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들의 의약품 개발 역사는 질병과 싸워 온 인류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우리 기업들에는 좋은 참고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2022년 기준 연구 개발(R&D) 투자 규모가 가장 큰 기업은 스위스계 제약바이오기업인 로슈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제약사들의 R&D 투자 전체 규모는 전년 대비 소폭 감소한 가운데, 스위스 로슈(Roche)는 2020년부터 3년 연속 투자 규모 1위를 유지했다. 2021년 10위권에 들지 못했던 프랑스 사노피(Sanofi)는 1년만에 다시 10위권(9위)에 진입했다.
미국 제약·바이오 전문 매체 피어스 바이오텍(Fierce Biotech)에 따르면, 2022년 R&D 10위권 제약사들의 투자 규모 총 합산액은 1043억 2000만 달러(한화 약 135조 8768억 원)로, 전년(1081억 달러, 140조 8002억 원) 대비 약 3.4% 감소했다.
로슈의 2022년 R&D 투자액은 147억 1000만 달러로 전년 161억 달러에서 소폭 줄어들었지만, 지난 2020년부터 3년간 제약 R&D에 가장 많은 비용을 지출한 기업이 됐다. 하지만, 투자 금액 대비 성과는 미흡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가장 주목을 받았던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물질 ▲‘크레네주맙’(crenezumab)과 ▲‘간테네루맙’(gantenerumab), 그리고 신계열 면역항암제 ▲TIGIT 억제제 ‘티라골루맙’(tiragolumab) 모두 임상 실패로 막을 내렸기 때문이다.
전년 대비 투자 증가율이 두 자리수를 기록한 기업은 △미국 머크(Merck, MSD, 10.6%↑) △미국 화이자(Pfizer, 10.0%↑) △프랑스 사노피(18.0%↑)였다. 이중 머크와 화이자의 지출 증가는 수익성 다각화라는 압박의 결과라는 평이 나온다.
135억 5000만 달러를 투자한 머크의 경우, 자사의 PD-1 면역관문 억제제 ‘키트루다’(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pembrolizumab)는 한화로 10조 원을 넘어서며 항암제 시장을 주름잡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성장했지만, 다가오는 특허 만료는 머크에게 큰 고심을 안겨준다. ‘키트루다’는 2028년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는데, 머크의 2021년 총 매출액 487억 400만 달러 가운데 ‘키트루다’가 차지하는 비중은 35%에 달한다. 이의 일환으로 이 회사는 지난해 약 100개 이상의 임상 2~3상 시험에 수십억 달러를 투입했다.
지난해 114억 3000만 달러를 R&D에 투자한 화이자의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해 화이자의 전체 매출(1003억 3000만 달러)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제품군은 단연 코로나19 의약품이었다. 코로나19 백신 ‘코미나티’(Comirnaty)는 265억 달러,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Paxlovid, 성분명: 니르마트넬비르·nirmatrelvir)는 170억 달러로, 총 합산 매출액 335억 달러를 기록했다. 코로나 관련 품목으로만 전체 매출의 44%를 달성한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 유행도 엔데믹을 향해 가면서 화이자로서는 새로운 캐시카우 창출이 절실했던 것이다. 이에 회사 측은 향후 1년 6개월간 18~19개의 제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사노피는 2022년 가장 높은 R&D 투자 증가율을 보였다. 전년 57억 9000만 달러에서 18% 늘어난 70억 6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R&D 비용이 이처럼 증가한 것은 그동안 야심차게 준비한 ▲A형 혈우병 치료제 ‘알투비오’(Altuviiio, 성분명: 재조합 Willebrand 인자·VWF)와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백신 ‘베이포르투스’(Beyfortus, 성분명: 니르세비맙·nirsevimab)에 대한 투자금이 증액됐기 때문이다.
‘알투비오’는 지난달 23일(현지 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A형 혈우병 치료제로 승인을 받았다. ‘베이포르투스’는 지난해 9월 유럽 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의 허가 권고를 확보하면서 가장 먼저 유럽 시장 상륙 채비에 나서고 있다.
반면, 미국 BMS(Bristol Myers Squibb)는 R&D 투자비용 감소폭이 가장 컸다. BMS는 전년 113억 달러에서 15% 줄어든 95억 달러를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는 지난 2월 2022년 실적 발표에서 “투자금 감소는 경영에 있어 자연적인 현상”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업계는 BMS가 R&D를 협력사에 외주함에 따라 비용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례로, BMS의 CAR-T 치료제 ‘아베크마’(Abecma, 성분명: 이데캅타진 비클류셀·idecabtagene vicleucel)는 미국 블루버드 바이오(BluebirdBio)와 공동 개발한 것이다.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 연구개발(R&D) 투자 상위 10위 기업>
업체 |
2022년 |
2021년 |
전년 대비 증감율(%) |
||||
매출액(달러) |
연구개발비(달러) |
R&D 투자 비율(%) |
매출액(달러) |
연구개발비(달러) |
R&D 투자 비율(%) |
||
①로슈 |
662억 600만 |
147억 1000만 |
22.0 |
714억 |
161억 |
23.0 |
-8.6 |
②J&J(존슨앤드존슨, 얀센) |
949억 4000만 |
146억 |
15.4 |
938억 |
147억 |
16.0 |
-0.8 |
③머크 |
592억 8000만 |
135억 5000만 |
23.0 |
487억 |
122억 |
25.0 |
10.6 |
④화이자 |
1003억 3000만 |
114억 3000만 |
11.4 |
813억 |
138억 |
17.0 |
10.0 |
⑤노바티스 |
505억 5000만 |
100억 |
20.0 |
516억 |
90억 |
17.0 |
5.0 |
⑥아스트라제네카 |
443억 5000만 |
97억 6000만 |
22.0 |
374억 |
97억 |
26.0 |
0.3 |
⑦BMS |
461억 6000만 |
95억 1000만 |
21.0 |
464억 |
113억 |
24.0 |
-15.0 |
⑧릴리 |
285억 4000만 |
71억 9000만 |
25.0 |
283억 |
70억 |
25.0 |
4.0 |
⑨사노피 |
452억 2000만 |
70억 6000만 |
16.0 |
408억 7200만 |
57억 9000만 |
14.0 |
18.0 |
⑩애브비 |
580억 5000만 |
65억 1000만 |
11.2 |
562억 |
71억 |
13.0 |
-6.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