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박민주] 병원체나 화합물이 혈뇌장벽을 통과할 수 있는지, 통과한다면 어떤 양상을 나타내는지 미리 모델링해볼 수 있는 새로운 바이오칩이 개발됐다. 이번에 개발된 바이오칩은 향후 곰팡이성 뇌수막염에 작용할 수 있는 후보물질 발굴이나 혈뇌장벽을 통과할 수 있는 화합물 발굴에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세대학교 생명공학과 조승우, 반용선 교수 연구팀은 혈뇌장벽의 구조와 기능적 특징을 본뜬 인공 혈뇌장벽 칩을 설계했다고 밝혔다. 독특한 구조의 혈뇌장벽은 뇌를 비롯한 중추신경계를 둘러싸고 있는 선택적 투과막을 말하는데, 혈액을 통해 감염될 수 있는 병원체와 해로운 외부 물질의 통과를 차단하는 기능을 한다. 바이오칩은 작은 기판 위에 DNA나 단백질을 배열해 동시에 많은 양의 단백질을 분석하는 것으로, 유전자의 발현이나 결함 등을 식별하는 데에 이용된다.
연구팀은 수백 마이크로미터 수준의 미세 채널들로 구성한 칩에 뇌혈관과 뇌세포를 본떠 배양하고, 그 사이에 혈뇌장벽을 구현했다. 배양액과 함께 주입된 물질들이 혈뇌장벽을 모사한 선택적 투과막을 통과해 뇌세포를 본뜬 챔버로 이동하는지 현미경을 통해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연구팀은 "3차원 하이드로젤로 세포가 자랄 수 있는 미세환경을 모사, 배양액의 흐름을 제어하면서 신경 줄기세포, 뇌혈관 내피세포, 뇌혈관 주피세포를 공배양함으로써 실제 뇌 발달 시 뇌혈관 세포의 생장과 혈관 신생 과정을 모사한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분자량이 제각각인 여러 물질이 사이토카인을 처리했을 때만 바이오칩의 투과막을 통과하는 것을 통해 실제 혈뇌장벽처럼 선택적 투과막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검증했다는 것.
연구팀은 나아가 바이오칩에 뇌수막염 및 뇌염을 일으키는 병원성 곰팡이 '크립토코쿠스 네오포만스'를 주입했다. 곰팡이가 마치 뇌세포를 찾아가는 것처럼 투과막으로 이동한 후 응집된 형태로 통과하는 현상을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이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밝혀냈다. 곰팡이로 인한 뇌 감염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있었지만, 적절한 실험모델이 없어 곰팡이가 뇌에 도달하는 경로를 알 수 없었다. 연구팀은 해당 유전자를 제거한 곰팡이는 혈뇌장벽 모사막을 통과하지 못한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 곰팡이가 신경 친화성 기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의생명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Nature Biomedical Engineering)에 15일 자로 게재됐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기초연구지원사업 및 뇌과학원천기술개발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