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지엘드’, 자가면역질환 예방제 개발 초석될까
‘티지엘드’, 자가면역질환 예방제 개발 초석될까
전세계 최초 당뇨병 지연제 ... 자가면역질환 예방 청사진 제공

RA 및 MS서 질병 지연 요법 연구 개발 시작 ... 일부 효과 입증

지연제 개발 어려워 ... “임상 연구에만 최소 수년 소요돼”
  • 이충만
  • admin@hkn24.com
  • 승인 2023.02.2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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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인슐린주사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티지엘드’(Tzield, 성분명: 테플리주맙·teplizumab)를 승인하면서 전 세계 최초 제1형 당뇨병 지연제가 탄생했다. 제1형 당뇨병은 일종의 자가면역질환으로, 업계에서는 ‘티지엘드’의 승인이 자가면역질환에서 활용될 수 있는 예방약의 개발 길잡이를 제공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1형 당뇨병은 다섯 가지 유형의 당뇨병 관련 자가 항체가 면역 반응에 의해 췌장 속 베타 세포의 기능에 이상을 유발하고 이에따라 인슐린 생산에 문제가 생기는 질환이다. 인슐린 저항성으로 인해 인슐린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제2형 당뇨병에 비해 인슐린을 전혀 생산하지 못하는 것이 특징이다.

제1형 당뇨병 1기는 당뇨병 관련 자가 항체가 2개 이상 발견되지만, 정상 혈당 수치를 가진 단계다. 2기는 관련 항체가 2개 이상 발견됐고 혈당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단계로, 5년 내 인슐린 주사에 의존해야 하는 단계로 진입할 위험이 75%에 이른다. 3기는 이미 질병이 진행되어 다뇨증, 다갈증, 체중 감소, 피로, 당뇨병성 케톤산증(DKA) 등 전형적인 당뇨병 증상이 나타나는 단계를 말한다.

 

제1형 당뇨병 진행 단계 [사진=Nature]
제1형 당뇨병 진행 단계 [사진=Nature]

제1형 당뇨병에 대한 예방법 개발의 역사는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과학자들은 OKT3라고 불리는 항체 치료법의 프로토 타입을 선보였다. OKT3는 쥐에서 유래된 것으로, T세포의 표면에 결합하여 면역 체계의 세포 공격을 차단하는 기전이었다. 이후 1986년에는 신장 이식 후 장기 거부 반응 예방제로 승인되면서 인체에 사용 가능한 최초의 항체 치료제가 됐다. 

하지만, OKT3 고용량 제제는 사이토카인 폭풍 등 생명에 치명적인 합병증을 유발했으며, 시간이 지날 수록 예방 효과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자 본격적으로 상용화되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일부 연구원들은 OKT3의 기전에 착안하여 새로운 항체 치료제인 ‘테플리주맙’(teplizumab)을 선보였다. ‘테플리주맙’은 본래 미국 마크로제닉스(MacroGenics)와 릴리(Eli Lilly and Company)가 공동 개발했던 제1형 당뇨병 예방제였다. 췌장 속 베타 세포를 보호하여 정상적으로 인슐린을 생산하도록 설계됐다. 임상 연구의 경우 1999년부터 본격적으로 착수됐지만, 지난 2010년 3상 시험에서 실패하자 개발이 중단됐다. 

이후 미국 프로벤션 바이오(Provention Bio)는 2018년 ‘테플리주맙’을 인수하면서 개발을 재개했다. 이전 시험에서 ‘테플리주맙’은 비록 제1형 당뇨병을 예방하는 데에 실패했지만, 추가 하위 집합 분석 결과, T세포의 공격성을 마모시켜 췌장에서 인슐린을 생성하는 섬세포(랑게르한스섬: 인슐린, 글루카곤 등 혈류로 분비되는 호르몬을 생성하는 췌장 세포)를 상당히 보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나이가 어리거나 질병이 덜 진행된 환자에게서 더 효과적이었다.

이 회사는 이에 따라 기존의 개발 목표였던 제1형 당뇨병 예방에서 접근 전략을 제1형 당뇨병 발병 지연으로 전면 수정한 뒤 개발을 재개했다. 그리고 FDA는 2022년 11월 ‘티지엘드’라는 제품명으로 ‘테플리주맙’을 8세 이상의 제1형(소아) 당뇨병 환자의 3기 진행 지연제로 승인한 것이다. [아래 관련기사 참조]

 

자가면역질환 발병 지연하는 최초의 약물

‘티지엘드’의 FDA 승인은 제1형 당뇨병과 더불어 자가면역질환 치료 분야에서도 거둔 최대의 성과라는 평이 나온다. 인체 면역 체계의 활성을 조절하여 자가면역질환의 발병을 지연 혹은 예방할 수 있는 청사진을 제공해주었기 때문이다. 

폴 에머리(Paul Emery) 영국 리즈 대학(University of Leeds)의 류머티스학 박사는 “‘테플리주맙’은 자가면역질환 치료 패러다임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류마티스 관절염(RA) 및 다발성 경화증(MS) 분야의 전문가들은 ‘테플리주맙’을 모방하며 새로운 치료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가령, 질병의 전증상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설립하고, 예방 용법이 활용될 수 있는 구간을 규정하여 다양한 질병의 단계와 진단을 결정하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약물 후보물질은 일정한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미국 BMS의 면역 억제제 ‘오렌시아’(Orencia, 성분명: 아바타셉트·abatacept)는 소규모 연구에서 류마티스 관절염을 어느정도 예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약물은 아직까지 류머티스 관절염 치료제로만 사용 허가를 획득했다.

하지만, 자가면역질환 지연제 개발에 있어 가장 어려운 점은 상당히 복잡한 임상 개발이다. 먼저 연구자들은 자가면역질환의 초기 지표 또는 유전적 바이오마커에 대한 엄격한 분석 기준을 설정해야 하고 이에 적합한 실험 참여자를 찾아야 한다. 그후 장기간 예방 효과를 탐색하기 위해 수 년간의 추적 관찰을 요구한다.

마이클 할러(Michael Haller) 미국 플로리다 대학University of Florida) 소아내분비학 교수는 이와 관련 “‘테플리주맙’으로 자가면역질환 지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지만, 이러한 연구들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자가면역질환 지연제의 높은 약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티지엘드’의 경우, 제1형 당뇨병 지연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이 약물을 2주간 14 바이알을 매일 투약해야 한다. 프로벤션 바이오 측에 따르면, ‘티지엘드’의 바이알 당 정가는 1만 3850달러(20일 환율 기준 약 1794만 2675원)이며 14 바이알의 경우 19만 3900달러(한화 약 22억 5119만 7450 원)에 이른다.

업계 전문가들은 자가면역질환 지연제의 약가는 ‘티지엘드’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들은 “‘티지엘드’가 수십억 달러의 수익을 거두는 블록버스터 약물로 등극하면, 더많은 제약 업체들이 개발에 뛰어들 것이고, 약가 인하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시장조사 전문업체 글로벌 데이터(Global Data)는 ‘티지엘드’가 오는 2027년까지 6억 9100만달러(한화 약 8951억 9050만원)의 수익을 거둘 것이라고 추정했다. 일부 업계 전문가들은 ‘티지엘드’의 향후 최고 매출액이 약 20억달러(한화 약 2조 591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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