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움 때문에 퇴사하려니 ... 병원은 비밀유지 요구”
“태움 때문에 퇴사하려니 ... 병원은 비밀유지 요구”
을지대병원 23세 간호사 극단 선택 그 이후

간호사들 직접 겪은 태움 경험담 각양각색

끝나지 않는 ‘태움’의 악순환 ... “차라리 미국서 간호사 해라”
  • 정민우
  • admin@hkn24.com
  • 승인 2021.12.01 08:4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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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방송 캡쳐
JTBC 방송 캡쳐

[헬스코리아뉴스 / 정민우] 의정부 을지대병원 23세 신규 간호사가 기숙사방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 간호사들의 ‘태움’ 문화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재가 되어 다 탈 때까지 괴롭힌다”는 태움을 견디지 못하고 병원을 떠나는 간호사들이 적지 않다.

 

“왜 인사 안 해?” 소리 지르는 선배

30일 페이스북 익명 커뮤니티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에는 A 간호사가 겪은 일이 올라왔다. A 간호사는 최근 고참 간호사가 후배 간호사에게 인사를 받지 못했다면서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봤다. 고참 간호사는 “야 너 나한테 인사 안 해?“,  “난 너 못 봤는데? 뒤통수에 대고 하는 게 인사야?”라면서 많은 간호사들이 있는 간호사실에서 후배에게 면박을 줬다.

결국 후배 간호사가 눈물을 터뜨리고서야 질책은 끝이 났다. A 간호사는 “신규 간호사가 많고 퇴사율이 높아서, 부서 사정이 안 좋아서 받는 스트레스를 태움으로 푸는 것이냐”면서 “무섭고 이런 분위기에서는 더 이상 일하고 싶지 않다”고 호소했다.

그는 “언젠가는 저한테도 이런 일이 생길 날이 올 것”이라며 “이런 것들 때문에 무서워서 출근하기 싫어진다”고 덧붙였다.

 

JTBC 방송 캡쳐<br>
JTBC 방송 캡쳐

 

“너 언제까지 병원 다닐 거야?" ... 퇴사 압박

B 간호사는 첫 직장이었던 서울의 한 병원을 그만뒀다. 선배들은 B 간호사와 교대를 하고 인계를 받을 때는 “쟤 인계 듣느라 수고 많았어”, “쟤 진짜 대박이지 않냐?”라고 하면서 대놓고 면박을 줬다.

사생활에도 간섭하는 일이 많았다. B 간호사는 휴가 때 여행을 다녀온 사진을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올렸다. 그러자 한 선배 간호사는 B 간호사에게 “니가 여행 다닐 때니? 나 신규 때는 여행도 안 가고 공부만했어”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이 없는 탈의실에 불려가 “너 언제까지 병원 다닐 거야?”라고 물으며 퇴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퇴사 계기는 선배 간호사들이 B 간호사의 개인 SNS 계정을 알아내서 사진과 글을 캡처하고, 돌려보면서 비난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때다. B 간호사는 퇴사와 함께 이의 제기를 했지만 헛수고였다. 병원 측은 징계할 의지가 없었고, 관련자들은 사실을 부인했다.

B 간호사는 퇴사 이후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 이후 새로운 병원에 적응해서 간호사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페이스북 캡쳐
페이스북 캡쳐

 

“태움 때문에 퇴사하려니 ... 병원은 비밀유지 요구”

C 간호사는 지난해 다니던 병원을 그만뒀다. 그는 의정부 을지병원 사건을 언급하면서 “아직도 이런 일이 끊임없이 일어난다”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C 간호사는 “아직도 그분들(선배 간호사들)의 목소리, 눈빛, 말투 하나하나 생생한다”면서 “누군가에게 평생 잊지 못할 상처를 준 만큼 꼭 되돌려 받길 바란다”고 썼다.

병원 측은 C 간호사가 태움으로 인해 퇴사 의사를 밝히자 비밀유지를 확약하라고 요구했다. 병원이 제시한 확약서에는 “상기 본인은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해 행위자에게 요구한 이행사항을 받아들여 원만히 해결하였으며, 퇴사 후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사항에 대한 비밀유지 의무사항을 확인하고 제3자에게 공개하거나 누설하지 아니함을 확약합니다”라고 쓰여 있다.

확약서에 서명은 했지만 당시 피해 간호사의 정신적 상처가 아문것은 아니었다. 가해자들과 갈등이 해결된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병원은  문제를 덮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C 간호사는 결국 이직을 했다. 그는 “그 병원이 이상했다는 걸 깨달았다”면서 “확약서를 작성하게 한다는 것 자체가 정상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수술 중인 의사와 간호사
수술 중인 의사와 간호사

 

“한국 떠나서 간호사 하자”는 목소리도

자신을 미국에서 간호사로 일한다고 밝힌 D 간호사는 태움 경험담이 올라오자 커뮤니티에 ”다들 태움이 없는 미국으로 오라”면서 “미국도 간호 인력이 부족해서 난리”라고 썼다.

그는 ”신입도 시급 33달러(3만 9122원)에서 시작하고, 보너스도 시간당 40달러(4만 7418원) 씩 받는 간호사들이 많다”면서 ”트래블 널스(Travel Nurse)는 일주일에 800만 원도 번다”고 썼다. ‘츄래블 너스’는 한국에는 없는 개념으로, 병원을 옮겨 다니면서 근무하는 간호사를 말한다. 

최근 코로나19로 미국에서도 의료인이 부족하다. 병원에 소속되지 않고 계약 기간이 끝나면 자리를 옮기는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츄래블 너스’는 몸값도 크게 올랐다.

D 간호사는 ”한국에서 속앓이하는 신입 간호사분들은 미국으로 오라. 너무 안타까워 적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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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sotto 2021-12-01 09:06:27
요즘 갑자기 못보던 기자이름이 마구마구 보임. 물론 사진은 없음 ㅋㅋㅋ그러면서 기존 기자들의 멀쩡하게 잘 있던 사진이 다 내려감 ㅋㅋㅋ 결국 새 이름들은 모두 가라 기자란 얘기?? ㅋㅋ 사진 없애고 은근슬쩍 물타기 하는 것 같은데 이런식이면 기자 100명 넘는 대형 언론사가 멀지 않았음ㅋ 화이팅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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