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대생 구제를 위한 필요충분조건
[사설] 의대생 구제를 위한 필요충분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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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0.30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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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실기시험 응시를 거부했던 의대생들의 구제 문제를 놓고, 의료계와 정부 간 긴장의 골이 다시 깊어지고 있다.

의료계는 내년도 의료인력 부족을 이유로, 의대생들에게 다시 응시 기회를 줘야한다는 입장이지만, 정부는 국가고시의 원칙을 허물 수 없다며 추가 응시 기회 부여는 불가하다고 맞서고 있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의료계 파업이 한창이던 올해 여름의 상황을 떠올린다. 당시 정부는 의료정책에 반대해 국가고시 실기시험을 단체로 취소한 의대생들에게 9월 1∼4일 재접수 기회를 주었고, 4일에는 재접수 기한을 다시 6일까지로 연장했다. 두 차례 재접수 기회를 준 것인데, 대다수 응시생들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사상 초유의 국가고시 추가 응시기회를 걷어찬 것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정부의 조치를 두고 국민여론은 곱지 않았다. 국가고시에 원칙도 없고, 특정직역에 두 차례나 시험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다른 국가고시와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식이라면 다른 국가고시 응시생들도 떼를 쓰면 기회를 부여해야한다는 논리가 성립돼 국가의 존립기반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많았다. 기업체 시험도 이렇게 치르지는 않는다는 비아냥까지 쏟아졌다.

의료계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파업 종료 2개월이 지난 지금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많은 국민들은 의사가 부족해 진료에 차질이 발생해도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그만큼 의사들에 대한 실망감이 컸다는 얘기다. 이는 그동안 올라온 청와대 국민청원에서도 확인된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는 다시 파업 가능성을 거론하며 시험을 거부했던 의대생들에게 추가로 응시기회를 줘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치 ‘전국의사 총파업’을 앞두고 집단휴진카드를 꺼내들었던 올해 8월의 상황이 재연되는 듯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것은 전날(29일) 의협이 “의사국시 해결 없는 의·정협의체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보건의료 체계의 파국을 막기 위해 의료계 전 직역의 뜻을 모아 강력한 행동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힌 대목에서 충분히 읽힌다. 의협은 “향후 대응은 확대, 개편 중인 범의료계투쟁위원회를 중심으로 대책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서서히 대정부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머지않아 제2의 ‘전국의사 총파업’이 재연될 것만 같은 느낌도 든다.

두 번의 기회마저 내팽개친 의대생들에게 세 번째 기회를 줘야한다는 의협의 이런 주장을 국민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아마 대다수 국민들의 눈에는 ‘어린아이 떼쓰기’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대한의사협회가 원칙도 없고 형평에도 어긋나는 국가고시 추가 응시 기회 부여를 주장하기에 앞서 냉엄한 현실부터 직시하기를 당부한다.

우선 2차례 재접수 기회를 부여한 점, 현재 일부 응시생들을 대상으로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이 진행되고 있는 점, 의사국시 실기시험 이후 실시하는 다른 직역의 실기시험 일정, 국민들의 수용성 등 복합적인 필요충분조건을 외면하지 말라는 것이다.

내년에 당장 의사수급 인력이 부족해진다고 해도 이런 것들이 간과 된다면, 앞으로 국가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큰 혼란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의사부족사태를 누구보다 해결하고 싶은 쪽은 정부다. 이걸 모를리없는 정부가 ‘재응시 기회 불가’라는 입장을 밝힐 때는 그 답답함이 오죽하겠는가. 정부 역시 재응시 기회를 주고 싶지만, 국민의 동의 없이는 감히 엄두를 낼 수 없는 법이다. 어느 정부가 국가 운영의 기본 원칙을 스스로 훼손할 수 있다는 말인가.

어느덧 한해가 저물어 가는 시점이다. 11월, 12월, 달력 두 장만 남겨놓고 있을 뿐이다. 시간이 촉박하다.

따라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대생들이 시험에 재응시할 수 있도록 국민들의 동의를 구하는 일이다. 국민들을 설득하는 일은 당사자인 의료계가 아니면 그 누구도 대신 할 수 없다. 정부가 나설 경우, 또 다른 불공정 논란과 특혜시비가 불거질 게 뻔하다.

우리는 의료계가 이미 시험에 응시한 의대생들의 입장도 고려해 주기를 바란다. 파업에 참여한 의대생들만 후배가 아니다. 이들은 파업에 동참하지 않고 시험에 응시했다는 이유로 동료 의대생들로부터 온갖 악담과 비난을 들어야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험에 응시한 것은 나름의 사정과 소신, 그리고 국가고시는 장난이 아니라는 원칙 등 여러 이유가 있을 터이다.

이런 여러 정황을 고려하지 않고 정부가 시험 거부 의대생들에게 다시 기회를 준다면, 일정대로 시험에 응시했던 의대생들의 허탈감과 자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 실타래를 풀어야하는 당사자는 의협이다. 지난 9월4일 정부와 의정협의체 구성에 합의하고 파업을 종료했던 장본인이 바로 의협 아니었던가. 이미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져 있지만, 당시 합의안에 의대생 구제문제는 없었다. 그럼에도 의협은 정부가 의대생 구제문제를 ‘결자해지’ 하라며 정부에 대한 압박을 거듭하고 있다. 이는 우물에서 숭늉을 찾으며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하라고 억지를 부리는 것과 다름없다. 

헬스코리아뉴스는 의료계를 대변하는 전문지다. 그럼에도 이런 조언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은 ‘사슴’을 가리켜 ‘말’ 이라고 할 수 없는 까닭이다.

아래는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이 30일 대한의사협회와 의대생들을 향해 “취업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컵밥을 먹으면서도 불공정한 반칙을 꿈꾸지 않는 ‘동시대 청년들’에게 부끄럽지도 않냐”며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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