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임도이·정민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3일, MET 유전자 표적 치료제 2종을 동시에 승인, 앞으로 회사측이 제시하게 될 이들 약물의 가격에 관심이 쏠린다. 한국노바티스의 MET 억제제 ‘타브렉타정’(Tabrecta Tap.)와 머크의 MET 억제제 ‘텝메코정’(Tepmetko Tao.)이 그것이다. 헬스코리아뉴스는 오늘(24일) 아침, 두 약물의 승인 소식을 가장 먼저 보도한 바 있다. [아래 관련기사 참조]
먼저 ‘타브렉타’는 지난해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MET 유전자 억제 표적 치료제로, 앞서 식약처는 허가 전 단계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한 바 있다.
식약처는 이번에 경구용 MET 억제제 타브렉타(성분명 카프마티닙)를 MET 엑손 14 결손(skipping)이 확인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치료제로 허가했다.
이날 노바티스에 따르면 비소세포폐암은 암세포의 성장을 촉진하는 다양한 돌연변이가 존재하며, 염색체 7번 장완에 위치한 원종양유전자인 MET에도 이상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MET 유전자에서 발생하는 모든 이상 반응을 MET 조절 장애(dysregulation)라고 하며, 크게 MET 증폭(amplification)과 MET 변이(mutations)로 나뉜다. MET 엑손 14 결손은 대표적인 MET 변이에 해당된다.
MET 엑손 14 결손이 일어나면 세포 신호와 증식,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MET 경로가 과도하게 자극되고 암세포의 증식을 유발한다. MET 엑손 14 결손은 전체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약 3%에서만 나타날 정도로 흔치 않지만 공격적인 특성 탓에 예후가 좋지 않고, 특히 MET 엑손 14 결손 환자 대상의 후향적 분석 연구에서, MET 엑손 14 결손 환자 중 진단 당시 뇌전이 환자는 37%, 뼈전이 환자는 49%로 나타났다.
타브렉타는 MET 수용체 티로신 키나아제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기전의 약물이다. 세포 내 수용체의 인산화효소 영역에 결합해 MET 인산화 반응을 차단하고 MET이 주요 하위 신호 전달 경로를 비정상적으로 활성화하는 것을 막는다. 타브렉타는 이러한 기전의 혁신성을 인정받아 2019년 9월 미국 FDA로부터 혁신적 치료제(breakthrough therapy)로 지정됐으며, 신속 승인 절차를 거쳐 지난해 5월 MET 유전자 변이를 표적하는 치료제로 승인 받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이번 허가는 MET 엑손 14 결손이 확인된 97명의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주요 임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대부분 암환자, ‘타브렉타’ 치료 시작후 7주 이내 반응 보여”
노타티스에 따르면, 2상 임상 GEOMETRY mono-1 연구에서 타브렉타를 투여한 환자 중 이전에 치료받지 않은 환자에서는 68%(95% CI; 48-84), 이전에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환자에서는 41%(95% CI; 29-53)의 객관적 반응률(Objective Response Rate, ORR)이 나타났다. 특히, 환자들의 이러한 반응은 빠르게 관찰됐다. 이전에 치료받지 않은 환자의 68%, 이전에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환자의 82% 등 대부분의 환자가 타브렉타로 치료 시작 후 7주 이내에 반응을 보였다. 이전에 치료받지 않은 환자의 반응지속 기간 중간값(median Duration of Response, mDOR)은 12.6개월(95% CI, 5.6-NE)이었고, 치료받은 환자는 9.7개월(95% CI, 5.6-13.0)이었다.
“이전에 치료받은 경험 있는 환자 질병 통제율 96%”
“이전에 치료받은 경험 없는 환자 질병 통제율 78%”
완전관해(Complete Response, CR)와 부분관해(Partial Response, PR), 안전병변(Stable Disease, SD)을 보인 환자 수를 모두 집계한 질병통제율(Disease Control Rate, DCR)은 이전에 치료받지 않은 환자에서 96%(95% CI, 82-100)로, 28명의 환자 중 27명의 질병이 통제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환자에서는 69명 중 54명의 질병이 통제됐고, 질병통제율은 78.3%(95% CI, 67-87)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뇌 전이가 있는 비소세포폐암 환자 13명(이전에 치료받지 않은 환자 3명,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환자 10명)의 두개 내 병변에 대한 객관적 반응률(intracranial ORR)을 사후 분석한 결과, 완전관해를 보인 4명을 포함해 12명(92%)에서 질병 통제가 확인됐다.
연구에선 이미 알려진 타브렉타의 안전성 프로파일도 확인됐다. 대부분의 이상반응은 예측 가능한 1, 2등급이었고 용량 조절로 해결할 수 있었다. 가장 빈번하게 보고된 이상반응은 말초부종, 메스꺼움, 구토 및 혈중 크레아티닌 증가 등이었다.
한국노바티스 항암제 사업부 신수희 대표는 “예후가 좋지 않음에도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의료적 수요가 높았던 국내 MET 엑손14 결손 비소세포폐암 치료 분야에 타브렉타를 빠르게 도입할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며, “정밀항암치료의 시대가 다가온 지금, 주요 임상 연구를 통해 차별화된 효과와 안전성을 보여준 타브렉타가 해당 치료군에 속하는 환자들에게 최선의 선택지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 기준 노바티스 ‘타브렉타’ 한 달 약값은 1178만 원
머크 ‘텝메코’ 한 달 약값은 2486만 원 ... 2배 이상 비싸
이제 관심은 이 약물의 가격에 쏠린다. 생사를 오가는 말기 암환자들에게 혁신 신약은 큰 관심거리다. 식약처 허가사항을 보면, ‘타브렉타’는 식사와 함께 또는 따로 1일 2회, 1회 400mg 복용을 권장한다.
한국노바티스는 어제 ‘타브렉타정’ 150mg과 200mg을 승인받았다. 따라서 환자는 1회 복용시 200mg짜리 2정을 복용해야하는 셈이다.
이와관련 한국노바티스측은 24일 헬스코리아뉴스에 “이제 막 허가받은 약물이라서 비급여 가격이 얼마인지는 좀 더 알아봐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세계 첫 MET 억제제라는 점에서 환자가 비급여로 약을 복용했을 때 들어가는 비용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헬스코리아뉴스 취재결과, ‘타브렉타’는 미국에서 한 달 비급여 처방 비용이 9894 달러 75센트, 오늘 환율로 우리 돈 1178만 원이다. 하루 두 알을 복용기준으로, 56캡슐이 든 1병의 가격이다.
때마침 어제는 머크 역시 ‘텝메코정’(Tepmetko Tao.)이라는 약물을 비소세포폐암신약(희귀 전문의약품)으로 식약처의 허가를 받았다. ‘텝메코정’(성분명 : 테포티닙·tepotinib)의 적응증도 MET 엑손 14 결손이 확인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치료로, ‘타브렉타정’과 동일하다.
다만, ‘텝메코정’의 FDA 승인 시기는 올해 2월로 미국에서는 두 번째 승인 약물이다. 대신, 일본에서는 지난해 3월, 후생노동성의 승인을 획득함으로써, 세계 첫 MET 억제제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텝메코’의 미국 비급여 처방 비용은 한 달 기준 2만 898 달러 60센트(우리돈 약 2486만 원)이다. 같은 표적치료제 이지만, 노바티스의 ‘타브렉타’ 보다 두 배 이상 비싼 셈이다.
한국머크는 이날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