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산 신약 식약처 승인 ‘최다’ … 내년 최대 5개 FDA 승인 전망
올해 국산 신약 식약처 승인 ‘최다’ … 내년 최대 5개 FDA 승인 전망
대웅제약 ‘펙수클루’, 새해 이틀 앞두고 4번째 국산 신약 등극

19년간 깨지지 않던 기록 경신 … 신약으로서 가치도 높아져
  • 이순호
  • admin@hkn24.com
  • 승인 2021.12.31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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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에 집중하고 있는 대웅제약 연구원들의 모습.
R&D에 집중하고 있는 대웅제약 연구원들의 모습 [사진=대웅제약 제공]

[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국내 제약업계가 올해에만 4개의 신약을 쏟아냈다. 지난 1999년 첫 국산 신약인 SK케미칼의 항암제 ‘선플라주’가 등장한 이후 연간 최다 배출 기록이다. 국내 제약업계에 새 역사가 새겨졌다는 평가다. 내년에는 최소 4개의 국산 신약이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 FDA 승인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월 18일 유한양행의 폐암 치료제 ‘렉라자’(레이저티닙)를 시작으로 2월 5일 셀트리온의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레그단비맙), 3월 18일 한미약품의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에플라페그라스팀), 그리고 12월 30일 대웅제약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펙수프라잔)까지 총 4개의 국산 신약을 승인했다. 

지금까지 연간 최고 신약 배출 기록은 3개였다. 2001년, 2003년, 2015년 등 총 세 차례다. 2001년에는 대웅제약의 당뇨성 족부 궤양치료제 ‘이지에프 외용액’(국산 신약 2호), 동화약품의 항암제 ‘밀리칸’(국산 신약 3호), JW중외제약의 항생제 ‘큐록신’(국산 신약 4호) 등 3개 신약이, 2003년에는 구구제약의 관절염 치료제 ‘아피톡신’, CJ제일제당(현 HK이노엔)의 농구균예방백신 ‘슈도박신’, 종근당의 항암제 ‘캄토벨정’ 등 3개 신약이 각각 허가를 획득했다.

2015년에는 동화약품의 퀴놀론계 항생제 ‘자보란테’, 동아에스티의 항균제 ‘시벡스트로’ 및 혈당강하제 ‘슈가논’ 등이 식약처의 관문을 넘었다. 이중 ‘시벡스트로’는 정제와 주사제 등 2개 제형으로 허가받으면서 허가 건수는 4건으로 기록됐지만, 제형만 다른 동일 품목에 해당하는 만큼 배출된 신약은 3개로 봐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19년 동안 깨지지 않던 이러한 기록은 20년 만인 올해 새 기록으로 경신됐다. 

특히, 올해 허가받은 신약들은 과거보다 훨씬 높아진 허가 기준을 통과한 데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할 정도로 기술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조 단위 기술수출로 가치 입증한 ‘렉라자’

미충족 수요 커 … 글로벌 시장 ‘기대주’

먼저 유한양행의 ‘렉라자’는 폐암 세포 성장에 관여하는 신호전달을 방해해 폐암 세포의 증식과 성장을 억제하는 표적항암제다. 이전 세대 항암제들과 달리 정상 세포에 독성이 적은 것이 장점이다. EGFR(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TKI로 치료받은 적이 있는 EGFR T790M 변이 양성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치료에 효능·효과를 인정받았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3분기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렉라자’에 대한 조건부허가 신청서를 제출해 올해 1월 18일 시판 승인을 받았다. 식약처는 통상 소요되는 일정보다(180일) 신속하게 허가를 내주었다. 그만큼 이 약물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의미로 읽힌다.

현재 사용 가능한 3세대 EGFR T790M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는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오시머티닙)가 유일하다. 이 때문에 새로운 치료 옵션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매우 크다.

특히 현장 의료진들이 ‘렉라자’의 효능과 안전성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어, 1차 치료제로 급여를 인정받을 경우 ‘타그리소’는 물론, 1세대 EGFR-TKI 약물인 아스트라제네카의 ‘이레사’(게피티닙)와 로슈의 ‘타쎄바’(엘로티닙), 2세대 약물인 베링거인겔하임의 ‘지오트립’(아파티닙) 등 기존 항암제 시장까지 빠르게 잠식할 것으로 전망된다.

‘렉라자’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기대주로 꼽힌다. 지난 2018년 11월 글로벌 제약사 얀센에 기술수출된 것이 그 방증이다. 총 계약 규모는 12억 5500만 달러(한화 약 1조 4000억 원)로, 단일 신약 기준 국내 제약업계 최대 규모다.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만 5000만 달러(560억 원)에 이른다.

