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항암제, 4세대 항암제로 자리 잡을까
나노항암제, 4세대 항암제로 자리 잡을까
1965년부터 시도됐지만 그 한계로 관심 받지 못해

mRNA 백신 개발 이후 나노입자 기술 활용 항암 신약 주목
  • 이충만
  • admin@hkn24.com
  • 승인 2022.07.11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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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세포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항암제는 전통적으로 신약 개발 분야 중 가장 빠르게 최첨단 혁신 기술이 적용되는 영역이다. 고난이도 기술을 필요로하는 만큼 개발 이후에는 천문학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면역항암제다. 

그동안 차세대 항암제로 주목받아 온 면역항암제는 인체 면역 체계를 조절하여 면역 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기전으로, 1세대(화학항암제)와 2세대(표적항암제)의 단점을 개선한 3세대 항암제이다.

현재 항암제 시장 매출 1위는 MSD(Merck, 머크)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pembrolizumab)이다. ‘키트루다’의 매출은 초기인 2014년 5500만 달러(한화 약 715억 원)에 불과했지만, 이후 폭발적 성장을 거듭, 2021년 무려 172억 달러(한화 약 22조 3600억 원)에 달했다. 

최근에는 나노입자 기술을 통해 암세포를 정밀 표적하는 항암 신약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일명 나노항암제다. 이 항암제는 mRNA(메신저리보핵산) 코로나19 백신 개발 성공 이후, 면역항암제의 뒤를 이을 차세대 항암제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획기적인 치료 옵션, 그럼에도 한계 뚜렷

나노 약물은 체내에 주입된 나노입자가 분해되지 않도록 해 표적 세포까지 안정적으로 도달하도록 설계된 것이다. 이 약물은 1964년 인지질 이중층 형태의 리포좀 나노입자의 구조가 밝혀진 후 다양한 의약품 전략이 제안돼 왔다. 미국 J&J(존슨앤존슨)의 ‘독소루비신’(Doxorubicin, 성분명: 독실·doxil)은 지난 1995년, 이전에 병용요법 치료 전력을 가진 에이즈 관련 진행성 카포시 육종 환자의 치료를 위한 나노 의약품으로 세계 최초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독소루비신’ 승인 이후 나노 의약품은 암치료에 있어서의 그 영역을 확대했다. 영국 갈렌(Galen)은 1996년, 카포시 육종 치료제 ‘다우노솜’(DaunoXome, 성분명: 다우노루비신·daunorubicin)을, 미국 어브락시스 바이오사이언스(Abraxis BioScience)는 2005년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 ‘아브락산’(Abraxane, 성분명: 파클리탁셀·paclitaxel)을 승인 받은 바 있다.

하지만, 획기적인 치료 옵션에도 불구하고 나노 항암 요법은 기존의 항암 화학요법 대비 우수함을 입증하지 못했다. 나노 물질이 대부분 화학항암 성분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으로, 화학항암제의 단점인 세포 독성 등의 부작용 문제도 같이 안고 있었다. 뒤이어 나타난 표적항암제에 밀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그러던 와중 mRNA 코로나19 백신의 대중화로 나노 약물전달시스템(Nano Drug delivery System)이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 국내 연구진은 약물없이 기계적 움직임으로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사멸시켜 기존 항암치료의 부작용을 없앨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제안했다.

 

나노항암제, 나노머신 통해 암세포 표적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생체분자인식연구센터 정영도 박사팀은 지난 3월 20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공동연구를 통해 암세포 등 특정 세포 환경에서 접힘, 펴짐 등 분자의 움직임을 통해 세포막을 뚫고 침투해 세포를 죽이는 새로운 방식의 생화학적 나노머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공동연구팀은 2나노미터(nm, 10억분의 1m를 가리키는 단위) 수준의 금 나노입자와 주변 환경에 따라 접히고 펴질 수 있는 분자를 각각 합성하고 결합해 계층적 구조의 나노머신을 개발했다. 해당 나노머신은 세포막을 만나면 접히고 펴지는 기계적 움직임을 보였고 세포에 직접 침투해 세포소기관을 망가뜨려 사멸을 유도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방식은 치료용 약물을 전달하는 방식의 캡슐형 나노 전달체와 달리 항암제를 사용하지 않고 기계적 움직임을 통해 암세포를 직접 죽이는 새로운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한 나노머신의 암세포 사멸에 더욱 적합하게 기계적 움직임을 제어하기 위해 걸쇠 분자를 나노머신에 결합했다. 걸쇠 분자는 낮은 pH(수소이온농도) 환경에서만 풀리도록 설계해 상대적으로 pH가 높은 정상 세포에서는 세포안으로 침투 할 수 없었지만 암세포 주변의 낮은 pH에서의 나노머신은 걸쇠 분자가 풀려 기계적 움직임이 유도되고 암세포에 침투하는 결과를 확인했다.

미국에서는 올해 3월, 메사추세츠 종합 병원(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의 라케시 케이 자인(Rakesh K. Jain) 박사 연구팀이 나노 의약품과 면역 항암제를 결합한 나노 면역요법 개발에 성공했다. 연구팀은 전임상 시험을 통해 이 면역요법이 기존 항암제 대비 뛰어난 항종양 활성을 보인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뛰어난 기술 및 수많은 연구 개발의 데이터를 통해 이제 나노 물질은 화학항암제 뿐만 아니라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러한 최근 추세와 관련 나노항암제 개발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덕신 순(Duxin Sun) 미시건 대학(University of Michigan) 교수는 이와 관련 “최근 나노 의약품에 대한 관심은 코로나19 백신의 성공으로 인한 것이다. 하지만, 감염성 질환 대응 백신은 항암제와 동일하지 않다”며 “항암 분야에서 나노입자 기술은 상이한 전략, 연구 개발 과정이 필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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