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세훈 시장의 위험한 도박 ‘자가진단키트’
[사설] 오세훈 시장의 위험한 도박 ‘자가진단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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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4.14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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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서울시민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작부터 중앙정부와 엇박자를 내고 있다. 그것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걸린 방역에서다. 

오 시장이 중앙정부와 차별화를 두기 위해 취임과 동시에 꺼낸 카드는 일명 '서울형 상생방역'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을 보완 수단으로 '자가 진단키트'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이유로, 연일 자가진단키트의 도입 필요성을 역설하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오 시장은 12일 진행된 코로나19 온라인 브리핑에서 "자가진단 키트는 10분에서 30분 내외로 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검사 수단"이라며 "미국, 영국, 독일 등에서는 이미 방역에 (자가진단키트가) 적극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야간 이용자가 많은 노래연습장에 시범도입해서 코로나19 예방 도입에 효과적인지, 검증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국내에서 몇몇 기업이 개발해 해외로 수출중에 있는 자가진단키트의 신속한 사용승인을 식약처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자가진단키트를 현장에 접목해 영업장 입장 전 검사를 시행하면 10∼20분 사이 결과가 나오는 제품도 있으므로 그렇게 입장을 허용해줘도 민생 현장의 고통에 활로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오 시장은 또 "서울시는 방역과 민생을 모두 잡기 위한 '서울형 거리두기 매뉴얼' 수립에도 이미 착수했다"고 말했다. 이는 중앙정부의 방역 대책과 별도로 서울시만의 ‘나홀로 방역’을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매출 타격은 최소화하면서 방역수칙은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위반업소에 대해서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해서 사업주의 의무와 책임은 한층 강화할 것"이란 말도 곁들였다. 

오 시장의 자가진단키트 도입 주장은 13일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계속됐다. 맥락은 비슷하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방역체계를 그대로 유지하기가 버겁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 아이디어로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하고 식약처가 빠른 시일 내에 사용 허가를 해줘야한다는 것이다.

오 시장의 이같은 발상은 얼핏 보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위험하기 짝이 없는 주장이다. 야당에 적을 둔 시장으로서 여당과 뭔가 다르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 감염병의 특성을 제대로 알고 있다면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는 말은 아니다.

우선 자가진단키트는 3~6시간이 걸리는 PCR(유전자증폭) 검사에 비해 감염 유무 판정이 빠르다는 것은 장점이다. 반면, PCR 검사에 비해 정확성이 떨어지고 무엇보다 민감도가 떨어져 무증상 감염자의 경우 10명 중 1명은 음성으로 나온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무증상 감염자가 대폭 늘어나면서 국민적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판이다. 

이렇게 음성 판정을 받은 무증상 감염자는 자신이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은 것으로 오인해 업장 출입후 방역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감염자가 출입한 업장이 유흥업종이라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술에 취한 사람은 말이 많아지고 판단능력이 떨어져 기본적인 방역수칙도 게을리 할 개연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코로나19 팬데믹은 저수지의 구멍 하나를 제대로 막지 못해서 댐이 무너진 형국이다. 단 한 사람이라도 무증상 감염자가 업장을 찾는다면 대규모 감염 사태로 이어질 수 있고 안심하고 손님을 출입시킨 업주도 날벼락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식약처가 자가진단키트 사용승인에 신중을 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좀 더 완벽한 진단키트를 개발해 품목허가를 신청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성과를 내고 싶은 식약처로서도 승인을 해주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오 시장은 해외 수출까지 하고 있는 우수한 국산제품에 대해 식약처가 사용승인을 내주지 않아서 키트를 사용할 수 없는 것처럼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 

오세훈 시장에게 묻는다. 본인은 "자가진단키트를 지속적·반복적으로 사용할 경우 민감도와 정확도가 보완될 수 있다"고 말했지만, 만약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되면 그 땐 어떤 책임을 질 것인가. 또 아이들 밥그릇을 걸고 도박을 했던 것처럼 시장직을 내던질 것인가. 오 시장은 그것부터 약속하고 정책을 추진하든 말든 결정해야한다. 그것이 자신을 뽑아 준 시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코로나19가 1년 이상 지속되면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이 받고 있는 고통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것은 비단 오 시장만 가슴 아픈 일이 아니다. 민심에 웃고 민심에 울 수밖에 없는 대통령을 비롯, 선출직 공무원들과 정부 역시, 누구보다 애타게 기다리는 것이 코로나 종식이다.  

우리는 오 시장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엇박자 방역을 강행하겠다는 것인지 아직 구체적으로는 알 수 없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국민의 건강권은 자가진단키트 하나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대규모 감염병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손발을 맞추어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때 그 위험을 낮출 수 있고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더 보호할 수 있다. 바이러스는 지역과 인종, 특정 정당이나 정책, 이념을 가리지 않는다. "기억 앞에 겸손해야"가 아니라, "국민의 건강권 앞에 겸손해야" 하는 이유다. 

정책이란 신속성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미칠 결과나 파장도 충분히 헤아려 추진해야 한다. 취임과 동시에 불쑥 이슈가 된 오 시장의 ‘나홀로 방역’이 얼마나 심도 있는 검증과 고심을 거쳐 나온 것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뭔가 차별화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차기 대권의 기반을 다지고 싶은 심정은 십분 이해하지만, 그것이 국민의 건강을 볼모로 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그것을 '위험한 도박'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울 수는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국민은 실험용 마루타가 아니다. "야간 이용자가 많은 노래연습장에 자가진단키트를 시범도입해서 코로나19 예방 도입에 효과적인지, 검증하고자 하는 것"이라는 그의 말에서 국민 건강권에 대한 저급한 인식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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