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두 종류의 인간만 존재한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인간만 존재한다”
‘치매는 처음인데, 어떻게 하지?’ 저자 와다 히데키

“지금 치매에 걸린 사람과 언젠가 치매에 걸릴 사람”
  • 임도이
  • admin@hkn24.com
  • 승인 2020.06.03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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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임도이] 부모님이 예전 같지 않다. 방금 전에 하셨던 말씀을 잘 기억하지 못하시기도 하고, 별것 아닌 일에 갑자기 성을 내시기도 한다. ‘아뿔싸!’ 이때부터 자식들의 머릿속은 뒤얽히듯 복잡해진다.

‘연세가 드시더니 우리 부모님이 달라지신 건가?’, ‘벌써 치매가 오신건가? 그럼 큰일인데!’, ‘당장 치매 검사부터 받아 보아야 하나?’, ‘정말 치매라면 앞으로 난 어떻게 해야하지?’ ‘이 정도면 중증이신 거 아닐까’.

치매 환자들 둔 가족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살면서 우리가 난생처음 겪는 일이야 많고 많지만 치매는 부모와 자식 모두에게 슬프고 아프고 버겁고 힘겨운, 누구나 피하고픈 경험이다. 

그러나 가파른 고령화에 인구 대비 치매 환자 비율이 무척 높아진 일본에서, 치매 임상 경험이 풍부한 노인정신의학 전문의인 저자(와다 히데키)는 다르게 말한다. 현재 부모님의 병세에 절망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이미 ‘할 수 없게 된 일’을 생각하며 비관하지 말고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을 계속해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으라고 말한다. 요컨대 치매에 대한 마음가짐과 사고방식부터 전면적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특히 치매와 관련해서는 의외로 사람들이 많이 모르기도 하고, 세상에는 이미 치매에 대한 선입견이 각양각색으로 존재한다. 이 책은 그 대표적인 것들을 드러내 집중 타파한다. ‘치매가 아니라 우울증일 수 있다’, ‘부모님의 성적 호기심을 이해하라’, ‘죽고 싶다고 자꾸 말씀하시는 것을 흘려듣지 말라’, ’어린아이 취급은 금물‘, ’혼자 지내는 것도 장점이 있다‘, ’무슨무슨 뇌 트레이닝 같은 근거 없는 치매 예방법에 속지 말라‘가 다 그 같은 취지의 내용이다.

이 책의 저자는 부모님을 모시고 있고 효심(孝心)이 아주 강하다. 또한 정신과 의사로서 치매 치료 경험이 많은 데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집필을 간단명료하게 해놓아서 치매에 대한 필수적인 마음가짐과 사고방식을 장착하는 데 최상이다.

저자는 책머리에서 자신이 존경하는 한 정신과 의사의 말을 인용하며 치매에 대해 기본부터 새롭게 환기시킨다. “이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인간만이 존재한다. 그중 하나는 지금 치매에 걸린 사람이고, 또 다른 하나는 언젠가 치매에 걸릴 사람이다.” 이 말은 아마도 불의로 사고로 갑자기 삶을 마감하지 않는 이상, 치매는 피할 수 없는 질환이라는 말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그는 “부모가 치매에 걸렸다면 ‘우리 부모님이 치매에 걸릴 만큼 오래 사셨구나. 이제 남은 인생을 기분 좋게 사시도록 도와드려야지’라는 마음으로 부모님을 대하라”고 말한다. 그렇다! 치매를 마주한 그 시작점부터가 전혀 다른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치매 자체에 무조건 부정적인 데다 부모님을 대할 때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 옥신각신하다 결국 부모님을 떠나보내고 나서 ‘아, 내가 잘해드렸더라면’ 하고 후회를 하는 경우가 많다. 혹은 무턱대고 치매 부모님을 돌보겠다며 그저 헌신이 다인 줄 알고 부양하다가 자식 본인의 삶이 피폐해지고 만다.

이러한 대처에 대해 저자는 “제발 그렇게 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서로가 기분 좋고 서로가 후회하지 않는 길을 택하라는 것이다. 그것이 ‘인생 100세 시대를 바라보는 우리가 치매에 적극적으로 대비하는 올바른 마음자세’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저자의 다음 말이 이 책을 관통하는 요지이다.

“부모님이 치매에 걸렸을 때 자녀들이 해야 할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인간 중심의 돌봄으로 부모님이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부모님에 대한 모든 관심과 도움을 이처럼 ‘인간 중심의 돌봄’이라는 의도에서부터 출발시키는 저자의 각종 조언과 지침은, 그래서 근본적으로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안내하는 ‘치매 안심 가이드’가 될 수 있다.

 

이 책의 내용은 크게 보면 ‘자식이 챙겨 드리면 좋은 것, 부모가 직접 하면 좋은 것, 부모와 자식 어느 쪽에서건 굳이 안 하는 게 좋은 것’으로 나눌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과 자식이 변화 양상을 잘 살피는 것인데, 이 책은 치매 초기 증상과 노인성 우울증, 노화가 뇌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쓰여 있어 큰 도움이 된다.

