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성 장 질환의 질병 기전 규명"
"염증성 장 질환의 질병 기전 규명"
"'숙신산'이 대식세포 활성화해 대장 염증 유발한다"

"SLC26A6 수송체가 숙신산 조절 ... 치료 표적 될 것"
  • 박민주
  • admin@hkn24.com
  • 승인 2021.09.17 10: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천재희 교수 [사진=세브란스 제공]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천재희 교수 [사진=세브란스 제공]

[헬스코리아뉴스 / 박민주]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등 '염증성 장 질환'은 장에 염증이나 궤양이 생기는 만성 희귀난치병이다. 최근 그 환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 명확한 치료법이 없어 항염증제, 면역조절제 투여 등으로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만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장 미생물이 만드는 대사체가 대장의 염증을 악화시킨다는 연구 발표가 나와 주목된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천재희 교수 연구팀은 이스라엘 벤구리온대학교 오하나(Ohana) 교수 연구팀과 함께 장 미생물에서 생성되는 대사체인 '숙신산'이 대식세포를 활성화하고, 이로 인해 대장 염증이 발생하는 과정을 처음으로 규명했다.

염증성 장 질환의 원인은 아직 불명확하지만, 장내세균총의 불균형이 질환을 악화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장내세균총 불균형으로 인한 비정상적 대사체 과다는 염증 반응 등 병리학적 이상을 일으킨다. 특히, 숙신산은 염증 반응을 촉진하는 대식세포를 활성화해 만성 염증의 원인으로 지목돼 왔으나 정확한 유발 과정은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우선 다양한 환경에서 대식세포를 배양해 숙신산을 많이 흡수하는 대식세포의 상태와 숙신산의 염증 발생 과정을 분석했다. 그 결과, 대식세포에 숙신산을 처리하면 대식세포는 염증 작용을 유발하는 대식세포로 분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식세포에 염증 작용을 일으키는 지질다당류와 인터페론-감마 처리를 하면 숙신산을 빠르게 흡수했다. 반대로 면역 체계를 제어하는 인터루킨-4와 인터루킨-13 처리를 하면 숙신산 흡수가 느렸다. 

한 배지 안에 대식세포와 숙신산을 함께 배양하면 대식세포가 숙신산을 더 빠르게 흡수했다. 숙신산과 함께 배양한 대식세포는 그렇지 않은 세포보다 16시간 만에 숙신산 함유가 2.5배 많아졌고, 숙신산 흡수가 적어지면 염증반응이 적은 대식세포로 분화했다.

대식세포로의 숙신산의 유입은 나트륨 이온(Na+)에 영향을 받았다. Na+이 없는 용액에서 배양한 대식세포는 Na+이 있는 용액에서 배양한 세포보다 숙신산 흡수가 30% 적었다. Na+에서 숙신산 흡수가 많은 이유는 Na+ 의존성 SLC13이 숙신산 수송을 담당하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SLC13 소속 인자 중에서 대식세포로 숙신산을 옮기는 것은 SLC13A3 수송체와 숙신산 수용체였고, SLC26A6 수송체는 숙신산 유입을 줄이는 데 기여했다. 

나아가 연구팀은 장이 숙신산을 흡수하는 원리를 파악하기 위해 장 세포주를 모니터링했다. 대식세포와 마찬가지로 장 상피에서도 Na+의 유무가 숙신산 흡수에 큰 영향을 미쳤고, SLC13A3 등이 수송체 역할을 똑같이 수행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세포로의 숙신산 유입경로와 대장 염증 악화 과정 [자료=세브란스 제공]
세포로의 숙신산 유입경로와 대장 염증 악화 과정 [자료=세브란스 제공]

다음으로 염증성 장 질환 환자의 분변과 혈청을 정상인과 비교, 숙신산이 실제로 대장에서 염증을 유발하는지 알아봤다. 환자 분변과 혈청에서는 정상인보다 숙신산의 농도가 약 4배 높았으며, SLC26A6 수송체의 단백질 발현이 감소함에 따라 숙신산을 조절하지 못해 염증이 발생했다. 

또한 장 미생물이 분변의 숙신산을 만들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분변 및 장 점막 시료를 사용한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을 시행했다.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서는 장내 미생물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분석 결과, 염증성 장 질환 환자 및 염증이 발생한 동물의 대장에서 미생물 불균형과 숙신산을 만드는 미생물의 증가와 숙신산을 줄이는 미생물이 감소한 것으로 각각 확인됐다. 

연구팀은 "염증성 장 질환에서 증가하는 숙신산은 염증을 악화시켜 만성 염증을 야기하고 SLC26A6 수송체 등 숙신산을 조절하는 인자들이 염증 조절을 치료할 수 있는 좋은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천재희 교수는 "이번 연구는 병태 생리와 치료법이 명확하게 나오지 않은 염증성 장 질환에서 질병 기전 규명했을 뿐만 아니라 치료제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셀(Cell)의 온라인 자매지이자 생명과학 국제 학술지인 셀 리포트(Cell Reports, IF : 9.423) 최근호에 게재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회사명 : (주)헬코미디어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매봉산로2길 45, 302호(상암동, 해나리빌딩)
      • 대표전화 : 02-364-2002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슬기
      • 제호 : 헬스코리아뉴스
      • 발행일 : 2007-01-01
      • 등록번호 : 서울 아 00717
      • 재등록일 : 2008-11-27
      • 발행인 : 임도이
      • 편집인 : 이순호
      • 헬스코리아뉴스에서 발행하는 모든 저작물(컨텐츠, 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제·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이슬기 02-364-2002 webmaster@hkn24.com
      • Copyright © 2024 헬스코리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hkn24.com
      ND소프트
      편집자 추천 뉴스
      베스트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