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이정희 대표 6년간의 모험 ... 역대급 CEO 기록
유한양행 이정희 대표 6년간의 모험 ... 역대급 CEO 기록
임기 2달 남기고 31호 신약 '렉라자정' 허가 획득

임기 중 기술수출 5건 … 총 계약규모 4조 원

공격적 오픈이노베이션으로 연구개발 DNA 이식

오너없는 기업 '도매상' 오명 씻고 '신약명가'로 키워

故 유일한 박사 '나눔철학' 계승 … 사회공헌 활동도 앞장
  • 이순호
  • admin@hkn24.com
  • 승인 2021.01.19 0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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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유한양행 대표이사 사장.
이정희 유한양행 대표이사 사장.

[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회사를 뿌리부터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물론 긍정적인 방향이다. 유한양행의 21대 대표이사인 이정희 사장 이야기다. 제약업계에서 역대급 최고경영자(CEO)로 꼽히는 이정희 사장은 퇴임을 불과 두 달 남겨둔 상황에서 회사의 두 번째 신약이자 31번째 국산 신약을 배출하며 '유종의 미'가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 

유한양행은 18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비소세포폐암 치료 신약 '렉라자정'(레이저티닙메실산염)의 시판을 허가받았다. 

이 신약은 폐암 세포 성장에 관여하는 신호전달을 방해해 폐암 세포의 증식과 성장을 억제하는 표적항암제다. 이전 세대 항암제들과는 달리 정상 세포에 독성이 적은 것이 장점이다. EGFR(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TKI로 치료받은 적이 있는 EGFR T790M 변이 양성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치료에 효능 효과를 인정받았다. 

'렉라자정'은 이정희 사장의 대표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한양행이 처음 '렉라자정'의 개발에 돌입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4년 전. 이 회사는 지난 2016년 5월 국내 바이오벤처 기업인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 제네스코로부터 '레이저티닙'을 기술도입해 개발에 나섰다. 이정희 사장이 취임(2015년 3월)한 지 약 1년 뒤의 일이다.

이정희 사장은 '레이저티닙'을 들여온지 불과 4년 만에 품목허가까지 획득하며 유한양행을 다시 한번 신약 개발사 반열에 올려놓았다. 유한양행은 지난 2005년 세계 최초의 'P-CAB'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신약인 '레바넥스'(레바프라잔)를 선보인 뒤 신약 소식이 뚝 끊겼다. '렉라자정'은 유한양행의 15년간 침묵을 깬 역사적 성과물이다.

이정희 사장 취임 전까지 유한양행은 연구개발(R&D) 투자는 저조하고 도입 품목 비중은 매우 높았다. 제약업계에서 매출 순위가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실적이 좋은데도 '도매상'에 가깝다는 오명을 써야 했던 이유다. 

그러나, 이정희 사장이 취임한 뒤 이 회사는 숨 가쁜 체질 개선 작업에 돌입했다. 수년 동안 500억원 안팎에 머물렀던 R&D 투자는 이정희 사장 취임 직후 증가하기 시작해 3년 만에 두 배(1037억원)가량 증가했다.

유한양행은 오너가 없는 기업이다. 1969년부터 약 52년 동안 3년 임기(1회 중임 가능)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투명한 기업 운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파격적인 투자와 공격적인 기업 운영이 어려운 것이 단점으로 꼽혔다. 임기가 짧은 전문경영인들은 '총대'를 매는 대신 수비적인 경영 자세를 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정희 사장은 이런 틀을 과감히 깬 역대급 CEO로 평가되고 있다.

 

이정희 사장, 제약업계 '오픈이노베이션' 붐 촉발
바이오벤처 투자 및 기술도입 늘리며 신약 개발사 발돋움

레이저티닙은 유한양행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전략의 첫 성과물이다. 오픈이노베이션은 다른 기업이나 학계 등으로부터 기술과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새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혁신 방안을 말한다. 유한양행은 국내 제약업계에서 오픈이노베이션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회사 중 하나다.

이정희 사장은 재임 기간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펼치는 데 집중해왔다. 취임 후 사장 직속으로 미래전략실부터 만들었고 신약 개발에 투자를 늘렸다. 신약 개발 후발주자인 만큼 직접 신약 개발을 도맡기보다는 오픈이노베이션과 적극적인 투자로 선두와 격차를 줄이는 전략을 선택했다.

오스코텍·바이오니어·제넥신·앱클론·파멥신·애드파마·제노스코·네오이뮨텍 등의 바이오벤처에 수천억원을 들이며 원천 기술 확보에 주력한 결과, 2015년 초 9개였던 파이프라인은 2020년 12월 30개로 3배 이상 늘었다. 그중 절반이 넘는 22개가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확보했다. 

유한양행의 공격적인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이 먹혀들자 그동안 후보물질 도출부터 상용화까지 자체적으로 해결해온 제약업계에서도 '오픈이노베이션' 붐이 일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다소 생소했던 '오픈이노베이션'은 이제 제약업계에서 흔히 쓰이는 말이 됐다. 

유한양행 외에도 몇몇 제약사가 일찌감치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펼쳤으나, 하는 둥 마는 둥 별다른 흔적이 없었다.  

유한양행은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양질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했고, 잠재력 있는 후보물질 개발에 집중한 결과 국내 최대 규모의 기술수출로 이어졌다. 

 

이 사장 재임 중 신약 기술수출 5건 … 오픈이노베이션 품목 2개
총 계약규모 4조원 … '도매상' 오명 '신약 명가' 찬사로 탈바꿈

유한양행은 그동안 총 5건의 기술수출 계약을 따냈다. 모두 이정희 사장 재임 기간 이뤄낸 성과다. 총 계약 규모는 4조원에 달하며, 기술수출 품목 중 2개는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확보한 파이프라인이다.

