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혈장치료제 개발과 녹십자의 변명
[사설] 혈장치료제 개발과 녹십자의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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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5.12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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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녹십자(대표이사 허은철)의 혈장치료제(지코비딕주) 개발 과제가 일단 실패로 돌아갔다. 국민적 기대감을 등에 업고 국가 예산 58억 원이 투입됐지만, 결국 변죽만 울리고 조건부 승인의 벽을 넘지 못했다.

우리는 혈장치료제 임상시험이 기대와 달리, 지지부진하게 진행될 때부터 이미 실패를 예견했다.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엄습하고 있을 때, 녹십자는 혈장치료제를 금방이라도 개발할 수 있을 것처럼 공언했다. “가장 빠르게 투약 가능한 의약품”이라며 국민적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GC녹십자 허은철 사장
GC녹십자 허은철 사장

여기에 더해 녹십자의 오너인 허은철 사장은 “사상 초유의 감염병 치료를 위해 쓰이는 의약품은 오롯이 국민 보건 안정화를 위해 쓰이는 것이 온당하다”며 마치 선심이라고 쓰듯 무상공급을 약속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혈장치료제는 이미 개발된 것이나 다름없는 팬데믹 구원투수처럼 보였다.

그러나 해가 바뀌고 계절이 바뀌어도 조건부 허가를 신청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녹십자가 보여준 행태는 실망을 넘어 변명과 위선으로 가득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본지는 올해 4월 5일 ‘코로나19 혈장치료제 글로벌 임상3상 실패’ 소식을 가장 먼저 단독 보도했다. 당시 ‘코로나19 혈장치료제 개발 얼라이언스’(CoVIg-19 Plasma Alliance)는 “ITAC(Inpatient Treatment with Anti-Coronavirus Immunoglobulin) 임상 제3상 시험이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했다”며 혈장치료제 개발 실패를 솔직하게 인정했다.

[관련기사 : [단독] 코로나19 혈장치료제 글로벌 임상3상 '실패' … GC녹십자 어떡하나?]

얼라이언스는 글로벌 혈액제제 기업들이 해외용 혈장치료제 공동 개발을 위해 결성한 연합체이다. 우리나라의 GC녹십자를 비롯, BPL, CSL, 다케다(Takeda), 바이오테스트(Biotest), 옥타파마(Octapharma) 등 여러 기업이 참여했다.

제약사들뿐 아니라 빌앤멜린다게이츠 재단(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은 얼라이언스에 자문을 지원했고,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얼라이언스 웹사이트와 기증자 모집을 위한 플라즈마 봇(Plasma Bot)을 포함한 기술을 제공했다. 폴(Pall), 우버 헬스(Uber Health)를 포함한 기업도 얼라이언스에 현물을 기부했다. 각 혈액제제 기업들의 기술력과 외부 지원이 합쳐진 거대 프로젝트였다.

얼라이언스는 지난해 9월 3상 임상시험에 돌입, 약 6개월간 시험을 진행했다. 피험자는 NIAID(미감염병연구소)가 연구비를 지원하는 인사이트 네트워크를 통해 미국과 그 외 5개 대륙 10개국 63개 장소에서 약 600명을 모집했다. 불과 60명을 대상으로 한 녹십자의 임상과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규모가 컸고 전 세계 전문가그룹이 총 동원됐다. 글로벌 임상에 사용된 혈장치료제는 녹십자의 치료제와 같은 방식으로 제조된 것이었다.

이 때문에 녹십자도 글로벌 임상이 시작된 지난해 9월 “(두 임상에 사용된 치료제가) 같은 치료제인 만큼 글로벌 임상에서 효과가 입증되면 국내 임상에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도 글로벌 과제가 실패로 돌아갔기에 본지는 녹십자의 혈장치료제 개발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그러자 녹십자는 “글로벌 임상과 국내 임상은 별개”라며 180도 태도를 바꾸었다. 이는 글로벌 임상에 기대어 자사의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띄우려다 여의치 않자, 이해하기 힘든 변명을 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녹십자의 솔직하지 못한 변명은 이후에도 지속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봉민 의원실(무소속)은 지난달 30일 대한적십자로부터 제출받은 공문 ‘코로나19 H-Ig 협약기간 종료의 건’을 근거로 “녹십자가 임상에 필요한 코로나19 완치자 혈장공여 업무를 4월 30일부로 완료하고자 한다고 통보했다”며 “녹십자가 코로나19 혈장치료제 임상3상을 결국 포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 “GC녹십자, 코로나19 혈장치료제 임상3상 결국 포기”]

 

녹십자가 대한적십자사에 보낸 공문.
녹십자가 대한적십자사에 보낸 공문.

