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김동석] “위대한 접종, 긴 터널의 끝이 보인다.”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자 영국 언론들에 나온 표현이다. 하지만 축포를 터뜨리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 8일(현지시각) 코로나19 백신 접종 1호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영국의 90세 할머니는 “떨리지 않았다”는 소감과 함께 복도를 나서며 간호사들의 박수를 받았다.
그 모습은 전 세계로 전파를 탔고 지구촌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외신들도 이 ‘역사적인 순간’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자 전문가들이 나섰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영국 정부의 최고과학자문관인 패트릭 발란스(Patrick Vallance) 경은 “전 국민에게 백신 접종이 되더라도 당분간은 마스크 착용을 해야하는 등의 개인 방역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백신 접종이 코로나19 전파를 막거나 바이러스 증식을 완전히 차단한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다른 전문가들도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하더라도 최소 1년 정도, 그러니까 내년 겨울까지는 마스크를 써야 한다”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영국 정부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사회적으로 고무된 분위기에 편승, 자칫 방역 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매트 핸콕(Matt Hancock) 영국 보건장관은 “백신 대량접종 이후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정도와 전파를 주시하게 되는 만큼 바이러스와의 싸움을 망치지 않게 해달라”고 밝혔다. 실제로 영국 보건당국은 백신 접종에도 사회적 거리두기, 오후 통금시간 유지 등의 통제조치는 계속됨을 알리고 있다.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지 하루만에 2명이 알레르기 이상 반응을 보이는 일도 있었다. 2명 모두 영국 공공의료서비스(NHS) 직원으로 유사 초과민 반응(anaphylactoid reaction)을 나타냈다.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는 항원항체 면역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구토, 호흡곤란, 가슴통증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천만다행으로 이들은 평소 심한 알레르기 병력을 앓고 있어 늘 아드레날린 주사기를 지참하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회복 중인 이들을 위해 화이자는 4만 명 이상의 임상 실험에서도 이런 부작용은 없었기 때문에 함께 조사하면서 돕겠다고 나섰다.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은 “예방 주사 등에 과거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던 사람은 백신 접종을 중단해야 한다”면서 “알레르기 반응은 새로운 백신에서 볼 수 있는 것으로 문제가 아니라 단순 예방차원이다”고 설명했다.
영국 보건당국은 올 연말까지 250만 명이 코로나19 백신 2회 접종을 마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차 접종은 1차 접종 후 3주 뒤 맞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