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1년 1월 24일 백인제 박사에 의해 설립된 백병원 모습. [사진=인제대학교 백병원]](/news/photo/202306/333377_217006_2521.png)
[헬스코리아뉴스 / 박원진] 올해로 개원 82년이 된 서울백병원이 폐원 수순을 밟게 됐다. 오랜기간 경영난에 시달려온 탓이다. 근로자들은 일방적인 폐원을 인정할 수 없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학교법인 인제학원 이사회는 20일 오후 서울 중구 소재 서울백병원에서 이사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병원 폐원을 결정했다. 이달 초 경영정상화 태스크포스(TF)가 제안한 ‘서울백병원 폐원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이로써 1941년 1월 24일 백인제 박사에 의해 설립된 서울백병원은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폐원 이유는 경영난으로 알려졌다. 서울백병원은 지난 2004년부터 20여 년간 누적 적자가 1745억원에 달할 정도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학교법인 인제학원은 서울백병원 외에도 상계, 일산, 부산, 해운대병원 등 5개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이사회의 최종 폐원 결정 소식을 접한 근로자들은 망연자실하는 분위기다.
근로자들의 권익보호 단체인 백병원 노조는 이날 폐원 결정 관련 입장문을 통해 “학교측의 일방적인 폐원 결정을 인정할 수 없다”며, “강력한 철회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재단, 병원, 교수, 노동조합이 망라된 민주적인 논의 테이블 구성도 추진키로 했다.
노조는 “병원 폐원은 구성원들에게 생존권의 문제이며 지역사회에는 도심 의료 공백 현상을 초래할 것”이라며, “폐원과 관련한 구체적인 사안은 아무것도 제시되지 않았다”고 이사회 결정을 비판했다.
노조는 특히 “학교법인측의 병원 폐원 결정은 아무런 논의 없이 깜깜이로 진행되었다”며, “경영정상화 방안 논의와 함께 폐원 결정 철회를 위한 투쟁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서울백병원 폐원 결정과 관련, 병원계는 터질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서울 은평구의 한 중소병원 관계자는 20일 헬스코리아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형병원 환자 쏠림현상과 정부의 저수가 정책으로 인해 지방병원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며, “이는 서울도 다르지 않다. 앞으로 더 많은 병원이 폐원의 길을 걷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서울백병원이 당장 문을 닫는 것은 아니다. 고용 승계와 환자 전원 등의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인제의료원은 의료인력을 상계·일산백병원 등으로 옮겨 고용을 유지하고, 치료 중인 환자들은 전원한다는 방침이다. 병원 부지는 매각하거나 병원이 아닌 수익사업 추진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병원이 아닌 수익사업 추진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의료공백을 우려해 서울백병원 부지를 다른 시설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종합의료시설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