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차 드러나는 을지대병원 23세 간호사 극단 선택 이유
점차 드러나는 을지대병원 23세 간호사 극단 선택 이유
“그렇게 일하고 나면 몸이 부러진 것처럼 힘들어”

혼자서 환자 44명 담당 ... 일하다 실신한 간호사

입사 9개월 만에 10kg 빠져 ... 선배 폭언·폭행에 고통 호소

퇴사 밝혔으나 거절 당한 날, 기숙사에서 숨진 채 발견

“태움 가해 간호사들은 지금도 출근”
  • 정우성
  • admin@hkn24.com
  • 승인 2021.11.21 2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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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방송 캡쳐
JTBC 방송 캡쳐

[헬스코리아뉴스 / 정우성] 을지대학교병원에서 근무하는 1998년생 간호사 A(23)씨가 기숙사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은 지난 16일. 유족 측은 직장 내 괴롭힘이 극단적 선택의 원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의정부 을지대병원은 20일 “모든 가능성을 열고 공정한 수사 진행을 위해 지난 18일 진상 규명 위원회를 통한 자체 조사에 이어 수사 의뢰를 결정했다”면서 “간호사 태움(영혼까지 태운다는 뜻의 간호사 직장 내 괴롭힘을 지칭하는 은어)'이 사망 원인이라는 유가족의 의혹을 해결하고 올바른 조직문화를 선도하고자 의정부 경찰서에 진상 규명을 위한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유족에 따르면 A 간호사는 지난 3월 입사 이후 10kg가량 체중이 줄었다. 매월 10만 원씩 제공되는 병원 식대도 다 쓰지 못할 정도로 업무가 많아 식사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선배 간호사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A 간호사에게 차트를 집어 던지기도 했고, A 간호사는 출근에 두려움을 느꼈다고 전했다. 사망 당일 오전 9시 20분경 A 간호사가 책임자에게 사직 의사를 전달했으나 “사직은 60일 전에 얘기를 해야 하는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이날 오후 A 간호사는 기숙사 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1일 페이스북 익명 커뮤니티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에는 A 간호사의 죽음과 관련된 폭로 글이 올라왔다.

 

JTBC 방송 캡쳐<br>
JTBC 방송 캡쳐<br>

 

A 간호사 혼자서 환자 44명 담당

제보자는 “처음엔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렇게 밝고 까불거리기 좋아하고 활발하고 누구에게나 사랑받기 좋아하던 네가 그런 선택을 했다니”라며 “그런데 널 보내며 동기들과 모여서 울면서, 그냥 계속 울면서 생각을 해보니 너무나 이해가 갔다”고 의정부 을지대병원의 상황을 설명했다.

제보자에 따르면 해당 병동은 간호사 1명당 환자 수가 23명에 달한다. 또한 직접 환자를 대하는 ‘액팅’(주사, 측정, 약 배분 등) 업무는 선배 간호사 대신 A 간호사가 혼자 맡았다. 실제로는 혼자서 환자 44명을 담당한 것이다.

A 간호사는 “그렇게 일하고 나면 몸이 부러진 것처럼 힘들다”고 호소했다. 해당 병동은 살인적인 업무 강도에 경력이 있는 선배 간호사나 신규 간호사 모두 퇴사를 하거나 다른 병동으로 옮기고자 했다. 심지어 일하다 실신한 간호사도 있었다.

제보자는 A 간호사를 두고 “그 와중에 넌 끝까지 버텨보겠다며 내가 가면 남아있는 동기들한테 피해를 끼친다며 끝까지 그렇게 남 생각만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관련 기사=간호사들 의견 들어보니 ... “선배는 쉬는데, 후배는 바빠”]

 

의정부 을지대병원 전경 [사진=병원 제공]
의정부 을지대병원 전경 [사진=병원 제공]

 

선배는 소리지르며 차트 던지고 ... 부서 이동 요구도 묵살 

A 간호사를 특히 괴롭힌 두 명의 선배 간호사가 있었다. 교대를 하면서 업무 인계를 하는데 “너 인계는 듣기도 싫어 안 들을 거니까 가. 더 이상 열받게 하지 말고 하던 일 다 하지 말고 나가”라며 소리를 지르며 차트를 던진 일도 있었다. 제보자는 “A 간호사는 이 사람에게 인계를 해줘야 하는 날이면 며칠 전부터 불안해하고 초조해하며 가만히 있질 못 했다”고 썼다.

A 간호사는 파트장에게 2~3달 전부터 부서 이동을 요구하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사직을 언급했지만 “사직은 60일 전에 이야기해야 한다”는 황당한 답변을 받았다. 제보자에 따르면, 파트장은 A 간호사에게 “다음 달엔 다른 부서로 갈 수 있는지 알아보겠다”며 “12월까지만 하자”고 말했다.

제보자는 “간호사들을 관리하는 관리직이라면 후배 간호사를 그렇게 태우는 선배 간호사와 근무가 겹치지 않도록 떨어트려 놨어야 하는 거 아닌가”라며 “최소한 그렇게라도 조치를 취해줬어야 하는 거 아닌가. 다 알고 있으면서, 태움을 당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파트장은 방관만 했다”고 했다.

 

어려움 소호해도 비밀 지켜지지 않아

“적은 인력으로 이익 노린 병원도 책임”

어려움을 호소해도 비밀은 지켜지지 않았다. 제보자에 따르면 A 간호사가 파트장에게 힘들다고 토로하면 그 다음날에는 가해자인 선배 간호사가 A 간호사에게 “네가 힘든 거 파트장님한테 말 좀 하지 마”라고 했다.

제보자는 “A 간호사를 죽인 건 최소한의 간호사 인력으로 최대한의 이익을 내려고 했던 병원, 널 인격적으로 모독하고 괴롭히고 태웠던 선배 간호사, 끝까지 가지고 있었던 희망을 놓게 만든 파트장 그 모두”라면서 “간호사가 된지는 이제 막 8개월. 네가 뭘 그렇게 잘 못했을까”라고 썼다.

그는 “(가해자인) 그 선배 간호사들은 아직도 출근을 한다. 아무런 징계도 없이, 그리고 병원에선 너의 죽음을 말도 안 되는 가정사 탓을 들먹인다”고 했다. 실제로 병원 측은 유족에게 “자체적인 조사 결과로는 병원 내 문제가 별로 보이지 않고 가정사를 생각하고, 가정사나 개인사를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유족이 강하게 문제 제기를 하자 수사 의뢰를 한 것이다.

제보자는 “절대 이렇게 묻히게 두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 사람들(가해 간호사들)은 벌받고, 그 병원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처우개선을 할 때까지 계속 이야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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