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임해리] 허리 통증으로 병원을 방문한 환자 중 일부는 MRI 등 정밀검사를 통해 디스크로 진단받는다. 여기서 말하는 디스크의 정확한 질환명은 추간판 탈출증이다. 추간판 탈출증은 돌출된 수핵이 신경근을 압박해 심한 하지 방사통과 마비 증상을 유발하는 병적인 상태를 말한다. 디스크라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수술을 언제 해야 할까’라는 고민에 휩싸인다.
그러나 일선 전문의들은 무조건 수술부터 할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경희대병원 신경외과 이준호 교수에게 추간판 탈출증 환자를 위한 조언을 구했다.
그는 “추간판 탈출증으로 진단받은 사람 중 대다수는 디스크 내장증 혹은 신경근 압박이 심하지 않은 정도의 돌출 상태를 일컫는 추간판 팽윤증”이라며 지나친 우려를 경계했다.
주기적으로 허리 통증이 나타날 수 있지만, 하지 방사통까지는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치료법 선택을 서두르기보다는 증상이 악화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올바른 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이를 방치하거나 잘못 관리할 경우, 결국 바깥 섬유테 파열로 내부 수핵이 도출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몸 상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게 이 교수의 조언이다. 어느 순간 허리 통증이 사라졌다 하여 증상 호전으로 착각해서도 안된다. 한쪽 다리에 전깃줄 같은 저린감, 이른바 방사통으로 발전되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실험적 논문을 살펴보면, 사람이 아무 활동을 하지 않았더라도 30대가 되면 허리 한두 마디는 자연스럽게 퇴행이 발생한다. 대다수가 이를 느끼지 못하다가 생활 속에서 무리를 하거나 사소한 외상으로 인해 자각증상을 느낌으로써 병원을 방문했다가 디스크 진단을 받는다. 이준호 교수는 “디스크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수술했다가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수 있기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진단명 자체가 아닌 평소 생활에 무리가 없는지, 통증의 정도는 어떤지 등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 후 수술을 고려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많은 디스크 환자들은 수술 이후 더 큰 통증을 호소한다. 질환의 재발 때문인데, 이 때문에 수술을 권유한 의료진을 원망하는 목소리도 높다.
차이는 있지만, 외국 논문에 따르면 디스크 수술 후 재발률은 2년 기준 대개 8~9%내외다. 특정 보고에서는 30%로 표기되어 있는 등 추간판 탈출증은 재수술에 대한 위험성이 존재하는 질환이다. 재수술 시 신경근 손상, 뇌척수액 누수, 수술부위 감염의 확률이 높아진다.
또한, 추간판 제거술을 재차 진행하게 되면, 향후 추간판 간격이 낮아지는 협착증 현상 등이 가속화될 수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심한 요통으로 인해 생활에 불편함이 초래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짐을 의미한다. 이 교수가 디스크 수술에 신중을 기하라고 말하는 이유다.
이 교수는 “재수술을 고려함에 있어 본인이 이전 수술에 버금가는 유사한 통증 정도를 느끼는지의 여부가 중요하다”며 “설령 디스크가 재발한다고 해도 통증이 이전만큼 심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면, 신경 차단술 등의 비수술적 치료도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근에는 미세 침습 척추 수술이 성행하고 있다. 1cm 미만의 상처로 기존 수술법과 대등한 치료 효과를 내면서 환자의 재원 일수 단축 및 조기 일상 복귀를 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선택에 있어서 본인의 병증 상태가 그 적응증에 정확히 해당하는지 확인해야만 재수술, 3차 수술의 위험을 방지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준호 교수는 “수술법도 발전이 거듭되면서 소위 유행이라는 것이 있다”며 “자신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채 하루 내지 이틀 사이에 간편하게 본인의 병을 고칠 수 있다는 생각에 유행에 휩쓸려 수술법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