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의 날갯짓이 만들어낸 태풍 ... 추락하는 한국의료 [하]
나비의 날갯짓이 만들어낸 태풍 ... 추락하는 한국의료 [하]
  • 유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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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4.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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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 전공의들이 15일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의 경질 촉구와 공수처 고발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4.15]
사직 전공의들이 15일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의 경질 촉구와 공수처 고발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4.15]

[헬스코리아뉴스 / 유지인]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및 필수의료패키지 정책으로 촉발된 의료대란이 두 달 넘게 지속되고 있다. 무려 1만 2000여명에 달하는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도 1만 명 이상이 휴학계를 제출하고 수업을 거부하고 있다.

전공의와 학생뿐 아니다. 교수들도 집단사직 대열에 동참, 환자 진료와 수술이 점차 차질을 빚는 등 의료현장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총체적 난국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대로 가면 한국의료체계 붕괴는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윤석열 정부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 모습이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우수한 의료인력 손실이다. 전공의 집단사직 무엇이 문제인지, 2회에 걸쳐 조명했다. [편집자 글]  

상: 한국의사 내쫓고 외국의사 수입? ... 전공의들 한국 탈출 시도 러시

하: “해외 의사면허 취득 불가능” ... 복지부 주장 사실일가?

 

“해외 의사면허 취득 불가능” ... 복지부 주장 사실일가?

전공의들이 한국을 떠나 미국 등 해외 의사 면허를 취득하려는 것에 대해 박민수 복지부 차관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는 전공의들의 복귀를 압박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지만, 오히려 젊은 의사들의 반발을 불러와 외국의사면허 취득에 더욱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 

그렇다면 복지부 주장은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부는 맞지만, 전공의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해외 면허 취득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아무리 정부가 전공의들의 해외 유출을 막으려고 해도 면허정지나 면허취소 등의 행정적 처분이 없다면 ‘합법적’으로 막을 수 있는 길은 없다는 것이다.  

우선 한국의 의사면허 소유자가 미국 시민권이나 영주권이 없는 상태에서 미국의사가 되려면 'J-1'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 한국 의대 졸업자가 3차에 걸친 미국 의사면허 시험에 통과하고 레지던트(전공의) 수련 기간 동안 이 비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미국의 외국의대졸업생교육위원회(ECFMG)는 비자 신청자에게 자국 보건당국의 해외수련추천서(SoN·Statement of Need)를 요구한다. 우리나라는 보건복지부가 이 업무를 맡고 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최근 복지부가 사직 전공의들을 압박하기 위해 국내 의과대학 졸업생들의 해외 수련추천서(SoN)를 고의로 발급하지 않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전공의 사직 사태와 관련, 현재 복지부가 3개월 의사면허 정지를 통보한 전공의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행정처분 자체가 유예된 상태다. 

따라서 정부가 고의적으로 추전서 발급을 방해하지 않는다면, 대다수 전공의가 미국 의사면허시험에 도전하는 것 자체를 막을 수는 없는 셈이다. 

서울 강남의 한 미국 유학원 관계자는 “만약 복지부 장관이 정상적 절차에 의해 신청된 추천서에 도장을 찍어주지 않겠다고 한다면 추후에 국제적 문제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며, “한국의대 전공의들의 영어실력과 임상실력이라면 충분히 미국 의사면허를 취득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의사면허시험(USMLE)이 현실적으로 녹록한 것은 아니다. 미국의사면허시험(USMLE) 코리아 통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서 1, 2, 3차 면허 시험을 모두 통과한 사람은 전체 800명의 응시자 중 3.1%인 25명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공의 등 젊은 의사들이 미국 의사시험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다름아니다. 미국 의사면허를 인정해주는 나라가 70~80개국에 달하는데다 의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급여도 매우 높기 때문이다.

외국 의대출신 의사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현실도 고무적이다. 미국 의사 4명 중 1명은 외국 의대 출신이다. 미국의과대학협회(AAMC)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20만 3500명의 의사가 미국과 캐나다를 제외한 다른 나라 의대 출신이다. 외국 의대 출신 의사가 2004년에 비해 30% 정도 늘어난 결과다. 

이는 미국에서 필수의료 및 지역의사수가 그만큼 부족하기 때문이다. AAMC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1차 진료(primary care) 의사는 1만 7000명, 정신과 전문의는 8000명 정도가 부족하다. AAMC는 오는 2034년까지 미국의 부족한 의사수가 12만 4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늘어난 외국 의대 출신 의사는 상당수가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수요를 감당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대 출신자들이 미국이 필요로 하는 진료과목에 응시한다면 미국의사면허 취득의 문이 바늘구멍처럼 좁지는 않다는 것이 의료계의 설명이다.

주목할만한 부분은 미국의 여러 주정부가 외국 의대 출신 의사 유치전에 발벗고 나선다는 점이다. 한국 의대 졸업자에게 가장 큰 장애물이었던 USMLE을 면제해 주는 프로그램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플로리다주는 올해 3월, 외국 의대 출신이 자국에서 전공의 과정을 마쳤거나 4년 이상 근무했을 경우 관내 병원에서 일할 수 있는 '임시의사 면허증'을 주고, 2년 뒤에 완전한 면허증을 발급해주는 법을 제정했다. 버지니아와 위스콘신주 의회도 최근 이와 유사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밖에 아이다호주와 애리조나주 등 다른 여러주가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유사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테네시주는 2025년부터 외국 의대 출신자에게 2년 동안 미국 의사의 감독을 받으면서 일하는 임시의사 면허증을 주고, 이후 완전한 의사 면허를 주는 법을 시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 각국이 의사부족으로 치열한 외국의사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며 “한국정부가 추천서를 통해 의사들의 해외진출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라고 경고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아무리 정부에서 전공의의 해외 유출을 막으려고 한들, ‘합법적으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라며, “우리나라 면허는 선진국에서 인정되는 경우가 얼마 없기 때문에 면허를 인정해주는 개발도상국 근무까지도 생각하는 후배들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소수의 전공의에서 비롯된 ‘나비의 날갯짓’은 거대한 태풍이 되어 예비의사인 의대생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 한국의대생단체 투비닥터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그동안 해외 진출을 고려 중인 의대생은 1.9%에 그쳤지만, 의대 정원 증원 발표 이후 41.3%로 증가했다. 해외 진출을 고려 중인 국가는 미국(67.1%)이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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