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제 남은 것은 의료시스템 붕괴 뿐
[사설] 이제 남은 것은 의료시스템 붕괴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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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5.27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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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복지부에 따르면 주요 선진국들은 최근 20여년간 의대 정원을 대폭 늘려왔다. 미국은 2000년 1만 8000명에서 2021년 2만 8000명으로 57%(1만 명), 영국은 2000년 5700명에서 2021년 1만 1000명으로 93%(5300명), 프랑스는 2000년 3850명에서 2020년 1만 명으로 160%(6150명)를 각각 증원했다.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주목할 대목은 증원 기간이다. 주요 선진국들은 당시 연간 의대 정원의 2.6%~8%에 해당하는 학생 수만큼 20년, 21년에 걸쳐 매년 조금씩 늘렸다.

선진국들은 왜 일년에 10% 이하라는 적은 숫자로 의대 입학정원을 늘린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10%가 넘는 숫자를 단 기간에 늘리면 의학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처럼 정원의 65%를 한꺼번에 증원하는 나라는 후진국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이들 국가는 국가 구성원들의 폭넓은 공감대 형성 과정을 통해 의사수를 늘렸다. 국민들을 설득하고 의료 공급자인 의사들과도 사전에 충분히 논의했기에 반발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우리의 의대증원은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 형국이다. 과연 이런 식의 의대증원으로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문제 해결은커녕, 긁어 부스럼만 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기존의 의대생과 전공의, 교수들까지 학교와 진료현장을 떠나게 하는 정부가 무슨 수로 의사를 늘린다는 말인가. 정부 주장은 말 그대로 모순 투성이다.   

우선 현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은 의사 설득에서부터 실패했다. 의대생을 늘린다고 교수 인력마저 하루 아침에 증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의학 교육의 이해도를 높이려면 의사자격(MD)이 있는 기초의학 교수가 필요하다. 그런데 최근 3년간 전국에서 신규 임용된 MD 기초의학 교수는 118명에 불과했다. 연간 40명에도 못미친다. 이는 지금도 MD 기초의학 교수가 턱없이 부족함을 의미한다. 의대 교수는 절반을 MD 기초의학 교수로 채워야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계획대로 매년 의대생 2000명을 증원하면 기초의학교수 숫자는 더욱 부족할 수밖에 없다. 특히 기초의학 MD교수는 심각한 인력난에 허덕일 게 자명하다. 이런 현상은 비수도권 국립대학에서 가장 심각하다. 결국 비수도권의 경우, 부실한 의학교육과 부실한 의사 배출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의학교육에서 기초의학 MD교수는 임상연계 교육, 임상기초 통합적 이해, 높은 의학교육 이해도 등을 고려했을 때 반드시 필요한 인력이다. 교육 인프라가 제아무리 잘 되어 있다고 전제해도 이들을 가르칠 핵심 교수인력이 없다면 의대증원은 무용지물이다. 

최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10% 이상 증원 대상인 30개 의과대학 교수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전의교협은 의대 증원 시 건물, 시설, 교수, 교육병원, 전체역량 등 5개 항목의 교육 여건이 충분한 지 물었다. 그 결과, 응답자 1031명 중 95% 정도가 “그렇지 않다”와 매우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이 설문대로라면, 정부는 현재 거의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대 정원 증원을 밀어붙이고 있는 셈이다.

급작스런 의대 증원 문제는 단순히 의사수의 적고 많음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대한민국의 의료시스템을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미 대학병원에는 파산의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지금 같은 상황이 앞으로 1년만 더 길어지면 한국 의료체계의 붕괴는 피하기 어렵다. 이는 곧 천문학적 의료비가 소요되는 미국식 의료시스템으로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두렵기까지 하다.

정부는 올해 2월 급작스럽게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을 발표했다. 그 과정에서 그 누구의 의견도 제대로 듣지 않았고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전격적이고 독단적이었다. 이런 정권은 헌정사에도 없었다. 그로 인한 불행은 멋모르고 의대증원을 찬성했던 우리 국민들이 고스란히 감당해야할 몫이다.

단언컨대 이 정부는 결코 의대 증원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의사 등 의료계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은 그래서 더 속이 타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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