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제약, 영업사원 불법 리베이트 묵인·방임했다"
"하나제약, 영업사원 불법 리베이트 묵인·방임했다"
法 "프로포폴 주사 '아네폴' 판매업무정지 처분 정당"

하나제약 측 "영업사원 개인 일탈 … 관리·감독 다했다"

재판부 "회사 측 충분히 인지했을 상황 … 비난 가능성 작지 않아"

"법인 및 임직원 불기소 처분, 공범으로 가담하지 않았다는 것에 불과"

"과실 및 귀책사유 충분 … 행정상 책임져야"
  • 이순호
  • admin@hkn24.com
  • 승인 2021.01.26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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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전경
서울행정법원 전경

[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영업사원이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해 형사처벌을 받자 '개인의 일탈'이라고 주장하며 책임을 회피하던 하나제약에 대해 법원이 "회사 측이 불법 리베이트를 묵인, 방임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서울행정법원 제5부 재판부는 최근 하나제약이 제기한 '판매업무정지 처분 취소청구의 소'와 관련해 이같이 판결했다. 이 소송은 하나제약이 항소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이번 소송은 하나제약이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4년 동안 자사의 프로포폴 주사제인 '아네폴'을 판매하면서 판매 촉진을 목적으로 거래처에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9년 8월 해당 품목에 대해 판매업무 정지 3개월 처분을 내리자 회사 측이 이에 불복해 제기한 것이다.

하나제약 측은 이번 소송에서 "영업사원의 개인 일탈에 불과하다"며 "회사는 이에 관여하거나 보고받은 바가 없을뿐더러, 이러한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상당한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발뺌했으나, 재판부는 "회사 측이 몰랐을 리 없다"고 잘라 말했다.

법원에 따르면, 하나제약의 영업사원 A씨는 4년 동안 국내 유명 B 성형외과 병원에 2억4679만3022원에 달하는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다. 매달 제공된 금액은 적게는 300만원, 많게는 900만원에 이른다. 또한 결제 대금 환급 비율은 40%, 대금 할인은 약 50%로 일반적으로 알려진 제약회사 불법 리베이트 관행 사례와 비교해 상당히 크다. 

재판부는 "회사 측이 A씨의 법인카드 사용내역, 매출처 실제 수금내역, 영업활동비의 실제 사용내역 등을 정기적으로 확인·점검하는 등 약간의 주의만 기울였다면 이러한 정황을 손쉽게 예견 또는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하나제약이 A씨에 대한 관리·감독과 불법 리베이트 제공 방지를 위한 주의의무를 위반한 정황이 뚜렷하다고 봤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매월 B 성형외과를 방문해 정산과정을 거친 후 대부분 현금을 직접 교부하거나 법인카드를 교부하는 방식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이 과정에서 법인카드로 백화점 상품권을 대량 매입한 뒤 서울 강남역 상품권 취급점에 팔아 현금을 마련, B 성형외과에 리베이트로 제공하기도 했다. A씨가 지난 2014년 이른바 '상품권 카드깡'을 한 금액은 약 3580만원에 이른다.

A씨는 경찰조사에서 "하나제약 회사 시스템상 영업활동비를 거래처 병원에 지급하거나 판촉활동에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며 "선배 직원들과 지점장이 영업활동비를 병원에 지급할 경우에는 수금 할인액을 제외하고 환급액을 정하도록 항상 얘기했다"고 진술했다. 

또한 "영업사원 대부분이 법인카드 제공이나 속칭 상품권 카드깡으로 현금을 마련해 거래처 병원에 제공하므로 회사도 그 내역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A씨 본인의) 전체 매출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B 성형외과에 돈을 대거 몰아준다는 사정을 지점장 이상 간부도 알고 있었다"고 했다.

재판부는 A씨의 문자 메시지 내역, A씨가 근무하는 영업지점의 지점장과 영업부 총괄 등의 경찰 진술 내용 등을 토대로 A씨의 이러한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A씨의 문자 메시지에는 '지점장과 본부장에게 다시 보고해 할증으로 약품보상하는 것으로 확답을 받았다', '이번 일로 원장님과 실장님께 회사 측에서도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했다', '회장 결제가 아직 안 난 상태라서 하루만 더 시간을 달라'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를 고려하면 A씨의 리베이트 제공방식 등 영업판촉 전략은 하나제약 지점장이나 영업본부장에게 보고돼 회사 내부에서 충분히 논의됐을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특히 영업부 총괄이사와 지점장 등이 A씨의 법인카드 내역이 정상적인 범위를 넘어섰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을 들어 "리베이트 제공 행위를 사실상 묵인하고 방임한 것"이라며 신의성실의 원칙상 비난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지적했다.

A씨가 속한 영업지점의 지점장인 C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점장이 전결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모든 사항은 영업본부장에게 보고하게 된다"며 "A씨는 매달 3000~7000만원의 매출을 올려 매달 300~700만원의 영업활동비를 지급받았는데, 실제로는 거액의 상품권이나 전자제품 구입내역이 존재하는 등 법인카드 내역이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진술했다.

영업부 총괄이사 D씨는 "A씨 매출의 3분의 2가량이 B 성형외과에서 이뤄진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며 "A씨가 결제한 사용내역이 정상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하나제약이 단순히 전체 영업사원들을 대상으로 의료법령상 허용되는 영업비 사용 범위나 법인카드 사용관리 지침에 대한 정기 교육을 실시했다거나, 영업활동비 관련 내부 규정을 마련해 공지했다는 사정만으로는 행정상 책임을 면제받을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히러 A씨의 리베이트 제공 위반행위를 의심할 만한 여러 사정이 충분히 존재하는데도 이를 만연히 방임해 그 방지를 위한 상당한 주의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부작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하나제약은 지난 2016년 회사 법인과 부사장, 영업부 총괄이사, 영업본부장 등이 불기소 처분을 받은 점도 피력했으나, 법원은 "공범으로서 범행에 가담했다는 고의가 없다는 판단일 뿐 과실이나 귀책사유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재판부는 "검사의 불기소 처분은 행정사건에 법률적으로 구속력을 미치지 않는 것은 물론, 하나제약과 회사 임원들에 대한 불기소 처분은 A씨의 위반행위에 공범으로서 고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회사와 임직원들에게 적어도 과실 내지 귀책사유를 인정할 만한 정황이 다수 존재하는바, 행정상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못 박았다.

한편, A씨는 B 성형외과 E 원장에게 '아네폴'을 처방해주면 대금의 일정 비율을 환급해 돌려주겠다는 취지의 제안을 한 후 2011년부터 2015년까지 4년 동안 49회에 걸쳐 총 2억4679만3022원 상당을 제공했다. A씨는 이 같은 혐의로 기소돼 지난 2017년 서울지방법원으로부터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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