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P-CAB인데 … '레바넥스'와 '케이캡' 성패 가른 요인은?
같은 P-CAB인데 … '레바넥스'와 '케이캡' 성패 가른 요인은?
약력학 비교 논문 AP&T 게재 … 지난 2017년 말 서울대병원서 임상 진행

"위 내 적정 PH 유지시간 '케이캡'이 두 배 이상 … 다회 복용시 효과 차이 더 커"

'레바넥스' 위식도역류질환 적응증 추가 실패 … 적응증 확보해도 성공 미지수
  • 이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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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1.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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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세계 최초의 P-CAB 계열 약물인 유한양행의 '레바넥스'(레바프라잔). 이로부터 14년 뒤에야 발매된 동일 계열 약물인 HK이노엔(구 CJ헬스케어)의 '케이캡(테고프라잔). 같은 계열의 약물이지만, 평가는 '극과 극'이다. '레바넥스'는 실패, '케이캡'은 대성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두 제품의 성패를 가른 가장 큰 요인은 적응증과 안전성의 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만약, 두 제품의 적응증과 안전성이 비슷했다면, '레바넥스'도 '케이캡'처럼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 이를 짐작해볼 수 있는 연구결과가 최근 공개돼 눈길을 끈다.

'Pharmacodynamics of tegoprazan and revaprazan after single and multiple oral doses in healthy subjects'('건강함 피험자에게 '테고프라잔'과 '레바프라잔'의 단일 및 다중 용량 투여 후 약력학').

SCI급 의학저널인 AP&T(Alimentary Pharmacology & Therapeutics)에 최근 게재된 논문의 제목이다. 제목을 간단하게 설명하면 '케이캡'과 '레바넥스'의 투약 후 효과를 알아봤다는 것으로, HK이노엔이 지난 2017년 말부터 2018년 초까지 수행한 임상시험의 결과다.

성인 남성(19~50세) 16명을 대상으로 '케이캡' 50mg과 '레바넥스' 200mg을 7일 동안 매일 1회 경구 투여한 뒤 24시간 동안 위 내 pH(수소이온농도지수)와 혈청 가스트린 등을 측정해 약력학적 평가를 한 것이다.

다소 간단한 시험이지만, 결과는 극명했다. '케이캡'의 압승이다. HK이노엔이 스폰서로 참여한 시험인 만큼 객관성을 100% 담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해당 임상시험이 국내 최대 의료기관인 서울대병원에서 수행된 데다 결괏값의 차이가 워낙 커서, 두 약물 간 효능을 어느 정도 비교할 수 있는 자료라고 할 수 있다.

서울대병원 장인진 교수팀이 수행한 이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케이캡'은 '레바넥스'보다 월등히 높은 위산 억제 효과를 보였다.

위장 내 적정 산성도는 pH 4 이상이다. 약물 투여 후 이 수치가 오래 유지될수록 위산 분비 억제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근거해 두 약물을 단일 용량(1회 투약)으로 투약한 뒤 위 내 pH가 4 이상으로 유지된 시간을 비율로 측정한 결과, '케이캡'은 54.5%, '레바넥스'는 25.1%로 나타났다. 

좀 더 쉽게 풀면, '케이캡' 50mg과 '레바넥스' 200mg을 각각 한 알씩 복용했을 때, 24시간 측정 기준으로 '케이캡'은 약 13시간, '레바넥스'는 약 6시간 동안 위 내 pH를 4 이상으로 유지시켰다는 것이다. 

다중 용량(다회 투약)을 투약했을 때는 이보다 결과 차이가 더 컸다.

두 약물을 7일간 매일 1회 투여한 뒤, 매 투약 후 24시간을 기준으로 위 내 평균 pH를 측정한 결과, pH가 4 이상으로 유지된 시간의 비율은 '케이캡'이 68.2%, '레바넥스'가 25.3%로 나타났다.

약을 7일 동안 매일 복용하면, 평균적으로 '케이캡'은 하루(24시간) 중 약 16시간, '레바넥스'는 6시간 동안 위 내 pH가 4 이상으로 유지된 것으로, 두 약물 간 효과 차이는 3배에 육박했다.

특히, '케이캡'은 투약을 반복할수록 효과가 상승했으나, '레바넥스'는 그렇지 않았다.

pH가 4 이상으로 오르는 데 걸리는 시간도 단일·다중용량 투약 모두 '케이캡'이 압도적으로 빨랐으며, 최대 pH 값도 '케이캡'이 두 배가량 높았다.

야간 위산분비 억제 효과도 '케이캡'이 더 뛰어났다.

야간 12시간 중 단일용량에서는 '케이캡'이 약 6시간 30분(53.9%), '레바넥스'가 약 3시간 42분(30.8%) 동안 위 내 pH가 4 이상으로 유지됐다. 다중 용량에서는 각각 8시간 36분(71.8%), 3시간 48분(31.9%)으로 그 차이가 더 컸다.

그동안 제약업계는 '레바넥스'의 가장 큰 실패 요인을 부족한 적응증과 이상반응 때문으로 분석했으나, 이 연구 결과를 놓고 보면, 효과 면에서도 상업적 성공을 장담하기는 어려웠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난 2005년 출시한 '레바넥스'는 국산 신약 9호로, 유한양행이 11년에 걸쳐 500억원의 연구비를 투입해 개발한 세계 최초의 P-CAB 계열 약물이다. 위식도역류질환치료제로 허가받은 '케이캡'과 달리 '레바넥스'는 십이지장궤양 적응증으로 허가를 받은 뒤, 위염과 위궤양을 적응증에 추가했다.

이후 시장이 큰 위식도역류질환 적응증을 추가하기 위해 임상시험을 진행했으나, 이 과정에서 부작용이 확인돼 결국 적응증 추가를 포기했다. 이와 함께 미국과 유럽 등에서 신약 허가 획득에도 실패하면서 시장에서 도태됐다.

지난해 기준 '레바넥스'의 원외처방액(유비스트 기준)은 8억원으로, 전년(11억원)보다 29.8% 감소했다

'케이캡'은 지난해 3월 발매한 P-CAB 계열 항궤양제다. 기존 치료제들의 한계를 극복한 최신 작용 기전의 약물로, 국산 신약 30호로 허가받았다.

국내 출시와 동시에 돌풍을 일으키며 출시 첫해인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10개월 동안 297억원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했다. 국산 신약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다. 올해에는 3분기까지 누적 처방액이 508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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