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세계 최초 SERD 경구제 ‘오르세르두’ 승인
FDA, 세계 최초 SERD 경구제 ‘오르세르두’ 승인
이탈리아 메나리니 그룹 소유 약물 ... 에자이, 레이디어스 헬스도 일부 권한 보유

임상서 위약 대비 사망 및 질병 진행 45% 감소시켜 ... 무진행 생존 기간 8.6개월
  • 이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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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1.3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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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세르두 [사진=Business Wire]
오르세르두 [사진=Business Wire]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미국에서 전세계 최초 경구 복용하는 SERD(에스트로겐 수용체 분해제) 유방암 치료제가 탄생하면서 재발성 또는 불응성 호르몬 양성 유방암에 대한 새로운 치료 지평이 열렸다.

이탈리아 메나리니 그룹(The Menarini Group)은 30일(현지 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자사의 SERD 경구제 ‘오르세르두’(Orserdu, 성분명: 엘라세스트란트·elecestrant)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허가된 적응증은 폐경 이후 이전에 1회 이상 내분비 요법으로 치료를 받은 재발성 또는 불응성 HR(에스트로겐 호르몬) 양성 HER2(사람상피세포증식인자수용체2형) 음성 ESR1 양성 유방암 환자를 위한 2차 치료이다.

FDA는 지난해 8월, ‘오르세르두’의 승인 신청을 접수하고 이를 우선 심사(Priority Review) 대상으로 지정했다. 심사 기한은 2023년 2월 17일까지였지만, FDA가 3주 빠르게 ‘오르세르두’를 승인한 것이다. ‘오르세르두’는 메나리니 그룹의 미국 자회사 스템라인(Stemline)을 통해 수주 내에 출시될 예정이다.

유방암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은 HER2 단백질과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다. HR 양성 HER2 음성 유방암은 유방암 세포에 에스트로겐 수용체가 있지만 HER2 단백질이 발현되지 않는 유방암으로, 전체 유방암의 70%에서 에스트로겐 수용체가 발견된다.

폐경 이후 HR 양성 HER2 음성 유방암에 대한 표준 치료법은 내분비요법 중 하나인 아로마타제(aromatase) 억제제를 사용하는 것이다. 아로마타제는 폐경 이후 에스트로겐 생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효소이다. 하지만, 현재 널리 쓰이고 있는 아로마타제 억제제는 지난 1996년에 허가를 받은 오래된 약제로, 새로운 약제에 대한 미충족 의료수요가 컸다.

에스트로겐 수용체를 코딩하는 ESR1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내분비요법 치료 효과를 저해하고, 유방암의 진행을 촉진한다.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의 최대 40%에서 ESR1 변이가 검출된다.

에스트로겐 수용체 분해제(SERD)는 내분비요법에 불응하는 재발성 HR 양성 유방암에 사용되는 약물로, 에스트로겐이 결합하는 수용체의 분해를 유도하여 유방암 세포로 끌어들이는 수용체의 생성을 억제한다. 

이전까지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의 ‘파슬로덱스’(Faslodex, 성분명: 풀베스트란트·fulvestrant)는 유일하게 상용화된 SERD 계열 약제로, 2002년 미국, 2004년 유럽에서 승인을 받았다. 다만, 피하 주사 방식으로 투약되는 만큼, 복용 편의성이 떨어지는데다 ESR1 변이가 발생할 시 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오르세르두’는 ‘파슬로덱스’의 단점을 모두 개선시킨 새로운 SERD 계열 치료제이다. 경구 방식으로 복용하고 ESR1 변이 단백질에 선택적으로 결합하여 저해하는 기전을 가졌다. 이번 FDA 승인으로 사상 첫번째 SERD 경구제이자 ESR1 치료제로 등극했다.

이 약물은 본래 일본 에자이(Eisai)가 최초 발견했다. 미국 레디이어스 헬스(Radius Health)는 지난 2006년 에자이로부터 엘라세스트란트(오르세르두)의 일본을 제외한 모든 지역의 권리를 확보했다. 이후 메라니리 그룹은 2020년 6월, 레디이어스 헬스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여 엘라세스트란트에 대한 글로벌 개발 및 상용화 권리를 양도 받았다. FDA의 승인 근거가 된 임상 3상 시험(시험명: EMERALD)은 레디이어스 헬스가 주도해서 실시했다.

EMERALD 연구는 이전에 1개 이상의 내분비요법으로 치료를 받은 재발성·불응성 HR 양성 HER2 음성 ESR1 양성 유방암 환자 478명을 대상으로 2차 또는 3차 치료 라인에서 ‘오르세르두’ 단독요법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평가한 임상이었다. 시험의 1차 평가변수는 무진행 생존 기간(PFS)이었다.

그 결과, ‘오르세르두’는 위약 대비 사망 및 질병 진행 위험을 45% 감소시켰다. ‘오르세르두’ 투약군의 무진행 생존 기간은 8.6개월인 반면, 위약군은 1.9개월에 불과했다. ‘오르세르두’의 안전성 및 내약성은 기존의 내분비요법과 유사했다.

이날 엘신 바커 어군(Elcin Barker Ergun) 메나리니 그룹 최고경영자는 “이번 FDA의 승인으로 HR 양성 HER2 음성 ESR1 양성 유방암에 대한 첫번째 치료제가 탄생했다”며 “이러한 성과를 달성하게끔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임상 참여자, 연구원, 그 외 관계자들에게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메나리니, 로슈 및 사노피 보다 먼저 SERD 경구제 개발 성공

한편, 스위스 로슈(Roche), 프랑스 사노피(Sanofi)도 경구용 SERD 치료제 개발 대열에 뛰어들었지만, 뚜렷한 성과를 달성하지 못한 채 개발 사업을 접은 바 있다.

사노피는 2017년부터 자사의 SERD 경구제 후보약물 ‘암세네스트란트’(Amcenestrant)에 대한 여러 임상 연구에 개시했다. 하지만 ‘암세네스트란트’의 단독요법과 병용요법은 모두 임상에서 유의미한 치료 효과를 입증하지 못하면서 이 회사는 지난해 8월, ‘암세네스트란트’의 개발을 모두 중단한다고 밝혔다.

사노피에 이어 로슈도 개발 실패의 쓴맛을 봤다. 로슈는 지난해 4월, 2022년 1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자사의 SERD 경구제 ‘지레데스트란스’(Giredestrant)가 진행성·전이성 HR 양성 HER2 음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2상 시험에서 무진행 생존기간 개선에 실패하여 1차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했다”며, 발표와 동시에 개발을 포기했다. 구체적인 임상 데이터는 밝히지 않았다.

특히, 현재 포화 상태인 의약품 시장에서 HR 양성 HER2 음성 유방암 치료제 분야가 틈새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이들의 실패는 뼈 아프게 다가왔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리서치 앤드 마켓(Research And Markets)은 바이오마커 기반 암 진단법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HR 양성 HER2 음성 유방암 진단율 또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2027년에는 한해 230만 건의 HR 양성 HER2 음성 유방암 진단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로, ‘오르세르두’ 이전에 유일한 SERD 계열 약물이었던 아스트라제네카의 ‘파슬로덱스’는 2018년에 10억 달러(31일 환율 기준 약 1조 2282억 원)의 판매고를 거둔 바 있다. 따라서 복용 방식이 더욱 개선된 ‘오르세르두’는 향후 ‘파슬로덱스’ 보다 더 높은 최고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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