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은 중증 환자와 장애인에게 꼭 필요한 법”
“간호법은 중증 환자와 장애인에게 꼭 필요한 법”
[인터뷰] 간병시민연대 강주성 활동가

“간호법은 간호사들을 위한 법 아냐”

“제도 만들지 않으면 환자는 많은 고통 감수해야”

“행동하지 않으면 세상은 바뀌지 않아”

“우리 모두가 간호와 돌봄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다”
  • 이지혜
  • admin@hkn24.com
  • 승인 2022.06.06 0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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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시민연대 강주성 활동가가 3일 헬스코리아뉴스와 간호법 관련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지혜] (2022.06.03)
간병시민연대 강주성 활동가가 3일 헬스코리아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지혜] (2022.06.03)

[헬스코리아뉴스 / 이지혜] “제도를 만들지 않으면 병원과 의사는 편할지 모르지만 국민과 환자는 많은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평소 간호법 찬성 입장을 밝혀온 간병시민연대 강주성 활동가는 3일 헬스코리아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강 활동가는 “결국 누구나 다 돌봄을 필요로 한다. 간호와 돌봄이라는 것이 어떤 것이고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하는 고민들을 함께해야 한다”며 “간호와 돌봄이 우리 사회에 왜 필요한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시민들의 의식이 성숙되지 않으면 사회가 바뀌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강 활동가는 1999년 만성골수성백혈병을 진단 받은 이후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의 약가인하투쟁을 주도하면서 한국백혈병환우회와 건강세상네트워크 등을 창립했고 2020년에는 간병시민연대를 만들었다. 환자의 입장에서 느낀 병원 이야기를 담은 ‘대한민국 병원 사용 설명서’의 저자이기도 하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강 활동가가 환우회 창립 이후 환자의 권리를 위해 만든 시민단체다. 이 단체는 그동안 본인부담금 상한제, 중증질환등록제, 암 등 중증환자의 본인부담금 인하와 장기노인요양보험의 입법화, 병원환자 식대의 급여화, 전체 약가의 인하, 혈액관리의 제도개선 등 많은 성과를 도출했다. 지금은 간병 문제해결을 위한 간병시민연대의 활동가로서 간병문제와 관련된 가시적인 정책적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강 활동가는 현재 자가면역질환으로 염증이 계속 생겨 코와 목과 입에 10년째 궤양과 출혈을 달고 살고 있다고 한다. 한쪽 눈은 이미 시력이 거의 없고 1m 이상 떨어져 있으면 사람이나 사물을 잘 알아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이자 1주일에 3번 투석을 받아야만 하는 신장장애인이다. 청각장애로 인해 보청기도 착용하고 있다.

그는 “현재 몸 상태가 좋지 않다. 누군가의 돌봄이 없으면 생활이 점점 어려워지기 시작했다”며 “간호법은 나와 같은 중증 환자이자 장애인에게 필요한 법이다. 돌봄이 필요한 한 환자의 절실한 바램이다”고 밝혔다.

 

간병시민연대 강주성 활동가가 3일 헬스코리아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지혜] (2022.06.03)
간병시민연대 강주성 활동가가 3일 헬스코리아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지혜] (2022.06.03)

 

특정 직능 단체와 관련해 찬성 입장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고 있다. 간호법을 찬성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시민운동을 하는 입장에서 국민들이 생각하는 이해와 요구에 동떨어진 것들을 많이 하는 이익단체의 주장에 동조하기 쉽지 않았기에 그동안 찬성의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간호법은 협회가 하는 것이지만 협회의 이해나 요구와는 별개로 간호와 돌봄이 시대의 흐름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방치에 가까울 정도로 간호 또는 돌봄에 대해 손을 놓고 있었다. 제도가 없으면 만들어야 한다. 간호법 하나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진 않겠지만 간호법이 출발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 투병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사회 돌봄을 강조하고 있는데 환자 입장에서 간호법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나?

 

“지역사회에서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은 대부분 질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지금은 진료나 치료를 받으려면 병원에 가야 한다. 간호사가 와서 채혈을 하면 좋은데 간호사를 부를 수도 없고 오라고 해도 안 오고 올 수 있는 방법도 없다. 법적 근거나 제도도 없다.

채혈뿐만 아니라 진료를 받거나 주사를 맞아야 하는 다양한 상황들이 요구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에서는 병원에 가지 않는 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이런 상황과 요구가 한 둘이 아니다. 암환자들이 병에 걸리면 지방에 있다고 하더라도 서울에 와야 한다. 항암치료 받고 다시 지방에 내려간 이후 혈액검사 하나 하러 올라오거나 외래 진료 5분을 위해 제주도민은 비행기를 타고 긴 시간을 이동해야 한다. 이처럼 환자 입장에서 제도를 만들지 않으면 병원과 의사는 편할지 모르지만 환자는 많은 불편과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간호법 찬성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도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이 간호법에 대한 내용을 잘 모른다는 것이 어려웠던 점이다. 의사협회나 간호조무사협회에서 반발을 하니까 사람들이 그런 것인가 하고 혹할 수 있고 간호법인데 간호사법인 줄 안다는 것 등 인식의 잘못이 어려움 중 하나다.

