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임도이·이지혜] 오는 24일로 예정된 단독간호법안(간호법, 간호·조산사법 등 3건)의 국회 심의 절차 돌입을 앞두고, 의사단체와 간호사단체간 신경전이 치열하다. 의사단체는 반대, 간호사단체는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 등 여야 3당이 각각 발의한 간호법안과 간호·조산법안은 공청회를 거친 뒤 오는 24일 오전 9시에 열리는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소위에 상정돼 있다.
간호법은 역대 국회에서 모두 3차례 발의됐지만 국회 상임위원회에 상정돼 본격 심의절차에 들어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관련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10개 의료단체는 22일 오후 3시 국회 앞에서 '간호법 제정 국회심의 반대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간호단독법 심사 철회 및 즉각 폐기”를 촉구했다.
의사협회 “보건의료 뿌리 뒤흔드는 법” → “결사반대”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오늘까지 의료법에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뿐 아니라 간호사까지 포괄하여 ‘의료인’으로 통합하여 규율해 왔으며, 의료법에 각 직역의 업무범위를 명확히 규정하여 업무범위에 대한 혼란을 최소화하고 규정된 업무범위 및 요건 하에서 의료행위가 시행될 수 있도록 했다”며 “국회 심의를 앞둔 간호법은 대한민국 보건의료의 뿌리를 뒤흔들고, 보건의료체계의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간호법 제정은 단순히 의료법에 있는 간호사 관련 조항을 떼어내서 별도의 법을 만드는 문제가 아니라, 의료법 체계의 근본을 바꾸고, 보건의료체계 전반의 변화를 수반하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충분한 논의와 검토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간호법은 간호사의 이익만 추구하는 직종이기주의 법안이다. 간호사만을 위한 법률일 뿐, 국민건강향상을 저해하는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예컨대 현행 의료법에서 간호사는 ‘의사의 지도하에’라는 업무적 감독관계를 명확히 하고 있고, ‘진료의 보조’라는 업무범위를 규정해 의사의 의료행위 업무와 명확히 구분하고 있는데, 발의된 간호법안은 ‘진료의 보조’를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변경함으로써 간호사들이 진료업무를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향후 국민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간호사의 단독개원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들의 판단이다.
기자회견후 1인 시위에 나선 이필수 의사협회장은 헬스코리아뉴스에 “간호법은 간호사만 관련된 법이 아니라, 간호인력으로 분류되는 간호조무사는 물론이고,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요양보호사, 병원협회, 의료법 외의 법률에서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로 규정하고 있는 어린이집, 장기요양기관, 사회복지시설까지 모두 관련 당사자로 되어 있다”며 “지금 발의된 간호법안은 오직 간호사만 찬성하고, 다른 당사자는 모두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이같은 발언은 발의된 간호법안이 간호사만을 위한 법안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반영하듯, 이날 회견에는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은 물론, 대한응급구조사협회,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 한국재가장기요양기관정보협회 등 보건의료관련 10개 단체가 참여, 간호법안의 즉각적인 폐기를 촉구했다.
간무협 “간호사에 대한 종속성 강화하는 법” → “결사반대”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간무협)도 이날 별도의 입장을 내고 “간호법 제정 결사반대”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기자회견후 1인 시위에 나선 홍옥녀 간무협 회장은 헬스코리아뉴스에 “간호사단독법으로 불리는 3개의 법안에는 의료법에 근거하여 의사의 진료보조인력으로서 진료보조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간호조무사(간무사)를 간호사만의 보조인력으로 만들어 간호조무사의 사회적 지위를 더 악화시키고, 간호사에 대한 종속성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 회장은 “현재 발의된 간호법은 간호조무사와 요양보호사 위에 간호사가 군림하며 관리하겠다는 표현이며, 나아가 이러한 일방적 법안은 국민건강에도 위협이 되는 등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간호법이 제정되면 보건의료생태계의 심각한 교란을 야기해 타 보건의료 직군의 업무영역을 침탈하고, 타 직종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할 것이기에 심의 철회는 물론 반드시 폐기 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회장은 “간호사 업무 중 ‘간호사가 수행하는 가목부터 다목까지의 업무보조에 대한 지도’에서 ‘보조’를 삭제하고,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간호조무사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간호, 진료보조, 보건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간무협은 간호법 심의를 반대하는 것은 물론 철폐를 위해 릴레이 1인 시위도 함께 진행한다. 공동기자회견 진행 후 간무협 홍옥녀 회장을 필두로 협회 임원 및 회원이 릴레이로 참여하며 간호법 반대 투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간협 “23일 여의도에서 간호사 결의대회 열어 총력전” → “적극찬성”
반면, 대한간호협회(간협)은 어떤한 일이 있어도 이번 만큼은 간호법이 반드시 처리되어야한다는 입장이다.
