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항암 신약 및 희귀의약품에 특화된 우리나라 바이오 회사 제이인츠바이오(J Ints Bio)가 현재 비소세포폐암(NSCLC)의 표준 요법으로 자리매김한 ‘타그리소(Tagrisso, 성분명:오시머티닙·osimertinib)’의 치료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4세대 국산 표적 치료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13일 제이인츠바이오에 따르면, 이 회사의 4세대 NSCLC 표적 치료제 ‘JIN-A02’에 대한 임상 1/2상 시험의 구체적인 설계 내용이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2023년 세계폐암학회 국제학술회의(WCLC)에서 공개됐다.
해당 임상 시험은 EGFR 돌연변이 양성,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JIN-A02’의 안전성 및 내약성, 약동학, 항종양 활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시험은 용량 증량(파트 A), 용량 탐색(파트 B), 용량 확장(파트 C) 등 총 3개의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파트 A에서는 28일 주기로 투약된 ‘JIN-A02’ 단독요법의 안전성을 평가하여 효능 용량을 결정한다. 파트 B에서는 용량 증량 파트에서 도출된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의 규모를 확장하여 더 많은 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동일한 방식으로 ‘JIN-A02’를 평가하여 2개의 추가 용량을 선정한다.
이후 최대 내약용량(MTD)을 확인해 임상 2상 권장 용량(RP2D)이 결정되면, 파트 C를 개시하여 EGFR 변이 및 뇌 전이 상태에 따라 환자를 5개 코호트로 분류하여 연구를 진행한다.
제이인츠바이오는 지난해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은 데 이어 올해 3월과 5월에는 각각 한국과 태국에서도 IND 승인을 획득한 바 있다. 지난 7월에는 첫 번째 환자에게 ‘JIN-A02’를 투약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2023년 9월 11일 기준 총 3명의 환자가 파트 A에서 ‘JIN-A02’의 용량 1단계에 대한 MTD 평가를 마쳤다. 현재까지 용량 제한 독성(DLT), 치료 관련 이상반응, 임상적 질병 진행이 관찰되지 않았다. 제이인츠바이오는 총 150명의 환자를 모집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국립보건원 운영 임상시험정보사이트 ClinicalTrials.gov에 게재된 ‘JIN-A02’의 임상 정보를 살펴보면, 이 임상은 내년 7월 1차 평가변수를 도출하고 2025년 11년에 최종 완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JIN-A02’의 치료 효능은 내년 중반 쯤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NSCLC 4세대 표적 치료제 개발 열기 후끈
전체 비소세포폐암 중 10~15%는 EGFR 변이인 것으로 추정된다. EGFR은 세포 밖 신호를 내부로 전달하는 단백질로, 총 28개의 엑손(Exon, 단백질 합성 정보를 가지고 있는 DNA 분자의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EGFR에 돌연변이(L858R 및 Del19)가 생기면 세포 신호 전달 과정에 이상이 발생하면서 NSCLC가 유발된다.
제약 업체들은 L858R 및 Del19 변이를 겨냥할 수 있는 1·2세대 표적 치료제를 선보였지만, 이후 약 40~60% 환자에서 T790M(트레오닌 790) 변이 내성이 발생하면서 치료에 불응하기 시작했다.
T790M 변이는 엑손 20의 790번째 아미노산인 친수성 트레오닌(Threonine)이 소수성 메치오닌(Methionine)으로 변화돼 생기는 것으로, 암세포의 에너지원인 ATP(아데노신삼인산) 결합 부위에 영향을 끼쳐 표적 치료제가 암세포에 결합하지 못한다. T790M 내성을 극복하기 위한 3세대 표적 치료제로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AZ)의 ‘타그리소’와 ▲우리나라 유한양행의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lazertinib)’가 있다.
하지만, 암세포 특유의 무제한적 증식으로 인해 3세대 치료제에 저항할 수 있는 EGFR의 하위 돌연변이인 C797S 변이가 발생했다. 이 변이는 EGFR 도메인의 코돈(유전 물질에 암호화된 정보를 단백질로 변환하는 데 사용하는 DNA 또는 RNA 서열) 797의 시스테인(Cysteine)이 세린(Serine)으로 전환되고, 치료제의 ATP 결합을 방해한다.
3세대 표적 치료제 투약 6~14개월 후 약 30% 환자는 약물 내성이 나타나며 치료제의 암세포 결합력은 100~1000배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C797S 변이까지 발생한 NSCLC 유형을 삼중 변이 NSCLC로 명명했다.
제약 기업들은 C797S 변이를 표적할 수 있는 4세대 표적 항암 신약 개발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제이인츠바이오도 3세대 표적 치료제의 치료 내성을 극복할 수 있는 4세대 표적 치료제 ‘JIN-A02’의 개발에 나선 것이다.
‘JIN-A02’은 경구용 EGFR 티로신 키나제 억제제(EGFR-TKI)로, 3세대 표적 치료에 내성을 유발하는 C797S 변이에 강력한 선택성을 바탕으로 가역적으로 결합하는 약물이다. 전임상 연구에서 ‘JIN-A02’는 ‘타그리소’에 내성을 보이는 EGFR 돌연변이 NSCLC에서 단독요법으로서 강력한 항종양 활성을 입증했다.
제이인츠바이오는 ‘JIN-A02’의 희귀의약품 지정을 통해 조건부 판매 허가를 취득할 수 있는 신속 승인(Acclerated Approval) 경로를 확보하고, 글로벌 시장에 신속하게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4세대 표적 치료제로 개발 중인 경쟁 약물은 ▲미국 블랙 다이아몬드 테라퓨틱스(Black Diamond Therapeutics)의 ‘BDTX-1535’ ▲미국 블루프린트 메디슨(Blueprint Medicines)의 ‘BLU-525’ ▲우리나라 브릿지바이오의 ‘BBT-207’가 있다.
이중 우리나라 브릿지바이오의 ‘BBT-207’는 C797S 양성 변이를 선택적으로 저해하는 4세대 EGFR TKI 제제이다. 브릿지바이오가 독자적으로 발굴한 최초의 후보물질이다. 미국 FDA는 올해 4월, ‘BBT-207’의 1상 IND을 승인한 바 있다.
최근 미국암연구학회(AACR) 2023 연례회의에서 발표된 전임상 데이터에 따르면, ‘BBT-207’는 C797S 변이를 포함해 비소세포폐암의 광범위한 EGFR 돌연변이에 대한 항종양 예비 효능을 입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