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 의심물질 NDMA 누명 벗었다
발암 의심물질 NDMA 누명 벗었다
FDA 산하기관, 임상시험 및 시험관 내 실험 진행

“소변 및 혈장서 NDMA·DMA 증가 확인 못 해”

400배 증가한다던 스탠퍼드대학, 연구결과 철회

“위 내 아질산염, 상한선보다 50배 높아야 NDMA 생성”

누명은 벗었지만 … 판매 재개 여전히 불투명
  • 이순호
  • admin@hkn24.com
  • 승인 2021.07.12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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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FDA (사진자료 : FDA 공식 홈페이지)
미국 FDA (사진자료 : FDA 공식 홈페이지)

[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지난 2019년 발암 의심물질인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돼 시장에서 퇴출당한 위산 억제 성분 ‘라니티딘’. 약물 자체에서 NDMA가 생성되는 것도 모자라 체내에서 자체적으로 NDMA를 생성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세계 제약시장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그런데, 최근 미국 FDA가 ‘라니티딘’이 체내에서 NDMA를 만들어내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으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최근 “FDA의 산하 기관인 약물평가연구센터(CDER)의 연구진들이 1건의 임상시험과 1건의 시험관 내(IN VITRO) 실험을 실시한 결과, 라니티딘이 체내에서 NDMA를 생성한다는 기존의 연구결과(conclusion)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먼저 CDER 연구진들이 수행한 임상시험 결과를 살펴보면, ‘라니티딘’ 300mg을 복용한 건강한 피험자 18명은 24시간 동안 소변과 혈장에서 NDMA 함량이 증가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라니티딘은 혈장 또는 소변에서 NDMA뿐 아니라 NDMA의 전구체인 디메틸아민(DMA)도 증가시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임상시험 결과는 지난달 28일 세계 최고 권위의 의학학술지인 ‘미국의학협회저널’(JAMA: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에 게재됐다.

이번 임상시험은 지난 2019년 미국 온라인 약국인 밸리슈어(Valisure)의 시민 청원에 의해 시작됐다.

당시 밸리슈어는 지난 2016년 발암물질 관련 학술지인 ‘Carcinogenesis’에 게재된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연구결과를 제시하며 “라니티딘은 체내에서 NDMA로 전환될 수 있다”고 FDA에 경고했다.

해당 연구는 건강한 성인 남녀 5명을 대상으로 ‘라니티딘’ 투약 24시간 후 소변에서 NDMA가 얼마나 검출되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연구 결과 라니티딘 150mg을 복용한 피험자들은 24시간 후 소변에서의 NDMA 농도가 400배 증가했다.

이 같은 내용의 시민 청원을 접수한 FDA는 CDER을 통해 곧바로 확인 작업에 착수했고, 라니티딘을 복용해도 소변이나 혈장에서 NDMA가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했다.

FDA는 “기존 (스탠퍼드대학의) 연구는 위약 대조나 무작위 배정 등 임상시험 결과 입증에 필요한 조건이 결여됐다”며 “NDMA 또는 NDMA 생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반응물에 대한 피험자의 환경 또는 식이 노출에 관한 정보와 생물학적 시료 취급 및 분석 방법의 검증에 대한 세부 정보도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스탠퍼드대학은 FDA가 이번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하자 라니티딘 복용 후 소변에서 NDMA 검출량이 400배 증가했다는 기존 연구결과를 철회했다.

CDER 연구진은 라니티딘이 위액에서 NDMA로 전환될 가능성도 알아보기 위해 시험관 내(IN VITRO) 연구를 추가로 진행했다. 라니티딘에 포함된 아질산염이 위액 내 DMA와 반응해 NDMA를 생성할 수 있다는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연구진이 모의 위액(simulated gastric fluid)을 이용해 실험을 진행한 결과, 생리학적 위 아질산염 농도의 상한선보다 50배 이상 많은 아질산염을 투약하지 않으면 모의 위액에서 NDMA는 생성되지 않았다.