시장에서는 향후 ‘렉라자’의 글로벌 시장 매출이 조 단위를 넘어설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국산 코로나19 치료제 1호 ‘렉키로나’ 소방수 역할 ‘톡톡’

유럽 찍고 미국 진출 준비 중 … 세계 각국서 속속 승인

셀트리온의 ‘렉키로나’는 국내에서 처음이자 현재까지 유일하게 품목허가(조건부허가)를 획득한 국산 코로나19 치료제다. 지난 2월 5일 식약처로부터 허가받은 이 제품은 현재 의료현장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지난 12월 23일까지 전국 212개 병원에서 ‘렉키로나’를 투여받은 환자는 모두 3만 3915명에 이른다. 정부는 내년 1분기 안에 약 5만 명분의 ‘렉키로나’를 전국 지정 치료기관에 추가로 공급할 방침이다. 그동안 감염병 전담병원에 국한됐던 투약 가능 기간도 생활치료센터와 확진자가 발생한 요양병원, 비감염병 전담병원 등으로 확대된 만큼, 사용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렉키로나’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과를 도출하고 있다. 유럽 의약품청(EMA)은 올해 2월 말 유럽연합(EU) 회원국 내 렉키로나 사용을 위한 롤링 리뷰(Rolling Review, 허가신청 전 사전검토 절차)에 착수해 7개월 만인 지난 11월 품목허가 결정을 내렸다.

‘렉키로나’의 글로벌 공급을 담당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난달 말 유럽 내 9개 국가와 렉키로나 공급 계약을 체결, 최근 초도 물량 15만 바이알의 선적을 완료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초도 물량을 공급한 9개국을 포함해 최근까지 18개국과 ‘렉키로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기존 공급 물량 및 추가 발주를 포함해 12월에 공급하는 물량만 1500억 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회사 측은 ‘렉키로나’의 유럽 처방 실적 확대로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더욱 높아지면서 글로벌 시장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현재 미국 FDA와도 ‘렉키로나’의 사용승인을 위한 사전 미팅을 진행 중이다. 이 절차가 마무리되면 미국 내 승인 신청 및 심사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왼쪽부터) 유한양행 ‘렉라자’, 셀트리온 ‘렉키로나’, 한미약품 ‘롤론티스’ [사진=헬스코리아뉴스 D/B]
(왼쪽부터) 유한양행 ‘렉라자’, 셀트리온 ‘렉키로나’, 한미약품 ‘롤론티스’ [사진=헬스코리아뉴스 D/B]

 

한미약품 바이오신약 1호 ‘롤론티스’

이르면 내년 3분기 美 승인 여부 결정

‘롤론티스’는 한미약품의 독자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장기 지속형 바이오신약이다. 항암 주기 당 1회만 투여하면 되는 약물로, 기존 약제 대비 G-CSF의 투여 용량은 줄이면서 효능을 높여 암 환자들의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랩스커버리’는 반감기가 짧은 바이오의약품의 생체 내 지속성을 최장 월 1회까지 늘려주는 기술로, 현재 한미약품이 개발 중인 10여 개 바이오신약 파이프라인에 적용됐다.

‘롤론티스’는 내년 미국 시장 진출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한미약품의 파트너사인 스펙트럼은 내년 상반기 안에 ‘롤론티스’에 대한 BLA(품목허가신청서)를 미국 FDA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롤론티스’는 지난 2012년 스펙트럼에 기술수출됐다. 스펙트럼은 약 6년의 임상시험 기간을 거쳐 2018년 12월 미국 FDA에 처음으로 ‘롤론티스’에 대한 BLA를 제출했다. 그러나 이듬해인 2019년 3월 FDA가 데이터 보완 등을 요청하자 승인 신청을 자진 취하했다.

이후 자료를 보완한 뒤 같은 해 10월 BLA를 다시 냈는데, 올해 8월 또다시 CRL(Complete Response Letter, 최종보완요구서)을 받았다. 스펙트럼과 한미약품은 현재 보완사항을 개선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인데, 올해 안에 모두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스펙트럼의 조 터전 사장은 지난달 열린 3분기 경영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원료의약품 제조시설과 관련해서는 한미약품이 CRL에서 언급된 보완사항 중 1건을 제외하고는 모든 미비점을 해결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연말까지 개선이 완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약품이 성공적으로 제조시설 결함 개선을 완료하면 곧바로 BLA(시판승인신청서)를 다시 제출할 것”이라며 “BLA 제출 후(품목승인) 심사(review)에 6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조 터전 사장의 발언대로 심사가 진행될 경우, ‘롤론티스’는 내년 3분기께 시판승인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국산 P-CAB 신약 ‘펙수클루’

‘케이캡’과 글로벌 시장 경쟁 예고

‘펙수클루’는 대웅제약이 자체 개발한 위식도역류질환 신약이다. 위벽에서 위산을 분비하는 양성자펌프를 가역적으로 차단하는 기전의 P-CAB(Potassium-Competitive Acid Blocker) 약물로, 지난 2008년 개발에 돌입해 약 13년 만에 상용화에 성공했다.