전봉민 의원측이 이런 주장을 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혈장치료제는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액 속 중화항체를 추출해 고농도로 농축해서 만드는 치료제다. 따라서 완치자의 혈장은 반드시 필요하고 그 물량은 많을수록 좋다. 그런데 혈장을 더 이상 공여 받지 않겠다니, 이것은 3상과 같은 중요 임상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고 나아가 치료제 개발을 포기하겠다는 의미로도 비추어질 수 있다.

더욱이 GC녹십자는 자신들이 코로나19 혈장치료제에 대한 임상을 진행해 놓고도 “임상결과에 대해 발표할 계획이 없다”고 까지 했다. 임상결과가 얼마나 안 좋았으면 이럴까, 한편으로 이해는 되지만, 국민 혈세를 투입한 과제에 대해 이런 식의 입장을 밝힌 것은 무책임의 극치라 아니할 수 없다. 통상 제약회사가 임상을 진행하면 그 결과를 적극적으로 발표함으로써 해당 약물과 자사의 가치를 극대화하려는 관행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관련기사 : GC녹십자 "코로나19 혈장치료제 임상결과 발표 계획 없다"]

전봉민 의원실 관계자는 당시 헬스코리아뉴스와의 통화에서 “GC녹십자는 4월중에 조건부 허가신청을 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조건부 승인을 신청하더라도 필수조건인 추가임상 계획서를 제출하지 못하게 되면 승인심사 자체가 어렵게 되는 것 아니냐”며 “이번 공문은 추가 조건인 임상3상을 포기하는 것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려면 혈장을 더 수급을 해야 하는데 그걸 하지 않는다는 것은 누가 봐도 혈장치료제 개발을 포기한다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전 의원측의 지적은 딱 들어맞았다. 식약처는 어제(11일) 녹십자가 지난 30일 제출한 혈장치료제 조건부 허가신청에 퇴짜를 놓았다. 그것도 신청 10여 일 만에 신속하게 발표했다.

이는 녹십자의 혈장치료제가 더 이상 검증할 필요가 없을 만큼 치료제로서 가치가 떨어진다는 의미로 보이지만, 녹십자가 그동안 보인 행태를 보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녹십자는 전 의원측에서 발표한 임상3상 포기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자 발끈했다. “필요한 혈장을 충분히 확보했기 때문에 공여혈장 계약을 종료한 것이지 3상 임상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을 또 내놓았다.

“3상 임상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녹십자의 입장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자, 투자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전봉민 의원실에 거세게 항의했고 그 바람에 의원실은 다음날까지 업무가 마비되는 상황에 처했다고 한다.

전 의원측 발로 3상 임상 포기 소식을 전한 본지에도 항의가 잇따랐다. 정확한 사실도 확인하지 않고 기사를 썼다는 것이 이유였는데 항의자들은 대부분 투자자로 보였다. 공익을 위해 진실을 밝히기 위한 노력의 결과가 봉변으로 돌아온 것이다.

당시 녹십자측은 이해할 수 없는 설명도 곁들였다. “3상 임상과 관련해선 보건당국과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밝힌 대목이다. 이는 통상적으로 의약품의 임상여부를 제약회사가 결정하는 방식과 다른 것으로, 식약처는 어제(11일) “(녹십자가) ‘지코비딕주’의 후속 임상시험을 계획할 경우”라는 단서를 달아 “추후 임상이 충실히 설계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는 짧은 입장을 표명했다. 결국 2상 임상도 제대로 마치지 못한 상황에서 3상 임상의 공을 서로에게 떠넘기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

식약처의 혈장치료제 허가 불발 소식과 관련 녹십자가 11일 발표한 입장문은 뒷맛까지 좋지 않다. 이러려고 그 많은 국민들이 녹십자를 응원했나”하는 자괴감마저 들게 한다.

녹십자는 이날 오후 입장문에서 “식약처 검증 자문단의 권고사항은 지코비딕 품목 허가를 위해 추가적인 임상결과가 필요하다는 내용”이라며 지적사항이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

“식약처의 이번 권고사항이 혈장치료제 한시적 역할의 일몰을 의미한다면, 당사는 품목 허가를 위한 당면 과제에 급급하지 않겠다”는 대목에서는 혈장치료 완치제 개발에서 한발 빼는 듯한 모습마저 읽힌다.

언제는 “3상 임상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했다가, “품목허가에 급급해 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어느 모로 보아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는 “그간 코로나19 혈장치료제 개발을 위해 관심과 힘을 한데 모아주신 국민 여러분께 심심한 감사의 말씀드린다”는 입장문의 진정성마저 의심케 한다.

상황에 따라서 말을 바꾸는 녹십자가 앞으로 또 어떤 변명을 내놓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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