간호법은 간무사와 요양보호사 등 다른 직종들과 연결돼 영향을 미침에도 불구하고 단지 간호사만을 위한 법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페이스북에 간호법 관련 글을 쓰지만 사실 글을 쓴다고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 세상은 행동해야 바뀐다. 혼자서 행동해서 바뀌지 않는다. 함께 해야 바뀐다. 돌봄과 간호의 주체인 간호사와 시민들이 같이 나서서 바꿔야 한다.

현재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고민 중이다. 연대와 공동행동이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된다. 한번에 세상이 다 바뀌지는 않겠지만 그 다음을 위해 행동하고 있다.”

 

간병시민연대 강주성 활동가가 3일 헬스코리아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지혜] (2022.06.03)
간병시민연대 강주성 활동가가 3일 헬스코리아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지혜] (2022.06.03)

 

현재 국회에 간호법이 계류 중이다. 간호법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간호가 지역으로 나온다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병원에 묶여 있던 간호가 지역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동안 간호사가 지역에서 활동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다. 제한적이었다는 말이다. 가령 모자보건법, 영유아 보건법, 장애인 복지법, 노인복지법, 아동복지법 등 업무도 규정하지 않은 간호사 또는 간무사(간호조무사)를 두게 되어있었기 때문에 활동한 것 뿐이다.

간호법을 통해 지역 돌봄 활동의 길이 열리게 될 것이다. 병원에서 지역으로 업무와 범위를 확장한다는 것이 간호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 생각한다.”

 

간호사도 의사와 같은 의료인이다. 독자적인 의료인으로서 간호사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우리나라 의료법은 의료인을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간호사 다섯 가지 직종으로 구분해 독립적인 면허를 부여한다. 독립적인 면허를 부여한다는 이야기는 독립적인 역할이 있다는 이야기다.

4가지는 서로 역할이 분명하지만 간호만 분명하지 않다. 원래 분명하지 않은 게 아니었다. 예전 의료법을 보면 각각의 면허 소지자는 다른 면허의 업무를 할 수 없다고 분명히 못을 박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간호는 그러면 왜 다른 직종의 서브 직종 및 보조 인력이 됐을까. 간호계가 자기의 역할을 보조 인력 수준으로 계속 만들어왔다는 것이 간호계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간호나 돌봄은 간호사의 독자적인 영역이다. 간호사의 독자적인 간호행위에 대한 판단이 중요하다. 간호계가 간호를 간호답게 만들려면 독립면허를 가지고 있는 의료인의 주체로 분명하게 스스로를 자리매김 해줘야 한다. 업무 내용과 역할을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간호계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활동가님은 간호법을 찬성하는 과정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간혹 억울하다는 생각도 드실 것 같은데, 간호법 반대 단체에 대해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간호법에 반대하는 의사협회와 간호조무사협회의 주장들을 보면 황당하다. 의사협회에는 해가 될 것이 하나도 없는데 주장을 보면 내용이 없다. 호도하는 내용이 많다.

또한 간호조무사의 경우 오히려 간호법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날 것임에도 반대하고 있다. 간무사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일자리도 일자리지만 열악한 근무조건, 낮은 임금 등이다. 전체 간무사의 85%가 의원급에서 일하고 있다. 동네 개원의들이 주도하고 있는 의협에 대해 오히려 처우를 개선해달라고 요구해야 하는데 의협하고 손을 잡고 있다. 자기들이 어떤 처지에 있는지 모르고 있는 것이다. 

간무사들은 의료인이 아니고 간호사들의 보조 인력으로 투입된 분들이다. 향후 방문간호가 활성화된다고 하더라도 간무사들이 방문간호의 주체가 되어서도 안 되고 될 수도 없다. 간호와 돌봄을 전문적으로 공부했던 분들이 아니다. 방문 간호의 핵심 인력으로 나간다는 의미는 간호조무사도 함께 그 자리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다.

간호사의 급여를 기준으로 간호조무사의 급여도 같이 연동돼 올라간다.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간호사에 종속이 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현재 자신들의 사회적 위치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결과다. 모든 업무는 업무 전달 체계가 있어야 한다. 병원에서도 의사-간호사-간무사 등의 전달체계가 있듯이 지역에서도 전달체계가 필요하다. 부하직원이 아니라 업무를 하기 위해 필요한 체계가 있는 것이다.”

 

백혈병환우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간병시민연대 등을 만들며 보건의료 분야에서 다양한 시민운동을 해오셨는데 향후 목표와 계획은 무엇인가?

“현재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이 사회에서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간병 제도와 사회적 돌봄의 체계를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간호법은 간병문제의 연장에서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는 명확히 말할 수 없지만 내가 해야 할 마지막 일이라고 생각하며 간병 제도와 사회적 돌봄 체계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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