자식들 중에는 연세가 드신 부모님을 어린아이 취급하거나 건강에 해로울 수 있는 것은 무조건 못 드시게 하는 이들이 많은데, 그에 대해서도 명쾌한 정보가 제시되어 있다. 그 밖에도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할 먹어야 할 약과 먹지 않아도 괜찮은 약, 좋은 의사와 좋은 병원 선택 방법, 부모님에게 좋은 운동과 바람직한 생활 등의 내용이 현실에 손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다.

책의 차례에 나오는 각 꼭지의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 모든 내용이 다 빠짐없이 알아두어야 할 긴요한 것들이지만 특히 3장 ‘부모님의 행복을 원한다면’이라는 부분이 감명적이다. ‘NO로 시작하는 대답은 금지!‘, ’부모님과의 대화는 회의나 토론이 아니다‘, ’내일은 내 일이 될 수도 있다‘ 등의 내용은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현시대에 자식들이 꼭 유념하고 실천해야 할 것들이다.

이 책은 우리가 올바로 알고 대처하기만 한다면 치매는 충분히 예방하고 극복할 수 있는 질환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치매는 처음인데, 어떻게 하지?
치매는 처음인데, 어떻게 하지?

 

▶ 본문 중에서

# 잘못된 대응이 치매를 악화시킨다 = 이처럼 인간의 뇌는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비록 치매로 인해 본래의 기능이 일정 부분 줄어들었다고 할지라도 한편으로 어떤 기능은 잔존,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기능을 통해 기본적인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시나브로 기력이 약해지는 부모님의 모습을 한번 떠올려보세요. 집에서 손자들을 돌보거나 가게 일을 돕고, 정원을 꼼꼼하게 손질하거나 자식이 일하는 낮 시간에는 집안을 깔끔하게 치우는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 ‘예상 밖의 대응’이 뇌의 노화를 막는다 = 일부 단체에서는 뇌의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치매 환자에게 숫자 게임 스도쿠나 수학 문제를 풀게 하는 경우도 있는데, 나는 그런 방법이 정말로 효과가 있는지 근본적인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훈련을 거듭하면 확실히 계산을 처리하는 뇌의 기능을 유지하거나 향상시킬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계산을 한다고 해서 전두엽의 기능이 올라가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최근 많은 논문에서 뇌 트레이닝을 하면 연습한 항목의 능력치가 향상되지만, 뇌의 다른 기능이 향상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습니다.

# 부모님과의 대화는 회의나 토론이 아니다 = 연로하신 부모님이 있는 자녀들은 대부분 비슷한 경험을 하게 마련입니다. 나 역시 고령의 어머니가 계시므로 똑같은 입장입니다. 그래서 어떤 마음인지 잘 알고 있지요. 하지만 고령자가 옛날이야기, 특히 과거의 영광스러웠던 날들을 추억하는 것은 대단히 좋은 일입니다. 어쨌든 부모와 자식 간의 대화는 업무 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한 회의도 아니고, 어떤 결론을 도출해내기 위한 토론 역시 아닙니다.

따라서 자녀들은 연로하신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눌 때 ‘듣기 90%, 맞장구치기 10%, 반론 0%’의 자세로 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지은이: 와다 히데키

일본의 저명한 노인정신의학 및 임상심리학 전문의. 30여 년 동안 노인정신의학 분야에 종사하며 연구를 계속해오고 있다.

1960년 오사카 출생으로 도쿄대학교 의학부를 졸업했다. 1988년부터 고령자 전문 종합병원인 요쿠후카이병원 정신과에서 근무했다. 이후 도쿄대학교부속병원 신경정신과 조수, 미국 칼 메닝거 정신의학학교 국제연구원(fellow) 등을 거쳐 현재 국제의료복지대학교 임상심리학과 교수, 와다 히데키 마음과 몸 클리닉 원장, 히토쓰바시대학교 경제학부 비상근강사, 가와사키사이와이병원 정신과 고문을 맡고 있다.

노인 문제와 심리학, 교육 등 폭넓은 분야로 텔레비전과 라디오 출연, 단행본 집필 등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출간 저서로 《내 꿈은 놀면서 사는 것》, 《마흔, 혼자 공부를 시작했다》, 《나는 그렇게 살지 않기로 했습니다》,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연습》, 《30초 공부습관》, 《혼자 행복해지는 연습》, 《어른을 위한 공부법》, 《철없는 남자는 늙지 않는다》 등이 있다.

▶ 옮긴이: 김은경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을 수료하고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등 여러 기관에서 번역 업무를 담당했다. 현재는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 및 일본어 전문 번역을 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 《일본 요리 기초 기술》, 《자율신경이 정돈되는 CD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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