간협은 22일 오후 3시 서울 간호인력취업교육센터 1층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간호법 제정을 위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신경림 회장은 “간호법은 간호 직역을 위한 법이 아닌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간호인력으로부터 전문적이고 안전한 간호·돌봄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법”이라며 “2020년 4월 간호법 제정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협회와 정책협약식을 맺은 여야 3당은 약속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신 회장은 “만성적인 업무과중속에 신규 간호사는 3년을 버티지 못하고 절반이 사직하는 등 평균 근속연수가 7년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며 “세계 90개 국가에 존재하는 간호법이 우리나라에만 없다”고 작금의 현실을 꼬집었다.
이어 신 회장은 “2005년과 2019년에 국회에서 발의된 간호법은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폐기됐다. 그러나 오는 24일 간호법안이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처음으로 상정돼 구체적인 논의가 시작된다”며 “2년간 코로나로 지칠대로 지친 간호사들을 위해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대한의사협회를 향해서도 “간호법이 제정되면 간호사가 독자적인 진료행위를 하게 될 것이고, 보건의료체계를 붕괴시킬 것이라는 허위사실로 국민들을 위협하고 있다”며 “이같은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엄중 경고했다.
신 회장은 “간호인력은 잠깐 쓰다 버려지는 소모품이 아닌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소중한 의료자원”이라며 “초고령사회 국민의 건강증진을 위한 간호인력 확충과 간호법 제정은 이 시대 변할 수 없는 대명제이자 진리”라고 강조했다.
한편, 간호협회는 오늘(23일) 오후 2시 국회의사당 앞에서 전국 간호사들의 간호법 제정 촉구를 위한 전국간호사 결의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결의대회는 정부의 방역 수칙에 따라 현장 간호사와 간호대학생 등 499명이 참석한다. 또한 전국 보건의료산업노조와 미래소비자행동, 간병시민연대 등이 연대사를 통해 간호사들과 함께 한다. 이날 결의대회는 대한간호협회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된다.
<간호법 제정을 위한 대국민 호소문>
국민 여러분께 간곡히 호소합니다.
그리고 2020년 4월,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간호법 제정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대한간호협회와 정책협약을 맺은 여야 3당에게도 간곡히 호소합니다.
간호법을 제정해 주십시오.
세계 90개 국가에 존재하는 간호법이 우리나라에만 없습니다.
간호법은 간호 직역을 위한 법이 아닙니다.
우리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간호인력으로부터 전문적이고 안전한 간호‧돌봄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법입니다.
우리 헌법 제36조는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규정하였습니다. 헌법에 의한 국민의 건강권을 제대로 보장하기 위해서 이 시대에 가장 시급한 것이 바로 간호법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코로나19 이후 각국 정부에 보편적 건강보장을 위해 간호인력에 보다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력히 권고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이제 2025년이면 초고령사회로 진입합니다.
노인인구와 만성질환자의 증가는 노인진료비의 증가로 이어지고 대한민국 의료보장체계의 핵심인 건강보험은 그 지속가능성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초고령사회를 대비하려면 급성기 질환과 치료 중심의 보건의료 패러다임이 만성기 질환과 간호‧돌봄 중심의 패러다임으로의 전환되어야 합니다.
