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FDA, 신약 승인 남발 ‘권위 추락’
미국 FDA, 신약 승인 남발 ‘권위 추락’
“최근 유연한 규제 완화로 무분별한 신약 출시 부추겨”

“89개 항암 신약 중 95% EMA 보다 먼저 승인”

전문가들 “임상적 유용성 및 안전성에 의문”
  • 이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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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6.2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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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제약 산업 중 항암제 시장은 규모와 성장률이 타 분야 대비 압도적인 우세를 보인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프리시던스 리서치(Precedence Research)에 따르면, 2020년 항암제 시장은 2651억 달러(한화 약 342조 4000억 원)에 달했으며,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를 중심으로 연평균 8.2%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은 오는 2030년이면 5812억 5000만 달러(한화 약 750조 5681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신약 개발에 있어 투자의 균형추 또한 항암제 분야에 쏠리고 있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파마(Evaluate Pharma)는 지난 10년 동안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에서 R&D에 투자의 약 3분의 1은 항암 신약 개발이 차지했다고 보고했다. 

그런가운데 세계 최대 권위의 미국 식품의약품(FDA)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무분별하게 항암신약을 승인하다보니, 약값만 상승시키고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신약은 총 50개로 이 가운데 15개가 항암제였다. [아래 관련기사 참조]

FDA와 유럽 의약품청(EMA)은 신약이 글로벌 시장에 출시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 필수 양대 관문으로 꼽힌다. 이들 기관은 의약품 안전 기준의 대명사로 통하며,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를 비롯한 전세계 의약품 규제 기관에게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그러나 최근 한 연구 결과를 보면 FDA의 항암 신약 검토 과정은 EMA에 비해 엄격하지 못하고 미국 시장에서의 최초 승인은 결과적으로 글로벌 약가를 상승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특히 최근 몇년간 FDA는 산업 친화적인 입장과 함께 더 협조적이고 유연한 규제 제도를 통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무분별한 신약 출시를 부추긴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0년간 승인된 항암 신약 중 95% FDA 승인

6월 10일(현지 시간) 발표된 연구는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Imperial College London)의 알리 라자 카키(Ali Raza Khaki), 마크 리스고(Mark Lythgoe) 박사 연구팀이 지난 2010년부터 2019년 사이 시장에 출시된 89개의 항암 신약에 대한 FDA와 EMA의 규제 활동을 비교 평가한 것이다. 

연구팀은 “2003년에서 2010년 사이에 실시된 미국과 유럽 규제 기관을 비교한 연구 이후로 지난 10년간 이를 평가한 연구가 전무했고, 이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미국과 유럽에서 승인된 새로운 항암제를 식별하고 각 기관들의 규제 활동에 대한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주요 결과 및 조치, 규제 승인 날짜, 검토 시간, 시판 허가 신청서 제출, 신속 승인 또는 조건부 판매 허가 상태, 임상 시험 결과의 동료 검토 출판 이전 승인 비율 등에 대해 FDA와 EMA의 규제 데이터베이스를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통계 분석은 2022년 1월부터 4월까지 진행되었다.

그 결과, 해당 기간동안 FDA와 EMA 모두에서 승인받은 항암 신약은 89개로, 이 가운데 95%는 FDA가 먼저 승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시장에서의 승인은 FDA의 허가일로부터 평균 241일 후에 나왔다.

항암 신약 승인 검토 기간의 경우, FDA는 평균 200일이 소요됐으며, EMA는 평균 426일이었다. 신약 승인 신청서 중 64건(72%)은 FDA에 먼저 제출된 반면, 21건(23%)만이 EMA에 먼저 제출되었다. 가속 승인 심사 절차를 통한 임상 3상 연구 이전 승인 비율은 FDA가 35건(39%), EMA가 8건(9%)이었다. 이밖에도 유럽의 가속 승인은 조건부 판매 승인으로, 허가 기간은 1년에 불과하지만, FDA의 경우 이러한 규제 정책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새로운 항암제는 유럽보다 미국에서 더 일찍 승인되었으며, FDA는 승인 신청서를 더 빨리 접수했고 승인 검토 시간 또한 짧았지만, 이는 FDA의 승인을 받은 항암 신약의 임상적 유용성과 안전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와 관련 크리스티나 제네이(Kristina Jenei)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의 공중보건학 연구원은 “최근 FDA의 항암 신약 검토 기간은 감소했으며 승인 건수는 증가했지만, 생존을 개선한 항암제의 비율은 줄었다”고 꼬집었다.

그는 “FDA가 전세계 의약품 규제 당국에게 표준 지침을 제공하는 만큼, 이러한 움직임은 신약의 효능 및 안전성에 대한 불충분한 증거 확보 문화를 조성한다”며 “FDA 관행이 다른 국가에 미치는 영향이 과소평가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미국 최초의 항암 신약 승인이 글로벌 약가를 상승시킬 수 있으며, 종국에는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사전 결정된 약가와 협상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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