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새로운 파브리병 치료제 ‘PRX-102’(성분명: 페구니갈시다제 알파·pegunigalsidase alfa)의 유럽 승인에 청신호가 켜졌다.
이스라엘 프로탤릭스 바이오테라퓨틱스(Protalix BioTherapeutics)는 유럽 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가 자사의 파브리병 치료제 ‘PRX-102’의 허가를 권고했다고 지난 24일(현지 시간) 밝혔다. 유럽 집행위원회(EC) ‘PRX-102’의 정식 승인 여부는 오는 5월까지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된다.
‘PRX-102’은 페길화(PEGylated) 약물전달기술을 통해 식물 세포에서 배양된 α-갈락토시다아제(α-galactosidase A, α-gal A)의 체내 안정성을 증가시킨 약물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임상에서 관찰된 ‘PRX-102’의 반감기는 약 80시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CHMP의 ‘PRX-102’ 승인 권고는 파브리병에 대한 ‘PRX-102’를 평가한 여러 건의 임상(시험명: BALANCE, BRIDGE, BRIGHT 등) 데이터를 근거로 이뤄졌다. 이중 파브리병으로 인해 신장 기능 저하가 발생한 77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24개월간 기존 치료제와 ‘PRX-102’을 대조 평가한 BALANCE 3상 결과, ‘PRX-102’은 기존 요법 대비 비열등성을 입증하면서 시험의 목표를 달성했다.
이날 드로르 바샨(Dror Bashan) 프로탤릭스 최고경영자는 “‘PRX-102’의 유럽 승인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진 것에 대해 기쁘다”며 “EC의 최종 결정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파브리병은 리소좀 내 소기관에서 특정한 당지질 대사에 필요한 효소인 α-갈락토시다아제가 결핍돼 혈관벽에서 당지질이 진행성으로 축적, 조직과 기관의 기능이 손상되는 희귀 유전성 대사 질환이다. 발생 빈도는 약 12만명당 1명꼴이다.
땀감소증, 선단지각이상증, 심한 통증, 혈관각화종 등이 대표적인 증상으로, 각막혼탁, 심장허혈, 심근경색증, 신장이상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증세들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심해지고,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신장이 제 기능을 못하게 돼 사망에 이른다.
파브리병은 과거 뚜렷한 치료제가 없어서 합병증을 관리하는 대증요법이 전부였는데, 프랑스 사노피(Sanofi)가 지난 2001년 유럽, 2003년 미국에서 2주 1회 정맥 주사 효소대체요법(ERT)인 ‘파브라자임’(Fabrazyme, 성분명: 아갈시다제 베타·agalsidase beta)을 허가를 받으면서 최초의 파브리병 치료제가 탄생했다. 우리나라 식약처는 지난 2013년 1월 ‘파브라자임’을 허가했다.
‘파브라자임’은 투약군의 40~70%가 아갈시다제 베타에 대한 항원 항체 반응으로 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프로탤릭스 측은 이 같은 항체 반응으로 인해 ‘파브라자임’에 불응하는 환자의 미충족 의료 수요를 ‘PRX-102’이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프로탤릭스는 시장 저변 확대를 위해 지난 2017년에 이탈리아 제약기업 키에지(Chiesi Group)와 ‘PRX-102’에 대한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 따라 키에지는 미국 시장에서의 ‘PRX-102’의 판권을 확보했다.
키에지는 202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PRX-102’에 대한 생물학적제제 허가 신청(BLA)을 제출했으나, 이듬해 4월 FDA가 ‘PRX-102’의 이스라엘 제조시설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승인이 한 차례 거절된 바 있다.
이후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 FDA에 ‘PRX-102’의 BLA 다시 제출했다. 이에 따라 FDA는 오는 5월까지 허가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FDA 심사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PRX-102’는 올해 5월 유럽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사용 허가를 받는 겹경사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