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항생제 무용지물 ... ‘다제내성 슈퍼 임질균’ 비상
모든 항생제 무용지물 ... ‘다제내성 슈퍼 임질균’ 비상
세팔로스포린 계열 항생제 내성 임질균 확산 중

HIV처럼 장기 관리 불치병 발전할 가능성 있어

확산세 비해 수익성 낮아 새로운 항생제 개발 더뎌
  • 이충만
  • admin@hkn24.com
  • 승인 2023.02.0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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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 박테리아 마이크로바이옴 세균 바이러스 [사진=Pixabay]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성관계를 통해 감염되는 대표적인 성병인 임질이 치료가 불가능한 불치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현재 사용되는 모든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다재내성 임질균, 일명 ‘슈퍼 임질균’이 전세계적으로 차츰 확산되면서 주요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온다.

임질(Gonorrhoeae)은 그람음성의 누에콩 형태를 가진 쌍구균인 임균(Neisseria Gonorrhoea)에 의해 발생된다. 성관계 매개 세균성 감염증(STI) 중 두 번째로 흔한 유형으로, 임신 중에 아이에게 전파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20년 한해 동안 15~49세의 인구 집단에서 8240만 명의 새로운 임질균 감염 사례가 관측됐다. 여성은 1000명당 19명, 남성 1000명당 23명 꼴의 감염률을 보이며, 대부분의 사례는 아프리카 및 서태평양 지역에서 발생했다.

임질균에 감염될 경우, 일반적인 증상은 생식기에서 분비물이 배출되고 소변 통증이 있다. 남성은 요도염, 부고환염, 전립샘염을, 여성은 요도염, 질염, 자궁내막염, 난관샘염, 복막염 등을 일으켜서 불임증의 원인이 된다. 드물게 임균이 혈행성으로 전이되어 관절염, 관절주위염, 심내막염 등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중증으로 발전하면 HIV 감염에 5배 더 취약해지고, 임신 중일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임질에 대한 표준 치료법은 항생제를 투약하는 것이다. 문제는 임질균이 매독 등 다른 성병균과 달리 항생제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내성을 만들어 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임질균의 항생제 내성은 실제로 20세기 초,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이 도입됐을 때부터 나타났다. 이에 따라 임질을 치료하기 위한 항생제 요법은 계속에서 변화해왔다. 1940년대에는 설파제, 1980년대에는 페니실린과 테트라사이클린, 2000년대 중반에는 시프로와 같은 플루오로퀴놀론을 사용했다. 

현재 임질균 감염을 치료하기 위한 항생제는 세팔로스포린 계열 항생제이다. 하지만, 세팔로스포린 항생제에도 불응하는 다재내성 임질균 감염 사례가 발견되고 있다.

 

HIV 감염처럼 장기 관리해야 하는 불치병

다재내성 임질균은 현재 임질에 대해 권장되는 치료법에 대해 높은 수준의 내성을 가진 임질균이다. 이전부터 다재내성 임질균 발생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지난 2018년 영국에서 최초 발견됐다.

최초 감염인은 2018년 초에 처음 임질을 진단 받았는데, 약 1개월 전 동남아시아에서 한 성관계를 통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됐다. 해당 환자는 여러 항생제를 병용한 요법를 통해 치료를 받았으며, 치료에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프랑스, 일본, 스페인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보고되었으며, 지난 1월에는 미국에서도 다재내성 임질균 최초 사례가 발생했다. 미국 메사추세츠 공중 보건 당국에 따르면, 해당 환자는 표준 치료법에 불응했으나, 다섯 가지 이상의 항생제를 병용한 요법을 통해 치료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다만, 재감염 여부는 불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새로운 항생제가 등장하지 않을 경우, 임질은 HIV처럼 장기 관리해야 하는 불치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엘리자베스 핀리(Elizabeth Finley) 전미 성병 감독자 연합(NCSD) 대표는 “HIV 치료 전략과 마찬가지로, 주기적으로 투약 가능한 항생제 제형 개발 또는 여러 항생제를 혼합한 칵테일 요법의 표준화 등의 정책 입안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익성 낮아 새로운 항생제 개발 더뎌

한편으로는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해 임질을 근본적으로 치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930년대 이후 임질을 치료할 수 있는 항생제가 꾸준히 개발돼 사용되어온 만큼, 새로운 항생제를 선보일 수 있는 기술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항생제 개발은 아직 더딘 편이다. 대부분의 항생제들은 수십년 전에 출시돼 가격이 낮아질 대로 낮아진 터라 들어가는 노력이나 비용에 비해 수익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일례로, 시장조사 전문업체 테크나비오(TechNavio)에 따르면, 임질 치료제 시장은 2025년까지 고작 4억 776만 달러(6일 환율 기준 약 5103억 1164만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세계에서 가장 비싼 약가로 악명 높은 미국에서 조차 항생제 가격은 10 달러에서 72 달러 사이로 책정되어 있다.

엘리자베스 핀리 NCSD 대표는 “사회의 시스템은 설계된 구조대로 결과를 도출한다”며 “다재내성 임질균에 각 정부 부처와 유관 기관이 신속하게 대응하지 않을 경우, 공중 보건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는 제약 업체는 두 곳 정도다. ▲미국 이노비아(Innovia)의 자회사 엔타시스 테라퓨틱스(Entasis Therapeutics)의 졸리플로다신(zoliflodacin)과 ▲영국 GSK(GlaxoSmithKline)의 ‘게포티다신’(gepotidacin)이다. GSK 측은 지난해 11월에 ‘게포티다신’의 임상 3상 시험을 조기 완료했고 올해 상반기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약 허가 신청 절차(NDA)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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