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지혜] 급성기가 지난 심근경색 환자에게 '클로피도그렐'을 기반으로 한 이중 항혈소판요법을 시행하면 허혈 위험은 증가시키지 않으면서 출혈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장 장기육 교수, 의정부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김찬준 교수, 대전성모병원 심장내과 박만원 교수 연구팀은 관상동맥스텐트 삽입술을 받은 급성심근경색 환자를 대상으로 항혈소판제제 비교 연구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협착 정도가 심한 심근경색 환자에는 스텐트를 삽입해 혈관을 넓히는 시술을 하고, 이후 이중 항혈소판요법으로 허혈 및 재발 위험을 낮추는 치료를 진행한다. 국제 임상지침에서는 관상동맥 스텐트 삽입술을 시행받은 급성심근경색 환자에게 강력한 항혈소판제를 기반으로 한 이중 항혈소판요법을 1년간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심근경색 시술 후 첫 1개월째에는 심혈관 사망 및 심근경색의 재발 등 허혈성 사건의 위험이 높은데, 이 시기 이후에도 위험도가 동일한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었다. 이와 관련, 심근경색 후 안정된 시기에 '클로피도그렐 '등의 약제로 항혈소판요법의 강도를 낮추는 것이 예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어 왔다.
연구팀은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연구자 주도 무작위 배정 연구를 시행, 항혈소판제제 '티카그렐러'와 '클로피도그렐'을 비교했다. 연구에는 국내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8개 병원과 이외 32개 병원 등 총 40개 병원이 참여했다.
연구팀은 심혈관 중재시술(PCI)을 시행한 급성심근경색(AMI) 환자 2697명에 '티카그렐러' 기반 이중 항혈소판요법(아스피린+티카그렐러)을 1개월간 시행하고 환자군을 2개 그룹으로 분류했다. 이들을 '클로피도그렐' 기반 이중 항혈소판요법(아스피린+클로피도그렐, 1349명)으로 전환한 환자들과 '티카글레러' 기반 이중 항혈소판요법(아스피린+티카그렐러, 1348명, 대조군)을 유지한 환자들로 나눠 비교했다.
그 결과, '티카글레러' 기반 이중 항혈소판요법을 심근경색 1개월 후 '클로피도그렐' 기반 이중 항혈소판요법으로 전환한 환자들에서 심혈관계 사망, 심근경색, 뇌졸중, 출혈성 사건 등을 45% 더 적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클로피도그렐' 기반 이중 항혈소판요법으로 전환한 환자의 경우 허혈성 사건의 증가는 없었고, 출혈성 사건도 크게 감소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약제의 강도를 낮추는 과정에서 혈소판 기능검사(platelet function test)와 유전자 검사(genotype testing) 등을 시행하는 것에 대한 연구도 있었지만, 임상 현장에서 실용적이지 않고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이번 연구는 위와 같은 검사 없이 약제의 강도를 낮춰도 안전하다는 근거를 마련해 실제 임상의사들이 쉽고 실용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이 연구를 통해 심근경색 후 안정된 시기에는 과거 시행되었던 임상연구에 근거한 강력한 항혈소판요법을 쓸 필요가 없고, 상대적으로 약한 '클로피도그렐' 기반 이중 항혈소판 요법으로 충분할 뿐 아니라 더 우월하다는 것을 증명해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권위 학술지 ‘Lancet(IF 79.321)’ 온라인판에 9일 게재됐으며, 지난 5월 16일 온라인으로 개최된 미국심장학회 학술대회(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ACC 2021)에서 초청 발표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