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자가 꼭 약을 먹어야 하는 이유
[사설]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자가 꼭 약을 먹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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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7.03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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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새로 신고된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 감염자는 모두 1222명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전년 대비 16명(1.3%) 증가한 것으로, 성별로는 남자 1111명(90.9%), 여자 111명(8.9%)이 HIV에 감염된 것으로 신고됐다.

2019년 신규 신고된 HIV 감염자들은 한 해 동안 의료기관 등을 통해 감염사실을 확인하고 신고 된 자를 의미한다. 따라서 새롭게 HIV에 감염된 사람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이미 HIV에 감염됐으나 2019년도 검사에서 감염사실을 알게 된 사람도 포함돼 있다. 

이 대목에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할 부분은 HIV를 왜 조기에 검진해야하고 감염 사실을 알게 되면 꼭 약을 먹어야하는 지다.

잘 알려진 것처럼 HIV는 무증상의 잠복기가 길게는 10년 이상 이어진다. 따라서 검사를 하지 않는 한 본인의 감염 여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감염 여부 모르면 위험한 폭탄 달고 사는 것

우선 본인이 감염 사실을 모르게 되면 치료 따위는 하지 않게 된다. 이 경우 가장 우려되는 것은 후천성면역결핍증으로 알려진 AIDS(에이즈/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 환자로의 전환이 훨씬 빨라진다는 사실이다. AIDS로의 전환은 몸속에 잠복해 있던 HIV 바이러스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해 짧은 시간에 신체 면역 기능을 망가뜨림으로써 각종 합병증을 유발하고 결국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상황이다. 이 시점에는 현대의학으로도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게 된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성 파트너 등 타인에 대한 감염 위험을 전혀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험한 폭탄’을 몸에 달고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하는 것과 같다.      

실제로 2019년도 검사에서 HIV 감염자로 신규 보고된 사람들 중에는 오래전에 HIV에 감염됐으나,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AIDS로 전환되고 나서야 본인이 감염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경우도 상당수에 이른다. 이는 그 이전의 보고 사례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조기발견땐 상황 180도 달라져 

하지만 조기 발견하게 되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전국의 보건소을 방문하면 피 한방울로 단 20분이면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비밀도 철저하게 보장된다. 이는 익명 검사제도에 따른 것으로, 보건소는 당사자에게 감염 유무만 통보해준다. 만약 감염자로 확인되면 보건소의 안내를 받아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다행히 요즘 나오는 치료제는 그 효능이 놀라울 정도로 좋다. 때문에 의료진의 지시대로 약만 제대로 복용하면 AIDS 환자로의 전환 시기를 크게 늦출 수 있고 본인의 수명까지 사는 것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HIV 감염자가 수십년간 생존해 있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통로를 통해 확인됐다. 이는 치료제를 복용하게 되면 마치 두더지 게임처럼 약물이 바이러스의 활동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정해진 약 복용법을 충분히 준수하는 것이다. 의사의 지시없이 임의대로 약물 복용을 거르거나 중단할 경우 잠들어 있는 바이러스를 깨울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휴면상태에 있던 몸속의 바이러스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는데, 기존의 약물로도 어쩔 도리가 없다. HIV는 약물에 취해 곤히 잠들어 있을 때는 쉽게 활동을 할 수 없지만, 한 번 깨어나면 엄청난 속도로 신체 면역기능을 파괴해 나간다. 이 경우 감염자는 머지않아 AIDS 환자로 전환돼 죽음을 피할 수 없게 된다. 

HIV 감염자가 약물을 복용해야하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감염을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콘돔 등 안전장치를 하지 않고 감염자와 성관계를 하게 되면 본인도 감염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약물을 복용하는 동안에는 바이러스가 활동을 할 수 없는, 이른바 휴면상태에 있기 때문에 감염 위험도 거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물론 약을 복용하지 않고 있는 감염자와 콘돔을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성관계를 갖더라도 상대가 감염될 확률은 0.5% 이하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감염자와의 성관계를 200회 했을 때 감염될 확률은 1회에 그친다는 의미로, HIV는 동성애 등 매우 문란한 성행위를 하지 않는 이상, 쉽게 감염되는 질환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실제로 2019년도에 신규로 신고된 내국인 감염자 1005명의 감염경로를 조사한 결과 81.7%(821명)가 성 접촉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 가운데 이성간 성접촉 감염자는 46.2%(379명)에 그쳤고 나머지 53.8%(442명)는 동성간 성접촉이었다. 이는 동성간 접촉이 그만큼 위험하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정황만을 놓고 의심자가 조기검진을 외면하거나 감염자가 약물 복용을 소홀히 해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HIV란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언제든, 또는 누구에게든 노출될 수 있는 위험한 질환이다. 현대의학 역시 HIV 감염이나 AIDS로의 전환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  

본인이 의심되는 행동을 했다면 반드시 조기검진을 통해 HIV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감염됐다면 두려움 없이 약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 그것이 본인은 몰론 타인에게도 고통을 주지않고 오래 살 수 있는 현명한 선택이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한 번 가면 다시 돌아올 수 없다. 그래서인지 우리 인간에게, 특히 종교인들에게 영생이나 윤회 등이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그들의 바람일뿐,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아니며, 삶 자체를 보장해주는 것도 아니다. 그들 역시 HIV에 노출됐다면 약을 복용해야 삶을 연장할 수 있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영생이고 윤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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