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신약 R&D와 경영 안정화를 목적으로 그동안 개발 및 재무 분야 전문가 영입에 열을 올리던 국내 제약사들이 비제약 분야 전문가 영입에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실적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비주력 사업 분야를 강화해 매출과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포석이다.
#일동제약은 최근 신임 CHC(컨슈머헬스케어) 부문장으로 이신영 전무이사를 영입했다. 이 전무는 앞으로 일동제약의 다양한 컨슈머 헬스케어 사업을 총괄할 예정이다.
이신영 전무는 삼성전자, 델, 시그나(국내법인명 라이나생명), 일렉트로룩스 등 다국적 기업에서 20년간 마케팅 관련 경력을 쌓았으며, 2019년부터는 일렉트로룩스코리아의 대표이사를 지낸 바 있다. 일동제약은 이 전무의 이러한 경력과 마케팅 분야 전문성, 조직 관리 및 운영 능력 등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동제약의 CHC 부문은 사업 다각화 및 신사업 육성을 목적으로 일반의약품과 헬스케어 부문을 통합한 사업부다. 일반의약품을 비롯해 음료, 건강기능식품, 의료기기, 화장품 등 일동제약의 주력 부문을 모두 포함한다. 지난해 기준 매출은 2545억 원으로 회사 전체(5601억 원) 매출의 절반에 육박한다.
이 전무가 비제약 분야에서 마케팅 전문성을 키워온 점을 고려할 때 일동제약의 이번 영입은 일반의약품과 함께 헬스케어 사업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동화약품은 이달 30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한종현 전(前) 동아에스티 대표를 사내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한종현 전 대표는 동화약품 대표이사 사장으로 임명돼 유준하 현 대표와 함께 투톱 체제로 회사를 경영하게 될 전망이다.
한 전 대표는 1968년생으로 연세대 보건과학대학 의용공학과와 케이스웨스턴대 공과대학원 의용공학과를 졸업한 후 2002년 동아제약 의료기기사업부에 입사했다. 이후 해외사업부 해외영업팀장과 M.I.Tech 사장, 동아쏘시오홀딩스 사장 등을 역임한 뒤 지난해 동아ST의 해외사업부와 의료기기진단사업부 담당 대표를 맡았다.
동화약품은 지난 2020년 척추 임플란트 전문 ‘메디쎄이’를 인수하며 의료기기 사업에 진출했다. 메디쎄이는 2003년 10월 설립된 의료기기 업체로 국내 척추 임플란트 시장 1위 기업이다.
동화약품은 지난 수년간 매출이 정체된 상태다. 이 회사의 지난 3년간 매출을 살펴보면, 2018년 3066억 원, 2019년 3072억 원, 2020년 2721억 원, 2021년 2930억 원으로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동화약품은 이러한 정체기를 탈출하기 위해 의료기기를 자사의 신규 전략 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종현 전(前) 동아에스티 대표 영입은 동화약품이 앞으로 의료기기 사업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안국약품은 최근 THC(Total Healthcare) 사업부 총괄에 방경득 사업부장을 영입했다.
방경득 사업부장은 고려대학교 식품공학부를 졸업한 뒤 풀무원에서 마케팅본부 특판사업부, CJ E&M(舊 CJ오쇼핑)의 CJmall사업부에서 근무했다. 19년 이상 식품 및 유통회사에서 다양한 제품과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전문가로, 마케팅 전략과 전략제품 개발에 뛰어난 성과와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안국약품의 THC 사업부는 지난해 건강식품으로 재탄생한 ‘토비콤’ 등의 온라인 유통을 전담하는 만큼 방 사업부장 영입은 시기적절한 인사라는 평가다.
안국약품은 지난 2015년 이후 내리막을 걷고 있다. 2015년 1977억 원이던 매출은 2016년 1740억 원, 2017년 1836억 원, 2018년 1858억 원, 2019년 1559억 원, 2020년 1434억 원으로 크게 위축됐다. 지난해 1635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다시 성장세로 돌아섰으나, 7년 전 매출을 회복하려면 추가 모멘텀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안국약품은 방 사업부장 영입을 통해 건기식·화장품·의료기기 등 헬스케어 사업을 강화, 외형 회복에 힘을 보태겠다는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국내 의약품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가운데 코로나19 장기화로 병·의원, 특히 로컬 의원을 찾는 환자가 급감하면서 제약사들은 의약품 부문 매출을 키우기가 매우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이와 달리 건강기능식품, 진단기기 등 의료기기 시장은 코로나19 장기화로 규모가 매우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제약사들이 헬스케어 사업 강화를 목적으로 관련 분야 전문가 영입에 힘을 쏟기 시작한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