의료기술이 발전하고 전문화된 만큼 간호학과 간호지식이 발전되었고 그 분야는 다양화‧전문화되었습니다. 간호사, 조산사, 전문간호사, 간호조무사 등 간호인력들은 의료기관뿐 아니라 장기요양기관, 노인복지시설, 보건소, 아동‧장애인시설 등 다양한 기관에서 일하고 있고 그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간호사 등 간호인력들이 일하고 있는 현장의 현실은 어떠합니까?
특히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현장의 간호사들은 한계에 직면해 있습니다. 상시적인 간호인력 부족, 만성적인 업무과중 속에 신규 채용된 간호사들은 채 3년을 버티지 못하고 절반이 사직하며, 평균 근속연수가 7년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40대가 주축을 이루는 선진국 간호사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간호사가 대부분이며, 이직과 사직을 반복하다 경력이 단절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46만의 간호사 중 의료현장에 남아있는 간호사는 그 절반에 불과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우리사회는 급격한 충격과 변화를 겪었으며, 이제 일상으로의 회복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는 공공의료의 강화와 보건의료인력의 대대적 확충이 필수적임에도 작금의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2020년 여름, 정부가 발표한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하여 의사와 전공의들은 중증, 응급환자가 있는 필수의료 현장까지도 박차고 나가 진료거부와 집단휴진에 돌입하였습니다. 그러나 간호사들은 그 어렵고 힘든 순간에도 방호복을 벗지 않았고 코로나 병동은 물론 필수 의료분야를 지키고 환자의 생명을 위해 헌신하였습니다.
‘코로나 영웅’이라는 칭호는 우리에게 너무 무겁고, 우리는 지쳐만 가고 있습니다. 보건소에서 또 의료기관에서 아까운 목숨을 버린 간호사의 소식을 들으며 우리는 이 답답한 현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목 놓아 울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러나 이제 희망의 싹이 트고 있습니다.
2021년 11월 24일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국회에서 간호법안이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되어 구체적인 논의가 시작됩니다.
지난 2005년과 2019년 국회에서 발의된 간호법이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폐기되었으나, 이제 다시는 그런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됩니다.
마지막으로 의사협회에 강력히 경고합니다.
간호법이 제정되면 간호사가 독자적인 진료행위를 하게 될 것이고, 보건의료체계를 붕괴시킬 것이라는 허위사실 유포를 즉각 중단하십시오.
지난 2020년 8월 코로나19 대유행의 엄중한 시기에 의사들의 진료거부와 집단휴진으로 우리 국민들은 큰 상처를 입었고, 목숨을 잃은 분도 있었을 뿐 아니라 의료계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밑바닥으로 추락하였습니다.
의사들의 직역이기주의와 권력적 행태로 인한 폐해는 지금 우리사회에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향후 닥칠 보건의료 위기 앞에 개혁의 리더십을 보여야 할 전문가 집단이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다른 직역과 관련된 법안 제정에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정치권을 겁박하는 것은 결국 의사들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실망만 더욱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간호인력은 결코 잠깐 쓰다 버려지는 소모품이 아닙니다. 의사 보조를 위한 도구적 존재로 평가받아서도 안됩니다. 간호인력은 우리의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소중한 의료자원이며, 어느 날 갑자기 양성하고 싶다고 해서 쏟아낼 수 없는 전문교육이 필요한 인력입니다. 초고령화사회 국민의 건강증진을 위한 간호인력의 확충과 간호법의 제정은 이 시대 변할 수 없는 대명제이자 진리입니다.
전국 46만 간호사와 전국 12만 여 간호대학생은 대한간호협회를 중심으로 하나로 똘똘뭉쳐 간호법이 제정되는 그 날까지 끝까지 싸워나갈 것입니다.
2021. 11.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