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철옹성 같던 ‘릭시아나’의 물질특허가 국내 중소 제약사에 의해 공략됐다. 주인공은 개량신약 및 제제 개발 전문 업체인 엔비피헬스케어(구 네비팜)로, 대법원 판결에 따라 사장됐던 연장된 존속기간 회피 전략을 성공시켜 더욱 관심이 쏠린다.

엔비피헬스케어는 지난해 다이이찌산쿄의 ‘디아민 유도체’ 특허에 대해 제기한 소극적권리범위확인심판과 관련, 최근 특허심판원으로부터 청구성립 심결을 받았다.

‘디아민 유도체’ 특허는 ‘릭시아나’의 물질특허다. 당초 존속기간 만료일은 2022년 6월 20일이었으나, 다이이찌산쿄가 해당 특허의 권리범위를 구체화하는 청구항 중 28항, 29항, 30항, 43항, 44항, 45항 등 6개 핵심 청구항에 대해 존속기간 연장을 신청하면서 이들 특허 청구항은 존속기간이 2026년 11월 10일로 4년 5개월가량 늘어났다.

엔비피헬스케어는 자사가 개발하려는 제품이 다이이찌산쿄가 존속기간을 연장한 이들 6개 청구항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주장했고, 특허심판원은 이를 받아들여 청구성립 심결을 했다.

엔비피헬스케어가 심판을 청구하기에 앞서 지난 2018년 보령(구 보령제약), 제뉴원사이언스(구 콜마파마), HK이노엔(구 CJ헬스케어), 종근당, 한국휴텍스제약, 삼진제약, 한미약품, 제뉴원사이언스(구 한국콜마 제약사업부), 종근당 등 8개 제약사가 이와 같은 전략으로 ‘릭시아나’ 물질특허에 도전했으나, 보령, 한미약품, 종근당 등 3개 회사는 심판을 중도에 취하했고, 한국콜마, 제뉴원사이언스, HK이노엔, 한국휴텍스제약, 삼진제약 등 5개 회사는 기각 심결을 받았다.

이 중 기각 심결을 받은 5개 제약사는 특허법원 항소도 포기했다. 심판을 진행 중이던 지난 2019년 1월 대법원이 존속기간이 연장된 물질특허의 회피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결을 한 뒤부터 그동안 존속기간 연장 특허의 회피를 폭넓게 인정하던 특허심판원과 특허법원이 관련 심판이나 소송을 모두 기각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조는 최근까지도 유지됐는데, 엔비피헬스케어가 이를 뒤집고 특허심판원에서 존속기간이 연장된 물질특허 회피에 성공하며 ‘릭시아나’ 물질특허 도전에 성공한 첫 제약사가 됐다.

업계에 따르면, 엔비피헬스케어는 자체적으로 의약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아니다. 대신, 특허도전을 통해 제네릭이나 개량신약 등을 개발한 뒤 판권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릭시아나’의 특허가 아직 3년 넘게 남은 만큼, 회사 측이 특허도전을 마무리한 뒤 ‘릭시아나’ 제네릭을 개발하면 많은 제약사가 관심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 판결 이후 제약업계가 일제히 손을 뗐던 존속기간이 연장된 물질특허 회피 전략을 다시 성공시킨 회사가 다시 나온 만큼, ‘릭시아나’ 물질특허에 도전하는 새로운 도전자가 등장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약품 특허목록에 등재된 ‘릭시아나’ 특허는 물질특허와 조성물특허(2028년 8월 만료) 단 두 개다. 이들 특허 공략에 성공하면 우선판매품목허가를 받아 제네릭 시장을 9개월간 독점할 수 있다.

‘릭시아나’ 조성물 특허는 이미 한국콜마, 보령, 제뉴원사이언스, HK이노엔, 한국휴텍스제약, 한미약품, 종근당, 삼진제약, 동아에스티, 신일제약 등 10개 제약사가 회피에 성공한 바 있다. 이 중 동아에스티, 신일제약, 제뉴원사이언스, 한국휴텍스제약 등은 제네릭 품목허가도 획득, 물질특허 공략에만 성공하면 제품을 바로 출시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허심판원의 이번 심결로 제약업계의 관심은 법원의 판결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릭시아나’의 원외처방액이 900억원에 육박하는 만큼, 다이이찌산쿄의 항소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기 때문이다.

특히 존속기간이 연장된 물질특허의 회피를 인정했던 특허심판원의 심결과 특허법원의 판결을 대법원이 뒤집은 사례가 있는 만큼, 법원이 기존 판단을 유지할지, 아니면 새로운 판례를 선보일지에 업계의 촉각이 곤두설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특허심판원의 이번 심결은 ‘릭시아나’ 제네릭 시장에 진출하려는 국내 제약업계에 새로운 도전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다만, 현재로서는 법원의 판단이 특허심판원과 같을지 알 수 없는 만큼, 다이이찌산쿄의 항소 여부와 향후 법원의 판단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릭시아나’는 국내 비타민K 비의존성 경구용 항응고제(NOAC, Non-vitamin K Antagonist Oral Anticoagulant) 시장에서 가장 많은 처방액을 기록 중인 약물로, 지난해 890억원(유비스트 기준)의 원외처방액을 달성했다. BMS ‘엘리퀴스’(706억원), 바이엘 ‘자렐토’(468억원), 베링거인겔하임 ‘프라닥사’(122억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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