유한양행은 2009년 엔솔바이오사이언스에서 도입한 퇴행성 디스크 치료 신약후보 물질 'YH14618'을 임상 2상 단계까지 개발한 다음 2018년 7월 미국 스파인바이오파마에 2억1815만달러(한화 약 2442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제노스코에서 도입한 폐암 치료 신약후보 물질 '레이저티닙'(국내 제품명 : 렉라자주)을 글로벌 제약사 얀센에 기술수출했다. 총 계약 규모는 12억5500만달러(한화 약 1조4000억원)로, 단일 신약 기준으로 국내 제약업계 최대 규모다.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만 5000만달러(560억원)에 이른다.

2019년부터는 자체 발굴 및 개발한 신약후보 물질들의 기술수출이 이어졌다.

2019년 1월에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 신약후보 물질(프로젝트명 미공개) 파이프라인을 전임상도 시작하지 않은 탐색 물질 단계에서 7억8000만달러(한화 약 8800억원) 규모로 길리어드에 기술수출해 주목받았다. 

6개월 뒤인 같은 해 7월에는 다른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 신약후보 물질인 'YH25724'를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수출했다. 계약 규모는 총 8억7000만달러(한화 약 1조53억원)에 달한다.

유한양행의 기술수출 계약은 지난해에도 이어졌다. 이 회사는 지난해 8월 기능성 위장관 질환 치료 신약후보 물질 'YH12852'를 미국 프로세사 파머수티컬에 4억1050만달러(약 5000억원) 규모로 기술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연이은 기술수출 성과는 유한양행에 씌워졌던 '도매상'이란 오명을 '신약 명가'라는 찬사로 바꾸었다. 이정희 사장이 역대급 CEO라는 평가를 받는 가장 큰 이유다.

 

이정희 유한양행 대표이사 사장.
이정희 유한양행 대표이사 사장.

故 유일한 박사 유지 이은 이정희 사장
'나눔 철학' 계승 사회공헌 사업 앞장 

이정희 사장은 유한양행 창업자인 故 유일한 박사의 유지를 이어 사회 공헌 사업에도 앞장섰다. 신약 개발 성과 등 경영 평가에 가려져 과소평가되는 부분이다.

이 사장은 취임 후 처음 맞이한 2016년 시무식에서 창립 원년의 정신을 강조했다. 경영슬로건 달성을 위한 경영지표는 청렴·정직·성실을 뜻하는 'Integrity'와 개선·혁신·진보를 뜻하는 'Progress'로 정했다. 유일한 박사가 90년 전 유한양행을 창립했던 창업정신을 되새겨 지금까지 면면히 이어져 오는 유한양행의 핵심적인 가치를 계승하고 나아가 제2의 창업을 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담았다.

이후 제약기업의 최고 목표는 국민건강이라는 신념으로 'R&D 혁신'과 '글로벌 유한'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경영 활동을 전개하고 사회 환원이라는 또 다른 목표를 위해 사회공헌 활동을 진두지휘했다.

그 결과 2017년에는  경제정의시민실천연합(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가 선정한 '좋은기업상' 대상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유한양행은 건전성, 공정성, 사회공헌도, 소비자보호, 환경경영, 직원만족 등 6개 평가항목 중 건전성, 공정성, 사회공헌, 직원만족 부문에서 특히 높은 평점을 받았다.

 

차기 대표이사 조욱제 부사장 내정
"경영 환경 좋지만, 부담도 클 것"

유한양행 대표이사의 임기는 3년이다. 정관에 따라 대표이사는 1회만 연임이 가능하다. 이미 한 차례 연임한 이정희 사장은 오는 3월 열릴 예정인 주주총회에서 새로운 대표이사가 선임되면 6년의 임기를 끝으로 대표이사직에서 내려와야 한다. 이정희 사장의 향후 행보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유한양행은 이정희 사장에 이어 조욱제 부사장을 차기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7월 조 부사장을 총괄부사장에 임명하는 임원 인사발령과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 부사장이 대표이사로 신규 선임되면, 2024년 3월까지 3년간 유한양행의 경영을 이끌게 된다. 연임에 성공할 경우에는 2027년 3월까지 임기가 늘어난다. 1926년 설립된 유한양행은 올해로 94주년을 맞는다. 오는 2026년은 100주년이다. 조 부사장은 유한양행의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고 경영 전략과 미래 비전을 설계해야 하는 중책을 맡은 셈이다.

이정희 사장의 혁혁한 성과는 새로 취임하는 조 부사장에게 큰 도움이 되는 동시에 적지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회사의 R&D 문화가 궤도에 오른 만큼 향후 포트폴리오를 구상하고 경영 전략을 펼치는 데 유리한 면이 있지만, 전임 대표이사인 이정희 사장과 경영 성적표 비교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정희 사장은 유한양행, 나아가 제약업계에서도 역대급 CEO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욱제 차기 대표이사 내정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회사가 과거와는 다른 모습으로 변모한 만큼 적극적인 경영 전략을 펼친다면 유한양행은 또 한번 새로운 도약을 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정희 사장은 1951년 11월 2일 안동에서 태어나 대구공업고등학교와 영남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1978년 유한양행에 공채로 입사해 유통사업부장, 마케팅홍보 담당 상무, 경영관리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영업부서 근무 당시 신약 마케팅 능력을 인정받았으며, 지난 2015년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해 6년간 유한양행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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