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분 선생님이 우리 딸을 살렸어요~”
“두 분 선생님이 우리 딸을 살렸어요~”
이대서울병원 의료진, 사경 헤매던 21세 심장병 환자 극적으로 살려내

일본인 어머니, 구청 홈페이지에 딸 치료 사연 올리며 의료진에 감사 표해
  • 임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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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6.1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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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임도이] “어떻게 두 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방법 좀 알려주세요. 목숨을 건져 주신 (선생님이) 환자가 외래에 온 걸 보고, 감격해 눈가에 이슬이 맺히는 모습을 보면서 이 시대에 진정한 의술을 베푸는 의사구나 생각했습니다.”  - 환자 이희선씨 어머니의 편지 가운데 -

심장질환으로 쓰러져 가족이 장기기증까지 생각하던 환자가 이대서울병원 의료진의 정성스러운 치료로 제2의 삶을 찾았다.

올해 1월 선천성 심장병(비후성 심근병증)을 가진 이희선(21)씨는 가족력으로 두렵고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아버지가 심장질환으로 갑자기 돌아가셨고, 오빠와 동생도 심장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일이 다반사였다.

병마는 희선씨에게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지난 1월 말 희선씨는 갑작스럽게 쓰러져 인천의 한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이 병원에서는 심정지와 폐부종까지 발생한 희선씨를 치료할 수가 없었다. 담당의사는 급하게 치료가 가능한 큰 병원을 수소문했다. 다행히 치료가 가능한 이대서울병원과 연결되어 다음날 응급실로 긴급 후송됐다.

당시 신상훈 이대서울병원 순환기 내과 교수가 연락을 받고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희선씨는 의식이 없었고 쇼크상태라 사망에 이를 만큼 위중한 상태였다. 신 교수는 곧바로 희선씨의 심장 기능을 대신할 에크모(체외막산소공급장치)를 장착하기로 결정했으나 시술을 도울 당직 간호사나 방사선사가 없었다. 시간이 촉박했던 신교수는 직접 에크모를 찾아 나섰고 어렵게 가져온 에크모를 곧바로 희선씨에게 달아주었다.

에크모를 착용하면서 희선씨는 가까스로 위기국면을 넘겼지만, 6~9%밖에 남지 않은 심장기능과 에크모로 언제까지 생명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 상황을 며칠간 지켜보던 희선씨의 어머니는 주치의인 신 교수에게 작은 쪽지 하나를 건넸다. 쪽지에는 희선씨가 생일인 다음달 14일까지 깨어나지 못하면 생일에 맞춰 장기를 기증하겠다고 쓰여 있었다. 과거 남편이 심장질환으로 갑자기 사망했던터라, 딸인 희선씨도 깨어나지 못할 것으로 체념하고 내린 결정이었다. 장기기증 이라도 해서 누군가에게 새삶을 선물하는 것이 딸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는 것이라는 믿음도 있었다.  

 

일본인인 희선씨의 어머니가 신 교수에게 건넨 장기기능 편지
일본인인 어머니가 딸을 치료한 신 교수에게 건넨 장기기능 쪽지

쪽지를 건네 받은 신 교수는 “환자의 혈압과 맥박이 불안정하고 사망 가능성이 높은 상태이긴 하지만 아직은 장기기증 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내가 더 세심히 치료할테니 경과를 보고 회복하지 못한다면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해 보자”고 희선씨의 어머니를 위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교수를 비롯한 의료진의 정성스런 돌봄에 보답이라고 하고 싶었던 것일까. 희선씨는 병원에 입원한지 4일 만에 에크모를 뗐고, 6일째가 되는 날, 의식을 되찾고 눈까지 떴다.

신 교수는 11일 헬스코리아뉴스와의 통화에서 “일본인인 희선씨 어머니(58)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서툰 한국어로 ‘돌아오는 딸의 생일인 2월 14일에 장기기증을 하겠다’는 쪽지를 건넸을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아려온다”며 당시의 상황을 회상했다.

신 교수와 함께 김동혁 이대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의 헌신적 치료도 희선씨의 회복에 한몫을 했다. 김 교수는 희선씨의 상태가 어느 정도 회복된 지난 2월 10일 제세동기삽입(ICD) 시술을 시행했다.

희선씨는 “김 교수의 정성어린 치료에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김 교수가 여성의 몸에 큰 흉터가 남게 될 것을 걱정해 시술 후 직접 드레싱을 해주는 등 시술부위를 세심하게 살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희선씨가 심정지로 응급실에 왔을 때 응급처지가 잘된 천운에 가까운 케이스였다”며 “비후성 심근병증을 가진 환자들은 언제든 심정지가 올 수 있기 때문에 조기 발견 및 조기 치료가 제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희선씨는 극적으로 살아났다.

이대서울병원 심장중환자실 의료진들은 자칫 사망일이 될 수도 있었던 희선씨의 스물 한 번째 생일이었던 올해 2월 14일, 코로나 19로 인해 심장중환자실을 찾지 못하는 가족들을 대신해 조촐한 생일잔치를 열어주었다.

 

지난 2월 14일, 이대서울병원 심장중환자실에서 의료진이 열어준 생일 파티에서 희선씨가 환하게 웃어보이고 있다. 이날은 마침 발렌타인 데이였다.
지난 2월 14일, 이대서울병원 심장중환자실 의료진이 열어준 생일 파티에서 희선씨가 환하게 웃어보이고 있다. 이날은 마침 ‘발렌타인 데이’ 였다.

자칫 묻힐 뻔했던 희선씨의 회생 소식은 일본인인 그의 어머니가 구청 홈페이지 등에 이대서울병원 의료진의 치료 사연을 올리면서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희선씨 어머니는 “외래에서 건강을 회복한 딸을 보고 신 교수님이 눈시울을 붉히셨다”며 “극진한 보살핌으로 우리 딸에게 제2의 인생을 선물해 주신 두 분께 받은 은혜를 잊지 않을 것”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그는 “이번 사례가 의사들에게 귀감이 되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대서울병원 관계자는 11일 헬스코리아뉴스와의 통화에서 “병원에서 환자를 살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서 외부에 알리지 않으려 했으나, 어머님께서 사회에 귀감이 되기를 원하셔서 언론에도 사연을 공개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본 기사는 이대의료원측의 보도자료와 본지의 추가취재를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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