘ID120040002’ 외에도 간경변 치료제 ‘ID119050134’, 안구건조증 치료제 ‘ID110410395’,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치료제 ‘ID119031166’, 제2형 당뇨병 치료제 ‘IDG16177’, 당뇨·비만 치료제 ‘ID110521156’, 파킨슨병 치료제 ‘ID119040338’ 등 다수 신약 파이프라인을 가동 중이다. 곧 임상2상을 시작해야 하는 ‘ID120040002’의 개발 비용은 회사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일동제약의 지원도 기대하기 힘들다. 일동제약 역시 한동안 실적난에 시달리다가 이제 막 회복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일동제약은 매년 1000억 원이 넘는 비용을 R&D에 투자하다 보니 수익성이 악화해 지난 수년간 적자를 기록했다.

유노비아와 일동제약은 결손금도 각각 110억 원, 585억 원으로, 곳간까지 빈 형국이다. 현재 자본을 굴려 벌어들인 돈(자본잉여금)으로 결손금을 충당하고 있다.

회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이디언스, 유노비아 등 신약 개발 자회사를 세우고 파이프라인을 분산하며 체질 개선에 나섰다. 그 결과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50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전환했다. 이런 가운데 다시 자회사 지원에 나설 경우, 이제야 회복하기 시작한 일동제약의 실적은 다식 악화일로에 빠질 수 있다. 일동제약 측이 ‘ID120040002’를 발굴하고도 개발 및 판권을 모두 대원제약에 넘긴 배경이다.

P-CAB 시장에서 선두 그룹과 격차가 이미 크게 벌어진 상황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일동제약 측과 대원제약의 이번 계약은 매우 영리한 ‘한 수’로 보인다.

현재 소화성 궤양용제 시장은 프로톤 펌프 억제제(PPI)에서 P-CAB 제제로 무게추가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시장에 출시된 P-CAB 제제는 HK이노엔의 ‘케이캡(성분명 : 테고프라잔)’과 대웅제약의 ‘펙수클루(성분명 : 펙수프라잔)’ 단 두 개뿐인데도 이들 제품은 지난해 소화성 궤양용제 시장에서 2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기록했다.

최근 품목허가를 획득한 제일약품의 ‘자큐보(성분명 : 자스타프라잔)’까지 합류하면 P-CAB 제제들의 PPI 제제 시장 잠식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점쳐진다. 이 때문에 많은 제약사가 P-CAB 시장 진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특허가 만료돼 제네릭 개발이 가능한 PPI 제제와 달리 P-CAB 시장에 포진한 제품들은 출시한 지 몇 년 되지 않아 강력한 특허들로 보호받고 있어 군침만 흘리는 상황이다.

제약사들이 ‘케이캡’과 국내 미출시 제품인 다케다제약의 ‘보신티(보노프라잔, 글로벌 제품명 : 다케캡)’ 등을 겨냥해 특허도전에 나섰으나,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데다 장기전에 예상되는 만큼 최소 수년간 제네릭 진입은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후발 제약사들로서는 얼마나 빨리 P-CAB 시장 진출하느냐가 성패를 가른다고 봐도 무방하다. 빠른 시장 진출을 위해 서로 내줄 것은 과감히 내준 일동제약과 대원제약의 이번 파트너십 계약을 묘수로 평가할 수 있는 이유다.

내수 시장에서 이례적으로 기술수출과 유사한 전략적 선택을 한 이들 두 회사가 HK이노엔, 대웅제약, 제일약품에 이어 P-CAB 시장 진출에 성공하는 4번째 국내 제약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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