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면역항암제 ‘TIGIT 억제제’ 불신 고조
차세대 면역항암제 ‘TIGIT 억제제’ 불신 고조
로슈 ‘티라골루맙’ 두 차례 임상 실패로 전망 어두워져

길리어드 ‘돔바날리맙’, 2상서 애매한 성적표 받아

업계 전문가들 “TIGIT 억제제 회의론 커질 것” 
  • 이충만
  • admin@hkn24.com
  • 승인 2022.12.2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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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vanced Science 최신호 표지 논문 면역항암제 면역체계
Advanced Science 최신호 표지 논문 면역항암제 면역체계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차세대 면역 관문 억제제로 주목을 받았지만 연이은 개발 실패로 TIGIT 억제제에 의구심이 새어 나오고 있다. TIGIT 억제제 개발 권리를 보유한 제약사들은 여전히 치료 효과에 희망을 거는 모양새지만, 업계에서는 성공 가능성에 회의적이다. 

면역 관문 억제제는 암세포가 인체의 면역작용을 회피하기 위해 활용하는 면역 관문 수용체를 억제하는 작용 기전의 약물이다. 대표적인 면역 항암제의 한 종류이다. 현재 면역 항암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약물은 ▲미국 머크(Merck, MSD)의 PD-1 억제제 ‘키트루다’(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pembrolizumab)와 ▲미국 BMS의 PD-1 억제제 ‘옵디보’(Opdivo, 성분명: 니볼루맙·nivolumab)이다.

이들 약물은 지난 2014년 본격적으로 시장에 출시된 후 30개가 넘는 암종에서 우수한 효능을 보이면서 연 매출이 한화 10조 원을 넘어서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군림하고 있다.

다만, PD-1 억제제의 반응률은 30% 내외인데다, 대장암과 췌장암에는 거의 반응하지 않는다. 바로 이점에서 TIGIT 억제제가 주목을 받고 있다. PD-1 억제제 및 TIGIT 억제제를 병용할 경우, PD-1 억제제 단독요법 대비 더 높은 반응률을 보일 것으로 여겨지고 있어서다. 

TIGIT(T-cell immunoglobulin and ITIM domain)는 T세포의 공격을 중지시켜 체내 면역 체계를 회피하도록 암세포 표면에 발현되는 수용체로, TIGIT 억제제는 이를 억제하여 면역 세포의 기능을 활성화시켜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한다.

전세계 제약·바이오 업체들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TIGIT 억제제 개발에 속속 뛰어들었다. 스위스 로슈(Roche), 미국의 머크와 길리어드 사이언스(Gilead Science), 영국 GSK 등 글로벌 빅파마들이 그 주역이다. 

하지만 가장 개발에 앞섰던 로슈가 올해 2번이나 자사의 TIGIT 억제제 ‘티라골루맙’(tiragolumab) 임상 3상 시험에 실패하면서 기대감은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

해당 연구들은 PD-L1 발현이 높은 국소진행성·절제 불가능 전이성 비소세포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티라골루맙’ 및 면역 관문 억제제 병용요법 대비 면역 관문 억제제 단독요법을 비교평가한 것이었다.

올해 3월과 5월에 발표된 각각의 연구(시험명: SKYCRAPER-02 및 SKYSCRAPER-01) 결과를 살펴보면, 두 연구 모두에서 ‘티라골루맙’ 병용요법은 면역 관문 억제제 단독요법 대비 무진행 생존기간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하지 못해 1차 평가변수를 놓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가운데,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개발 중인 TIGIT 억제제 ‘돔바날리맙’(domvanalimab)이 최근 임상 2상에서 다소 애매한 결과를 확보하면서 TIGIT 억제제에 대한 전망은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돔바날리맙’, 2상서 애매한 성적표 ... “TIGIT 억제제 회의론 커질 것” 

