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도 넘은 다국적제약사 특허권 남용
[사설] 도 넘은 다국적제약사 특허권 남용
美 특허청, 머크 ‘키트루다’ 특허방어 조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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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2.24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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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다국적 제약사들의 약물 특허권 남용문제가 또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반복적인 쪼개기 특허를 통해 특정 약물의 시장 독점권을 과도하게 늘리는 것인데, 고질적 병폐임에도 쉽게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미국 머크(Merck,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pembrolizumab)’가 이슈의 한 복판에 섰다.  

미국 엘리자베스 워렌(Elizabeth Warren) 상원의원은 지난 22일 미국 특허청(PTO)에 서한을 보내 MSD의 ‘키트루다’ 특허보호 연장 조치를 비판하며, 직권 조사를 촉구했다. ‘키트루다’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의약품 1순위에 오른 PD-1 억제제 계열의 항암제로, 특허가 연장되는 만큼, 환자들의 약값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국가의 보험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이를 방증하듯 이번 서한에는 버나드 샌더스 상원의원, 캐티 포터 하원의원, 프라밀라 자야팔 하원의원 등 다수의 의원이 서명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한에는 2021년 10월까지 ‘키트루다’와 관련 129개의 특허가 출원되었고 이로 인해 특허기간이 2036년 이후까지 연장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서한은 특허 애버그리닝(evergreening), 특허 덤불(patent thickets) 등 제약기업들이 특허시스템을 악용하는 광범위한 반경쟁적 실태를 지적하고 있다.

‘키트루다’는 머크의 최대 매출 품목으로 지난 2014년 9월 흑색종 치료제로 처음 FDA의 허가를 받은 이래 18개 암종으로 적응증을 확대했다. 현재 등록된 ‘키트루다’ 특허는 53개에 달한다. 머크측은 여기에 더해 129개의 특허를 추가로 출원했다. 이 특허의 절반 이상은 최초 허가 이후 출원된 것이다.

특히 ‘키트루다’의 핵심인 항체와는 관련없는 다른 적응증과 제형에 관련된 특허 출원이 74%에 달한다는 점에서 머크의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 어렵지 않게 짐작해 볼 수 있다. 만약 머크의 의도대로 피하제형에 대한 특허 출원이 등록될 경우 ‘키트루다’의 핵심특허 종료기간은 당초 예상했던 2028년이 아니라, 2036년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특정 약물의 특허독점 기간을 무려 35년이나 인정해 주는 것으로 이렇게 되면 환자들이 값싸게 투약할 수 있는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진입도 그만큼 미루어질 수밖에 없다.

35년간 특허독점권 행사? ... 돈 없는 환자 죽으라는 얘기

이것은 돈 없는 환자는 죽으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그렇지 않아도 ‘키트루다’는 제한된 경쟁으로 인해 출시된 지 5년만에 약값이 147%나 상승한 상황이다. 현재 미국에서 연간 약가는 16만 5308 달러(24일 환율 기준 약 2억 1501만 원) 달한다. 이는 고스란히 환자와 국가의 재정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지식재산변리사협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단일특허에 대한 특허소송비는 최대 400만 달러(한화 약 52억 원)까지 들고 블록버스터 의약품에는 보통 수십개의 특허로 보호되기 때문에 소송비용은 크게 늘어 결국 제네릭 및 바이오시밀러의 진입을 늦추게 된다.

기업의 끝없는 욕심, 치료도 빈익빈 부익부

올해 2월 2일, 머크가 발표한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지난해 전체 매출액은 전년 대비 22% 증가한 593억 달러(약 77조 2200억 원)를 기록했다. 이는 ‘키트루다’의 매출 상승 덕분이다. ‘키트루다’의 작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22% 증가한 209억 달러(27조 2160억 원)로, 머크 전체 매출액의 35.2%를 차지했다.

그렇지만, 욕심은 끝이 없다. 머크는 ‘키트루다’에 대해 모더나(Moderna)의 mRNA 암백신과 병행한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시젠(Seagen), 아스텔라스(Astellas) 등과도 암 치료를 위한 다양한 병용요법 개발을 진행하는 등 자체적으로 또는 외부기업과 적응증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수많은 쪼개기 특허를 통해 세계 의약품 시장을 쥐락펴락했던 애브비(Abbvie)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Humira, 성분명: 아달리무맙·Adalimumab’가 특권적 지위에서 쫒겨나자, 그 바통을 ‘키트루다’가 물려받는 형국이다. 전설적 블록버스터로 불리는 ‘휴미라’는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의 특허가 지난 2016년 만료될 예정이었으나, 애브비는 130개에 달하는 쪼개기 특허를 통해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진입을 막고 또 막았다. ‘휴미라’의 미국 특허가 만료된 것은 현지 시간 올해 1월 31일 0시를 기해서다. 단물을 빼먹을 만큼 다 빼먹고 난 이후였다. 

특정 약물의 과도한 특허독점은 천문학적 약값 부담 가중은 물론, 타 기업의 연구개발 동력을 떨어뜨림으로써, 결과적으로 더 우수한 약물 개발에 큰 장애가 되기 마련이다. 많은 사람들이 ‘키트루다’의 특허독점권 연장에 우려를 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특허청이 ‘키트루다’의 특허연장 추진에 어떤 결정을 내릴지 모르지만, 세계 최대 강국인 미국이 적어도 인권을 중요시하는 나라라면, 환자들의 고통을 더 이상 외면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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