국내 품목허가 신청은 지난 2019년 이뤄졌는데, 약 2년 동안 진행한 긴 심사 끝에 이달 30일 최종 관문을 통과하면서 올해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대웅제약은 ‘펙수클루’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채비도 서두르고 있다. 자사보다 수년 앞서 P-CAB 계열 신약인 ‘케이캡’(테고프라잔)을 선보인 HK이노엔을 추격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대웅제약은 올해에만 ‘펙수클루’ 기술수출 4건을 성사시켰다. 먼저 지난 3월, 중국 양쯔강의약그룹의 자회사 상해하이니와 총 3800억 원 규모로 기술이전 및 공급 계약을 맺었다. 세 달 뒤인 6월에는 미국 뉴로가스트릭스(Neurogastrx) 및 콜롬비아 바이오파스(BIOPAS)와 각각 4800억 원, 340억 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10월에는 아랍에미리트 아그라스(Aghrass Healthcare Limited)와 약 991억 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펙수클루’는 미국, 중국, 중남미, 중동 등 유럽을 제외한 주요 시장 진출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이들 지역에 대한 총 기술수출 규모는 1조 1000억 원에 이른다.

대웅제약은 이번 국내 허가를 발판으로 약 40조 원 규모로 형성돼 있는 글로벌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도 정조준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상용화된 국산 신약 중 글로벌 시장 진출에 성공한 제품은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인데, 올해 등장한 국산 신약들은 모두 글로벌 시장에서의 상업적 성공이 매우 유력시되고 있다”며 “단순히 허가 숫자만이 아니라 신약으로서 가치도 예전과 비교해 매우 높아졌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에 최대 5개 국산신약 FDA 승인 전망

한미약품 ‘포지오티닙’ 등 3개 약물 최다

실제로 과거보다 혁신성을 더한 국산 신약은 최대 5개 정도가 미국 FDA의 최종 허들을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19년 11월 SK바이오팜의 뇌전증신약 ‘엑스코프리’(세노바메이트) 이후 지난 2년간 미국시장에서 허가 받은 국산 신약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고무적인 전망이다.

내년에 FDA 승인이 예상되는 국산 신약은 한미약품이 가장 많다.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포지오티닙’, 유방암치료제 ‘오락솔’, 호중구감소증치료제 ‘롤론티스’ 등 3개다. 이 가운데 FDA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받은 ‘포지오티닙’은 미국에서 해당 적응증으로 승인한 치료제가 없다는 점에서 빠른 허가가 예상된다.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은 2·3차 치료제로 조건부 승인이 기대되는 약물이다.

이밖에 셀트리온의 코로나19 치료제 ‘레그단비맙’을 비롯해, 2002년 동아제약에서 분사해 만들어진 메지온의 폰탄(단심실증) 치료제 ‘유데나필’, 에이치엘비의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 등이 FDA 승인 예상 후보 약물로 꼽히고 있다. 

이 가운데 ‘리보세라닙’은 지난달 4일(현지시각) FDA로부터 간암에 대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 받았다. 희귀의약품 지정은 FDA가 희귀·난치성 질병의 치료제 개발 및 허가를 원활하게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신약 개발사는 임상시험 승인 및 허가 기간 단축, 전문의약품 허가 신청비용(User Fee) 면제, 세금감면, 허가 취득 후 7년간 시장 독점권 등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동아제약의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의 성분이기도 한 ‘유데나필’은 잠재적 경쟁자였던 존슨앤드존슨’(J&J)이 돌연, 폰탄 치료제 임상 중단을 선언하면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신약이다. J&J는 얼마전 자사의 폰탄치료제인 ‘맥시텐탄’의 임상을 중단했다. 임상 3상에서 충분한 임상적 효능을 입증하지 못한 탓이다. 폰탄 치료제는 단심실 환자의 운동 능력을 개선해 합병증 발병 및 사망 위험을 낮추는 약물이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불모지와 같았던 국내 신약개발 사업에서 내년부터는 4~5개 신약에 대해 미국 품목허가 승인 성과가 전망된다”며 “특히 레이저티닙은 파트너사 얀센이 적극적으로 임상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블록버스터급 항암제가 될 것은 자명하다”고 못을 박았다.

서 연구원은 또 “한미약품이 개발한 ‘롤론티스’와 ‘포지오티닙’ 합산 신약 가치는 2500억원 규모이지만, 이들이 허가되면 후속 파이프라인에 대한 추가 기술이전 가능성과 기대감은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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