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첫 신약 ‘선플라주’ 역사 속으로 사라지다
우리나라 첫 신약 ‘선플라주’ 역사 속으로 사라지다
유효기간 만료로 품목허가 자동 취소 … 1999년 2월 허가 획득 후 24년여만

시장 안착 실패로 2009년 생산 중단 … 품목허가갱신 자료 제출 불가능해져

국산 신약개발 첨병의 아쉬운 퇴장 … “제약업계 신약 R&D 확대 큰 자양분”
  • 이순호
  • admin@hkn24.com
  • 승인 2023.01.0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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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신약 1호 SK케미칼 ‘선플라주’ [사진=SK 블로그 갈무리]
국산 신약 1호 SK케미칼 ‘선플라주’ [사진=SK 블로그 갈무리]

[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우리나라 신약개발의 출발점인 ‘선플라주’(헵타플라틴, 프로젝트명 : SKI-2053R)가 이제는 역사 속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시장에서는 일찌감치 철수한 제품이지만, 상징적인 의미에서 품목허가는 남아있었는데 이제는 그마저 없어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일 유효기간이 만료된 SK케미칼의 위암 치료 신약 ‘선플라주’의 품목허가를 취소시켰다. 이에 따라 ‘선플라주’는 지난 1999년 2월 국산 신약 1호로 품목허가를 획득한 지 24년여 만에 허가 지위를 상실하게 됐다.

이번 허가 취소는 식약처가 지난 2013년 시행한 품목허가갱신 제도에 따른 것이다. 이 제도는 허가 후 중대한 안전성·유효성 문제로 위해가 우려되는 품목을 재정비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다.

허가 후 5년 주기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재평가해 문제가 없으면 품목허가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제도 도입 전에 이미 품목허가를 받은 품목에 대해서는 분류번호별로 2018년 9월 30일부터 2023년 6월 30일까지 일괄적으로 유효기간을 지정했다.

‘선플라주’가 속한 항악성종양제의 품목허가갱신 유효기간은 2022년 12월 31일이다. 이때까지 ▲유효기간 동안 수집된 안전관리에 관한 자료 및 조치계획 ▲유효기간 동안 수집된 품질관리 ▲표시기재에 관한 사항 ▲외국에서의 사용현황 및 안전성 조치 ▲제조·수입 실적 등의 자료를 제출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다시 한번 입증해야 한다.

‘선플라주’는 유효기간 만료일인 2023년 12월 31일까지 이러한 자료가 제출되지 않아 품목허가가 자동으로 취소됐다.

[사진=SK케미칼 50주년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SK케미칼 50주년 홈페이지 갈무리]

 

‘선플라주’, 9년 연구 끝에 상용화된 3세대 백금착제 항암제

시장 안착 실패로 2009년 생산 중단 … 사실상 시장 철수

품목허가갱신 제도 도입으로 생산실적 없는 품목 자동 퇴출

국산 신약 1호의 씁씁한 퇴장 … “국산 신약개발 자양분”

‘선플라주’는 SK케미칼 생명과학연구소 신약개발팀이 지난 1990년 5월 개발을 시작해 약 3년 만에 상용화에 성공한 우리나라 최초의 신약이자 3세대 백금착제 항암제다.

1세대 백금착제 항암제인 ‘시스플라틴’(cisplatin)은 항암효과가 뛰어나지만, 신장독성, 신경독성 등 부작용이 강한 것이 단점이었다. 이후 개발된 2세대 백금착제 항암제인 ‘카보플라틴’(carboplatin)은 ‘시스플라틴’보다 부작용은 줄었으나, 항암효과는 ‘시스플라틴’보다 약하고 ‘시스플라틴’ 내성암에는 듣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SK케미칼은 ‘시스플라틴’보다 강력한 항암효과를 보유하면서 독성이 적고, ‘시스플라틴’ 내성 암에도 유효한 새로운 화합물 개발을 목표로 ‘선플라주’ 개발에 나섰다.

120여 개의 신물질에 대한 drug design, 합성, 약효 및 독성 검색을 거쳐 1991년 12월 신약후보물질로 ‘SKI-2053R’(헵타플라틴)을 선정, 전임상시험 과정을 마치고 1993년 8월 국내 개발 신약으로는 최초로 임상시험 허가를 받았다.

참고로 현재 ‘선플라주’의 품목허가는 용량에 따라 두 개로 나뉜다. 1993년 허가를 획득한 50mg 용량과 1999년 허가를 획득한 100mg 용량이다. 이 중 1993년 허가받은 50mg 용량은 당시 법 규정에 따라 임상시험용 의약품으로 허가를 획득한 것으로, 정식 시판허가는 1999년 이뤄졌다.

이후 SK케미칼은 1993년부터 1999년까지 임상시험을 진행한 뒤 식약처로부터 ‘선플라주’에 대한 최종 품목허가를 획득하고 제품을 출시했다. 이 과정에 들어간 연구개발비용은 정부 지원금 13억 6000만 원을 포함해 총 81억 원이다.

‘선플라주’는 우리나라 첫 신약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발매됐지만, 기대만큼의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출시 2년 차인 2001년 매출은 30억 원 정도에 그쳤고, 이후에도 매출은 점차 줄어들어 2009년까지 누적 매출액 100억 원을 채우지 못한 채 생산이 중단됐다. SK케미칼은 ‘선플라주’의 생산이 중단된 2009년부터 내부적으로 적응증 확대를 검토하며 브랜드 명맥을 이어왔지만, 끝내 시장에는 복귀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회사 측은 ‘선플라주’의 품목허가를 포기하지 않았다. 자사가 개발한 첫 신약인 데다 국산 신약 1호라는 상징성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식약처의 품목허가갱신 제도 도입으로 허가마저도 더는 유지할 수 없게 됐다. 안전성 유효성 자료는 물론이고 생산실적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미 시장에서 철수한 지 10년이 넘은 제품이어서 당장 생산실적 자료부터 마련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선플라주’는 2023년 계묘년 새해 첫날 품목허가 목록에서 조용히 자취를 감췄다. 국산 신약개발 역사의 포문을 연 제품이라는 상징성을 고려하면 아쉬운 퇴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선플라주’는 허가가 최종적으로 취소되면서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지만, 개발에 들인 땀과 노력은 국내 제약사들의 신약개발 열기를 고취하는 데 충분한 자양분이 됐다”며 “‘선플라주’ 이후 지금까지 35개 국산 신약이 탄생했고, 지금도 탄생을 앞둔 신약들이 즐비하다. ‘선플라주’가 국내 제약업계에 미친 영향력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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