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12 면역 항암 요법 포기하는 제약 업계 ... 왜?
IL-12 면역 항암 요법 포기하는 제약 업계 ... 왜?
면역 관문 억제제, Cold Tumor에 무반응

IL-12 작용제, 면역 관문 억제제 조합으로 주목

전신 세포 독성 반응 조절 어려워 ... 결국 포기

전문가들 “안전성 문제 해결되면 가까운 미래 청사진 제공”
  • 이충만
  • admin@hkn24.com
  • 승인 2023.02.13 07: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진이 ‘TM4SF4 항체항암제 후보물질’을 암세포배양액에 처리하고 있다.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헬스코리아뉴스 DB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제약 업체들이 T세포의 반응을 조절하는 사이토카인인 인터루킨-12(IL-12) 약물 개발에서 잇따라 손을 털고 있다. 현 항암 요법의 트렌드인 면역 관문 억제제의 치료 반응률을 더 높여줄 ‘궁합’ 약물 후보로 주목을 받았지만, 개발이 복잡하고 까다롭다는 이유다.

인체가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T세포와 같은 면역 체계가 활성화된다. 염증 반응으로 열이 나는 것도 면역 작용에 의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염증 반응이 과하게 일어나면 자가 면역 질환을 야기하기 때문에 T세포의 기능을 억제하는 단백질(CTLA-4, PD-1), 일명 면역 관문을 통해 과도한 면역 반응을 조절해야 한다.

암 세포는 면역 관문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작용하여 면역 체계의 공격을 차단한다. 이때 면역 관문 억제제는 암 세포가 면역 체계를 회피하는 기전을 저해하여 T세포가 암 세포를 공격하도록 한다.

면역 관문 억제제는 기존의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방법이라 치료 효과가 길게 지속되고, 1세대 화학항암제의 세포 독성 부작용이 없다. 2세대 표적항암제가 암종에 따라 쓰임새가 제한되는 반면, 면역 관문 억제제는 암의 종류와 관계 없이 효과를 보인다. 여러 연구를 통해 기존 항암제보다 치료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표준 항암 요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런데 이 면역관문억제제에도 치명적 약점이 있었으니, 바로 ‘Cold Tumor(차가운 종양)’ 암종에는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Cold Tumor는 종양 미세 환경에서 조직 내 T세포가 없거나, 극히 드물게 분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면역 관문 억제제에 잘 반응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Cold Tumor는 유방암, 난소암, 전립선암, 췌장암, 뇌암(교모세포종) 등이다.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Cold Tumor는 단독 면역 요법이 아닌 다양한 요법들과의 조합으로 치료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대표적인 병용요법 후보는 IL-12 작용제였다.

 

IL-12 작용 조절을 통해 차가움을 뜨거움으로

IL-12는 수지상세포, 대식세포, 호중구가 항원 자극에 반응하여 자연적으로 생성하는 인터류킨의 한 종류이다. 이 인자는 T세포와 NK세포의 신호 전달 경로에 작용하여 활성 반응을 조절한다.

업계에서는 IL-12가 T세포 반응을 조절한다는 기전에 착안하여, 면역 관문 억제제에 반응하지 않는 Cold Tumor를 ‘Hot Tumor’(뜨거운 종양)로 전환하는 이론을 제시했다. IL-12를 활용하여 암 세포에 염증을 초래시키고 체내 면역 체계를 활성화한다는 것이다.

이는 인터루킨에 대한 표준 접근 전략을 180도 뒤집은 방안이다. 현재 상용화된 인터루킨 약제들은 모두 이들을 억제하여 자가 면역 질환을 치료하도록 설계됐지만, 역으로 인터루킨을 과발현시켜 세포 독성을 유발한다는 접근법인 것이다.

IL-12는 오랫동안 면역 항암 요법의 잠재적인 조합으로 연구되어 왔다. 1990년대 중반에 실시된 초기 임상 실험에서 IL-12 작용제는 염증을 유발하여 세포 독성을 일으키고, 이를 통해 T세포를 비롯한 체내 면역 체계가 활성화된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글로벌 빅파마들도 IL-12 작용제 개발에 속속 합류하면서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미국 머크(Merck, MSD)는 지난 2019년 미국 PDS 바이오테크(PDS Biotech)로부터 IL-12 작용제 ‘M9241’을, ▲미국 BMS(Bristol Myers Squibb)은 2020년 미국 드래곤플라이 테라퓨틱스(Dragonfly Therapeutics)로부터 ‘DF6002’를 양도 받았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는 2019년 미국 모더나(Moderna)와 손잡으며 mRNA 기반 IL-12 작용제 ‘MEDI1191’의 권리를 확보했다.

 

IL-12 작용제, 전신 세포 독성 반응 조절 어려워

하지만, 최근 이들 업체는 모두 Il-12 작용제 개발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하나같이 중단 근거는 아직까지 현대 과학 기술로는 Il-12 작용제의 세포 독성 반응을 조절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1990년 후반에서 2000년 초반에 진행된 IL-12 작용 기반 면역 요법 임상 연구에서 시험 참여자들은 IL-12 주입과 관련된 심각한 전신 세포 독성 반응 때문에 개발을 대거 중단한 바 있다.

과학자들은 IL-12 작용제의 체계적 노출을 제한하면서 종양 미세 환경에 IL-12를 국소화하는 접근법을 고안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안전성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IL-12 작용제 투여의 표준 접근 전략은 확립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머크와 BMS는 각각 지난 1월 23일, 이달 7일에 IL-12 파이프라인을 정리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또한 IL-12 작용제 개발을 공식적으로 포기할 방침이다. 이 회사는 9일(현지 시간), 2022년 4분기 실적 발표에서 IL-12 작용제 ‘MEDI1191’을 본래 소유주인 모더나에 반환한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IL-12가 면역 항암 요법에서 중요한 사이토카인이라는 근거는 충분하지만, 약물의 작용 기전은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안전성 문제가 해결되면 IL-12 작용제는 현재 의료 옵션에 제한된 암종의 치료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며 “수많은 연구를 통해 표적 항원에 선택적으로 국소 반응하는 IL-12 작용제는 가까운 미래에 청사진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회사명 : (주)헬코미디어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매봉산로2길 45, 302호(상암동, 해나리빌딩)
  • 대표전화 : 02-364-2002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슬기
  • 제호 : 헬스코리아뉴스
  • 발행일 : 2007-01-01
  • 등록번호 : 서울 아 00717
  • 재등록일 : 2008-11-27
  • 발행인 : 임도이
  • 편집인 : 이순호
  • 헬스코리아뉴스에서 발행하는 모든 저작물(컨텐츠, 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제·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이슬기 02-364-2002 webmaster@hkn24.com
  • Copyright © 2024 헬스코리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hkn24.com
ND소프트
편집자 추천 뉴스
베스트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