길리어드는 지난 19일 전이성 비소세포폐암에 대한 ‘돔바날리맙’의 임상 2상 시험(시험명: ARC-7)의 중간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시험은 EGFR 및 ALK 변이가 없고 PD-L1 발현율이 50% 이상인 전이성 비소세포 폐암 환자 150명을 대상으로 ‘돔바날리맙’ 병용요법 대비 PD-1 억제제인 ‘짐베렐리맙’ 단독요법을 비교한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돔바날리맙’+PD-1 억제제 ‘짐베렐리맙’(zimberelimab)+아데노신 수용체 억제제 ‘에트루마데난트’(etrumadenant) 병용요법(3개 약물) 대비 PD-1 억제제 단독요법과 ▲‘돔바날리맙’+‘짐베렐리맙’ 병용요법(2개 약물) 대비 PD-1 억제제 단독요법을 대조 평가한 연구였다.

회사 측에 따르면, 약 12개월간 추적 분석한 결과 ‘돔바날리맙’ 병용요법은 PD-1 억제제 단독요법 대비 무진행 생존율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객관적 반응률(ORR)의 경우, ‘돔바날리맙’ 병용요법은 각각 40%(3개 약물), 41%(2개 약물)인 반면, PD-1 억제제 단독요법은 27%에 불과했다.

이날 빌 그로스먼(Bill Grossman) 길리어드 항암 부서 총괄은 “이번 결과는 기존의 면역 관문 억제제에 반응하지 않은 암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TIGIT 억제제의 잠재력을 입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길리어드는 미국 아커스 바이오사이언스(Arcus Biosciences)와 ARC 연구 개발 프로그램을 통해 여러 유형의 암종에 대한 ‘돔바날리맙’과 ‘짐베렐리맙’ 병용요법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평가하는 여러 건의 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임상 결과와 관련 애매한 성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길리어드 측에서 사용한 ‘짐베렐리맙’은 현재 면역 관문 억제제 시장을 주름 잡고 있는 ‘키트루다’ 대비 낮은 반응률을 보였다”고 전했다. 실제로 ‘키트루다’는 같은 적응증에서 40% 내외의 반응률을 보인 바 있다. 원래 반응률이 낮은 약물과 비교한 것을 두고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미국 자산운용사 제프리스(Jefferies) 마이클 이(Michael Yee) 애널리스트는 “이번 데이터만 한정에서 분석할 경우, 기술적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확보했고, TIGIT 억제제 병용요법이 PD-1 억제제 단독 요법보다 더 낫다”며 “하지만, 기존에 상용화된 면역 관문 억제제와 차이점은 없다. 앞으로 TIGIT 억제제에 대한 회의론은 점점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긍정적인 임상 결과 발표에도 이날 나스닥에서 양사의 주가는 모두 하락했다. 길리어든 전일 종가(86.42 달러)에서 1.9% 하락한 84.77 달러, 아커스는 전일 종가(30.51 달러)에서 32.51% 하락한 20.59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길리어드의 ‘돔바날리맙’이 향후 TIGIT 억제제의 전망을 가를 것이라는 평을 받았기 때문에, 이번 결과와 관련 TIGIT 억제제가 치료 효과를 입증하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 IDO 억제제의 뒤를 이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IDO 억제제는 인돌아민 이산소화효소를 억제하여 T세포의 면역 반응을 증가시키고 암세포의 면역 공격을 회피하는 능력을 저해시키는 약물이다. 로슈의 자회사 제넨텍(Genentech)이 지난 2015년 전임상 시험에서 IDO 억제제의 항종양 활성을 입증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새로운 면역 관문 억제제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임상 연구를 개시한 후 PD-L1 억제제와 병용한 IDO 억제제는 여러 암 유형에서 고작 10%의 반응률만 보였다. 이에 제넨텍은 IDO 억제제에 대한 권리를 매각한 바 있다.

한편, 길리어드와 아커스는 ‘돔바날리맙’+‘짐베렐리맙’ 병용요법과 ‘키트루다’를 비교하는 임상 3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양사는 해당 연구 데이터를 2025년에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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