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36세 아내가 대학병원의 오진으로 사망했습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런 청원글이 올라와 보는 이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자신을 사망한 36세 여성의 남편이라고 밝힌 이 청원인은 “중앙대병원에서 출산한 아내가 이 병원 의료진의 혈액암 오진으로 사망했다”며 “진상규명을 통해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청원인은 이 글에서 “아내가 지난해 4월 멀쩡한 상태로 중앙대병원에 입원했으나 올해 1월14일 사망했다”며 “지난해 2월 제왕절개로 아이를 출산하고 3월 퇴원했지만 4월부터 갑자기 얼굴과 온몸이 부어 다시 입원했다”고 설명했다.
청원인에 따르면 당시 중앙대병원 혈액내과 담당교수는 아내의 병을 초기 혈액암으로 진단하며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중앙대병원 입원과정에서 환자는 1회 주사비용만 600만원이 넘는 비보험 고가 항암제 등 총 6차례의 항암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아내의 상태는 점점 더 나빠졌고, 그해 10월 말경, 서울성모병원으로 옮겨 재검진을 받은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성모병원측 의료진은 아내의 병이 혈액암이 아니라, ‘만성 활성형 EB바이러스 감염증’ 및 ‘거대세포바이러스’라고 했다는 것이다.
세상에 이런일이?
당시 환자나 그 보호자가 받았을 황당함과 충격은 이루 말할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성모병원 의료진이 새로운 진단명을 내놓알 때, 이미 환자의 상태는 돌이킬 수 없을만큼 망가져 있었기 때문이다.
청원인에 따르면 서울성모병원 의료진은 “젊은사람(36세 아내)이 어떻게 이렇게 안좋은 상황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젊은 사람들이 무슨 돈이 있어 비싸고 효과도 없는 항암주사를 4회나 맞았는지 (모르겠다)”라며 그동안의 치료법에 의문을 표했다고 한다. 성모병원 의료진은 “빈대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꼴 같다”는 말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환자의 상태가 악화된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 환자는 기존 항암치료 또는 그 어떤 이유로 면역력이 깨져 더 이상 치료할 방법이 없다는 의료진의 판단이 내려졌고 올해 1월 14일 입원치료 중인 여의도성모병원에서 끝내 눈을 감았다.
청원인은 “(중앙대병원의) 오진으로 인한 항암치료로 몸무게가 37kg까지 빠지는 등 추가적인 치료를 하기 어려운 몸상태여서 (아내가) 결국 제대로 된 치료도 못 받고 세상을 떠났다”며 울분을 토했다.
혈액암이 아니라면, 그녀는 왜?
36세 꽃다운 아내는 왜 그렇게 허망하게 가버렸을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갓난쟁이에게 “사랑한다”는 말한마디 제대로 못했을 그 짧은 시간에.
청와대 청원에 직격탄을 맞은 중앙대병원측은 지난 19일 입장문을 통해 “정확한 검사를 통해 국제보건기구(WHO) 분류에 따라 악성림프종(혈액암)으로 명확히 진단됐으며 이후 표준 진료지침에 따라 정상적인 진료 및 치료를 시행했다”고 주장했지만,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한번 발생한 혈액암이 갑자기 사라진 게 아니라면, 중앙대병원이나 가톨릭 성모병원 중 한쪽은 분명히 오진을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혈액암이 갑자기 완치될리는 없다. 따라서 성모병원 의료진의 진단이 맞다면, 혈액암이 아닌 환자를 혈액암이라고 진단한 중앙대병원측이 대형사고를 친 것이고, 중앙대병원측의 혈액암 진단이 맞다면, 혈액암이 아니라고 진단한 성모병원측이 오진을 했을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의문이 쉽게 풀릴지는 미지수다. 통상 의사들은 진료과가 달라도, (설령 서로 모르는 사이라고 할지라도) 동료를 비판하지 않는 문화가 깊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망한 환자가 치료한 의료진은 양쪽 병원 모두 혈액내과 소속이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지내는 관계일 수 있다. 만약 이런 경우라면 진상규명은 더욱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고 비전문가인 유가족이 진실규명을 대신 할 수도 없는 것이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현실이다.
결국 외부의 개입 없이는 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 외부개입란 다름아닌 수사다. 검찰이나 경찰이 정확한 수사를 통해서 억울하게 죽은 젊은 엄마의 한을 풀어주어야한다. 이제 막 첫 아이를 낳은 36세의 엄마는 원인도 모른체 싸늘한 주검이 되어 사랑하는 가족의 곁을 영원히 떠나야했다.
청와대 역시 이번 청원을 가볍게 넘겨서는 안된다. 사망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유가족은 물론, 이 청원을 지켜본 국민들에게 속시원하게 답변해 주어야한다.
우리는 이번 사건이 한 점 의혹 없이 낱낱히 밝혀져 또다른 의료기관에서 발생할지 모를 제2, 제3의 오진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중앙대병원측은 “유가족 분들의 슬픔과 고통에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며 “사망한 환자의 치료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이지만, 이것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
오진에 의한 항암치료가 문제가 아니었다면, 담당 교수마저 “크게 걱정하지 말라” 했던 초기 혈액암 환자가 어떻게 그렇게 쉽게 사망할 수 있는지, 정상인에게 사망 환자와 같은 항암제를 투약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등 납득할만한 설명을 내놓아야한다. 그것은 사망한 아기엄마와 유가족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기도 하지만, 추락한 중앙대병원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기도 하다.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라고 100번을 말해도 상대가 믿어주지 않으면 그만이다. 상대를 믿게 하기 위해서는 말이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그만한 조치를 취해야는 것이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