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유한양행이 지난 2016년 공급을 재개했던 국내 유일의 카나마이신 성분 항생제 '유한카나마이신황산염주사'의 공급을 다시 중단한다.
유한양행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이 같은 내용의 공급중단 보고서를 제출했다. 공급중단 시점은 오는 9월 1일부터다. '유한카나마이신황산염주사'의 공급 중단 결정은 국내 결핵 진료지침의 변화 때문으로 보인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5월 배포한 '결핵 진료지침' 개정 4판은 기존 3판과 비교해 '카나마이신' 성분 주사제와 관련해 크게 두 가지가 바뀌었다.
우선 다제내성 치료제의 분류에서 주사제의 우선순위가 낮아졌다.
당초 주사제는 다제내성 결핵 치료에 가장 먼저 사용하는 약물(A군)로 분류됐으나, 2016년 '결핵 진료지침'이 3판으로 개정되면서 2순위(B군)로 낮아졌다. 그래도 여전히 핵심약제에 해당해 다제내성 결핵환자 집중 치료 시 우선해서 투약이 이뤄졌다.
그러나, 이번에 개정된 4판에서는 주사제가 3순위(C군) 약물로 밀리면서 1·2순위 약물로 처방이 구성되지 않을 때만 사용할 수 있게 처방 권고가 바뀌었다.
여기에 더해 '카나마이신' 성분은 아예 항결핵제 분류에서 빠졌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진행한 메타분석 연구에서 효과와 안전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 연구 결과에 의하면, 다제내성 결핵 치료 주사제들 가운데 아미카신 성분만 중등도의 이점을 보였고, 카나마이신과 카프레오마이신은 좋지 않은 예후를 보였다.
WHO는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자체 지침을 개정해 항결핵제를 새롭게 분류했고, 질병관리본부도 이를 수용, '결핵 진료지침' 내용 중 항결핵제 분류에서 카나마이신을 제외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다제내성 결핵 치료에 아미카신보다 카나마이신 성분의 주사제를 우선 처방해 왔다. 아미카신은 1일 3회 근육주사로 투여하거나 30~60분간 정맥주사로 투여해야 하지만, 카나마이신은 1일 1회만 근육주사로 투여하면 됐기 때문이다. '결핵 진료지침' 3판도 카나마이신 성분 주사제의 우선 처방을 권고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으로 카나마이신 성분 주사제는 다제내성 결핵 치료에 사용이 어렵게 됐다. '결핵 치료지침' 4판은 카나마이신 대신 아미카신 성분 주사제를 처방토록 권고하고 있다.

그동안 낮은 채산성에도 공익성을 이유로 꾸준히 '유한카나마이신황산염주사'를 공급해온 유한양행으로서는 더는 해당 약물을 생산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유한카나마이신황산염주사'의 생산액은 지난해 3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이마저 지난해부터는 약 1억8000만원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원료비와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이익이 남지 않는 장사다.
유한양행은 이번 공급 중단과 관련해 "대체 가능 약제들이 허가 및 유통되고 있으므로 대체 사용 가능 할 것으로 사료된다"고 밝혔다.
실제 국내에는 아미카신 성분 제제 수십 개가 품목허가를 받아 판매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카나마이신 성분 제제 공급이 이뤄지지 않을 때 유일하게 생산에 나선 곳이 유한양행이었다"며 "이번 공급 중단으로 수익성 부담이 줄어들 전망"고 말했다.
한편, 유한양행은 지난 2015년 수입원료 공급 차질을 이유로 '유한카나마이신황산염주사'의 제조 및 공급을 중단한 바 있다. 당시에도 '유한카나마이신황산염주사'는 국내에서 생산되던 유일한 카나마이신 제제였다.
이에 식약처는 2015년,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독일에서 카나마이신주사제를 특례수입해 우선 공급했으며, 2015년 12월까지 유한양행과 여러 차례 소통을 통해 카나마이신 국내 생산이 필요하다고 설득했다.
이후 유한양행은 이듬해인 2016년 식약처 산하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와 '유한카나마이신황산염주사' 위탁제조 계약을 체결하고, 공급을 재개했다.
당시 식약처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를 통해 카나마이신 주사제 생산 업체를 모집했지만, 유한양행만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