FDA는 “라니티딘이 위 내에서 NDMA로 전환될 수 있다는 기존의 다른 시험관 내 실험은 실험 조건의 생리학적 관련성을 적절하게 맥락화하지 않고 결과를 설명했다”고 꼬집었다.

FDA는 이번 발표에서 “라니티딘이 체내에서 NDMA로 전환되지 않는다”고 단언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번 2건의 연구결과는 라니티딘이 체내에서 NDMA로 전환될 확률이 극히 낮다는 것을 사실상 입증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라니티딘 시장, 대체 성분 제제가 장악

안전성 입증 어려워 판매 재개 불투명

FDA는 지난해 4월 자국에서 판매 중인 전체 라니티딘 성분 제제에 대해 회수를 명령했다. 유통 제품에서 NDMA가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을 뿐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그 양이 더 증가했기 때문이다. 

당초 지난 2019년 현지에 유통되던 일부 제품에서 NDMA가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을 때는 “지금까지 실험을 통해 확인한 라니티딘의 NDMA 수준은 구운 고기나 훈제 고기와 같은 일반적인 음식을 섭취했을 때와 노출 수준이 비슷하다”며 해당 제품에 대해서만 회수를 요청했다.

그러나, 추가 실험 결과 라니티딘 제제의 NDMA 검출량은 보관 시간이 길어질수록 증가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시판 중인 전체 라니티딘 제제에 대해 회수명령을 내렸다.  

FDA는 NDMA 검출량이 기준치를 만족하고, 시간이 지나도 그 양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을 제약사가 입증하면 라니티딘 제제의 판매 허용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라니티딘은 불안정한 분자구조 특성상 NDMA 생성을 완전히 막기가 어려운 데다, NDMA가 기준치보다 적게 검출되더라도 보관 과정에서 그 양이 증가해 기준치를 넘길 수 있어 안전성 입증이 까다롭다. 이 때문에 FDA로부터 NDMA 안전성을 인정받은 라니티딘 제제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약
사진은 특정기사와 무관함. [자료=헬스코리아뉴스 D/B]

우리나라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FDA의 이번 발표로 라니티딘이 체내에서 NDMA를 만들어낸다는 누명은 벗게 됐지만, 제품 자체에서 만들어지는 NDMA를 해결하지 않으면 판매 재개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19년 국내 유통 중인 라니티딘 성분 원료의약품에서 NDMA가 잠정관리기준을 초과해 검출되자 라니티딘 완제의약품 전 품목(269개)에 대해 제조·수입 및 판매 잠정 중지 명령을 내렸다. 허가가 취소된 것은 아니지만, 제품 판매가 불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시장 퇴출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에 따라 2500억 원에 달하던 국내 라니티딘 제제 시장은 공중분해 됐고, 파모티딘, 니자티딘 등 동일 계열의 다른 성분 제제들과 ‘프로톤 펌프 억제제’(PPI) 등 다른 계열 약물이 이 시장을 접수했다.

식약처의 제조·수입·판매 중지 조치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 데다, 제약사들이 안전성 입증에 애를 먹으면서 라니티딘 제제는 품목허가 취하가 속출하고 있다.

현재까지 식약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은 라니티딘 제제는 440여 개다. 그중 100여 개 품목의 허가가 자진 취하됐거나 유효기간 만료로 자동 취하됐다. 유효기간 만료에 따른 자동 취하 품목(78개)이 자진 취하 품목(39개)보다 두 배 많은 것으로 고려하면 앞으로 취하 품목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라니티딘 제제는 경쟁 제품과 비교해 가격이 저렴해 사용량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품목”이라며 “안전성을 입증해 판매를 재개하면 상당한 매출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안전성 입증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에 라니티딘 제제로 수백억대 매출을 기록하던 일부 제약사가 판매 재개를 위해 안전성 입증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지만,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며 “게다가 이미 다른 성분 제제들이 라니티딘 시장을 차지한 상황이어서 라니티딘 제제의 판매 재개를 위해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제약사가 등장할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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