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국민연금이 어마어마한 손실을 기록했다는 소식은 충격 그 자체다. 수익을 내도 부족할 판에 무려 80조원을 잃었다니,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2022년도 국민연금기금 운용 수익률은 -8.22%다. 자산별 수익률은 국내주식 -22.76%, 해외주식 -12.34%, 국내채권 -5.56%, 해외채권 -4.91% 등 일제히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대체투자 수익률만 8.94%를 기록해 유일하게 증가했다. 말 그대로 역대 최악의 성적표다.
국민연금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2008년 -0.18%, 2018년 -0.92% 정도였다. -8%는 1988년 연금제도 도입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기준 적립금은 890조 5000억 원으로, 900조 원 아래로 떨어졌다. 한 해 동안 79조 6000억 원을 까먹은 결과다.
국민연금측은 인플레이션 심화에 따른 미국의 공격적 긴축 정책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 경색 등을 투자 손실 이유로 꼽았다.
국민연금 측은 “통상 위험자산인 주식과 안전자산인 채권은 반대로 움직이며 서로 보완하는 경향이 있으나, 지난해에는 주식과 채권이 동반 하락하는 기현상을 보였다”며, “주식·채권이 동시에 대폭 하락한 것은 국내에서 2001년 이후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해명으로 연금고갈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천문학적 손실을 입히고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도 없는 현실이 암울한 미래를 보여주는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최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상근전문위원으로 검사 출신인 한석훈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한다. 국민연금 상근전문위원회는 국민연금의 투자기업 주주권을 자문하는 기구로, 주로 금융·회계 전문가가 맡아왔던 점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야권에서는 “국민연금까지 전문성 없는 검찰 출신으로 채우고 있다”며, “검사공화국, 만사검통”이라는 비판이 쏟아지지만,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그렇지 않아도 연금고갈의 시기가 갈수록 앞당겨지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마당에, 기금운용 전문가들은 대거 이탈하고 이제는 그 자리를 검찰출신이 꿰차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으니 올해는 또 얼마나 적자를 기록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연금개혁도 좋고 투자 수익을 올리는 것도 좋지만, 어떤 일이 있어도 있는 돈을 까먹는 일만은 없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