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의 골목상권 침해 경쟁 ... 모두가 망하는 길”
“대학병원의 골목상권 침해 경쟁 ... 모두가 망하는 길”
동네병원 의사들 불안감 호소

의협도 비판 “의료생태계 파괴”
  • 임도이
  • admin@hkn24.com
  • 승인 2021.07.23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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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성모병원 전경
2019년 4월 개원한 은평성모병원 전경. 

[헬스코리아뉴스 / 임도이] 유명 대학병원들이 경쟁적으로 수도권 지역에 분원 형태의 대형종합병원 설립을 추진하면서 의료계 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 신촌과 강남, 강원도 원주에 대형종합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연세의료원은 지난 1983년 개원한 부속 용인세브란스병원을 지난해 기흥구 중동 동백지구로 확장 이전·개원한데 이어 지금은 2026년 개원을 목표로 인천 송도세브란스병원을 건립 중이다.

또 서울아산병원은 인천 서구 청라에, 경희대의료원은 경기도 하남에, 서울대병원은 경기도 시흥에, 중앙대의료원은 경기도 광명에, 아주대의료원은 경기도 평탱과 파주에, 한양대의료원은 경기도 안산에 각각 대형병원을 설립을 추진 중이다.

그런가하면 을지대의료원은 경기도 의정부에(올해 3월 개원), 가톨릭중앙의료원은 서울 은평구에(2019년 4월 개원) 각각 분원 형태의 대형병원을 건립, 이미 운영에 들어갔다. 

이처럼 분원 형태의 대학병원들이 수도권 곳곳에 배수진을 치면서 가뜩이나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동네병원들은 환자부족과 의사부족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됐다며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의료계는 대학병원의 분원 설립을 대형마트가 골목상권에 들어오는 것에 비유한다. 대형마트 유입으로 골목상권이 무너지면 결국 그 피해는 지역주민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동네병원의 값싼 의료서비스 대신, 비급여가 많은 대형병원에서 고가의 의료비를 지불해야기 때문이다. 

이런 동네병원에 대학병원들은 협진이라는 당근을 안기지만, 정작 동네병원 의사들은 “허울좋은 명패에 불과할뿐 경영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급기야 대한의사협회까지 나서 대학병원들의 분원 설립 가속화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의협은 23일 입장문을 내고 “대학병원들의 분원 설립 경쟁은 지역 중소의료기관 고사 및 의료전달체계 붕괴로 이어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며 “정부는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라고 불편한 심기를 전했다. 

의협의 지적사항을 보면, 무분별한 특정지역의 병상 수 증가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첫째, 의료인력 이동으로 대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 대형종합병원이 만들어질 경우 의료인력의 대거 채용이 불가피하다. 갑작스러운 의료진들의 이탈은 일선 의료기관에 큰 혼란을 야기한다. 이는 주변 중소병원의 인력난 뿐 아니라 타 지역에서의 의료인력 대이동으로 이어질 수 있어 지역 간 의료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현재 의료인력 체계에 과중한 경쟁과 분란을 낳게 된다.

둘째, 의원 및 중소병원들의 도산으로 인한 의료생태계의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 분원이 설립되는 지역 대부분이 수도권으로, 이미 주변에 많은 의원, 중소병원, 그리고 종합병원들이 위치하고 있다. 대학병원으로서의 역할이 점점 모호해지는 현 상황에서 중증환자, 희귀환자 담당이라는 본분을 잊고 경증환자진료 및 과잉진료와 같은 과도한 경쟁으로 인하여 해당 지역 의원급 및 중소병원급 의료기관들은 도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국 1차의료는 죽고 종합병원만 남는 기형적 의료전달체계가 초래될 것이라고 의협은 우려한다.

셋째, 불법의료인력의 채용이 급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병원들 상당수은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드는 전공의 인력에 의존한다. 병원이 자선기관이 아닌 만큼 분원 설치비용 및 매출을 증가시키기 위해 의료진에 비용 투자를 적게 하고 결국 불법의료인력 채용을 늘리게 된다는 얘기다. 결국 의사가 아닌 이로부터 의사가 해야 하는 처방이나 시술을 당하게 되는 환자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의협의 설명이다.

넷째, 불필요한 의사 수 증가라는 정책 추진의 그릇된 근거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공급-수요 시장 논리에 따라서 갑자기 병원이 급증할 경우 공급이 늘어나 많은 의료진이 필요한 것 같은 착시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예컨대 병원이 부족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럽게 많은 의료진을 요구함에 따라 일시적으로 의사가 부족한 것처럼 보이는 왜곡된 통계를 발생시키고, 이 잘못된 결과를 토대로 정책이 입안되면 우리나라의 지속가능한 의료시스템은 기대하기 어려워지게 된다는 것이다.

의협은 대학병원의 이같은 분원 설립 움직임이 병상 수급관리의 허점에 기인한다고 꼬집었다. 대학병원과 같은 상급종합병원은 보건복지부로부터 병상에 대한 관리 감독을 받게 되지만, 분원 개설의 경우 지자체 장의 권한으로 결정되고 있어 편법적 병상 수 늘리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일부 대학병원의 맹목적인 수익 추구와 해당 지자체 장들의 지역주민 환심사기용 우호정책이 얽힌 산물이라는 지적이다.

의협은 “의료기관의 병상 수급은 보건복지부 장관의 관리감독 하에 우리나라 전체 의료시장을 대상으로 종합적인 관점에서 그 수급이 결정되어야 한다”며 “변칙적인 병상 수 증가가 이루어지지 못하도록 관련 법령의 개선과 함께 해외 모범사례를 발굴해 병상 자원과 공급에 대한 포괄적이고 장기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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